그와 그의 책은 내 삶을 바꾸었다
현대 광고를 언급할 때 늘 빠지지 않는 인물이 클로드 홉킨스다. 광고를 추측으로만 만들던 20세기 초, 그래서 광고가 도박처럼 여겨지던 때 홉킨스는 광고란 판매의 또 다른 이름에 지나지 않으며 좋은 광고는 좋은 영업사원과 다르지 않다고 굳게 믿었다.
“아무도 광대에게서 물건을 사지 않는다”는 말로 당시 광고업계를 비판한 홉킨스는 과학적인 토대 위에 광고를 계획하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소비자 친화적인 광고를 만들었다. 직감과 추측으로 제품을 알리는 데 급급하던 현실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구매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면서도 이를 판매 수익에 직결시키는 광고를 진행했다.
이것은 광고인으로서 홉킨스의 명성을 높여주었을 뿐 아니라 현대 광고의 틀을 정립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되었다.
홉킨스는 하루 20시간 일할 정도로 광고에만 관심 있었고, 소비자들이 기꺼이 사게 하는 광고만 연구했으며, 그 결과 광고주들이라면 가장 먼저 찾는 광고인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홉킨스가 작업한 광고들은 기존 광고 틀에서 벗어났으나 업계의 판도를 뒤집었고, 그가 추구한 광고 기법은 낯설었지만 이후 광고업계에서 가장 기본적인 법칙이 되었다. 광고를 과학으로 승화시키며 과학을 기반으로 한 광고를 열었다는 점에서 홉킨스는 광고 역사의 선사시대를 마감하고 역사시대를 연 인물이다. 그래서 홉킨스는 ‘현대 광고의 창시자’라고 불린다.
《광고 크리에이티브사》의 저자인 스티븐 폭스는 홉킨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광고인의 명단에서 항상 첫 번째로 꼽히는 사람은 단연 홉킨스다.”
그리고 그가 자신의 광고 철학을 정리한 책은 광고인들의 교과서이자 모든 사업가의 마케팅 지침서로 읽히고 있다. 세계적인 광고대행사 오길비 앤 마더의 창립자 데이비드 오길비는 1960년 재출간본 서문에서 이런 말로 이 책을 극찬했다.
“이 책을 일곱 번 이상 읽지 않고는 누구도 광고와 관련된 일을 할 수 없다. 내 삶의 여정을 바꾸어 놓은 책이다.”
화려하고 멋진 광고는 그 자체로 예술작품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광고는 예술작품이 아니며, 광고의 목적에서 벗어난다. 광고는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해야 하며 실질적인 판매로 이어져야 하고, 그것은 다시 새로운 광고의 중요한 기록으로 남아야 한다.
‘현대 광고의 창시자’ 클로드 홉킨스는 “광고는 판매다”라는 철학을 자신이 만든 광고로 증명했다. 20세기 광고를 언급할 때, 아니 광고산업을 이야기할 때 홉킨스는 늘 앞자리에 선다. 다양한 전략을 활용해 판매를 유발하는 그의 광고 기법은 지금까지도 가장 기본적이면서 과학적인 광고 법칙으로 남아 있다.
사흘 안에 팔리는 광고를 만들겠습니다
1866년 4월 24일 미국 미시간주에서 태어난 홉킨스는 신문 배달, 전단지 배포, 과일 행상 등을 전전하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랐다. 가난 때문에 정교 대학 진학을 포기한 그는 17세 때 집을 나와 서점 직원으로 일하다가 부츠 회사의 보조회계원으로 일했다.
24세 때인 1890년 비셀 카펫청소기 회사에 입사해 회계부서에서 일하던 중 인생의 전기를 만난다. 당시 이 회사의 사세가 커지면서 본격적으로 광고 마케팅을 진행했고, 당시 최고 명성을 자랑하던 광고 전문가에게 광고 문구를 맡겼다.
이를 본 홉킨스는 실망했다. 광고 전문가가 제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시장 환경에 대한 분석조차 명성에 걸맞지 않아서였다.
그는 부사장을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이런 광고로는 절대로 청소기를 팔지 못합니다. 소비자인 주부들이 사도록 끌어들이는 말 한마디도 없이 어떻게 팔겠다는 겁니까? 제게 사흘만 시간을 주시면 팔리는 광고 문구를 만들어 오겠습니다.”
연말에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자사 제품을 추천하는 편지 5천 통을 발송했는데, 편지를 받은 소비자 중 천 명이 제품을 주문했다. 그는 또한 카펫청소기 제조업체들에 열두 가지의 나무로 카펫청소기를 만드는 등의 다양화를 추진해보도록 독려했다. 이런 노력으로 비셀은 3주 만에 25만 개의 제품 판매 실적을 올렸다.
이것이 전설적인 광고인 클로드 홉킨스의 시작이었다.
이후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육류회사인 스위프트 앤 컴퍼니와 닥터 숩스 특허약품 회사의 광고책임자로 일했고,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로 독립해 수없이 많은 광고 캠페인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1907년 광고회사 로드 앤 토머스에 입사했는데, 18년 동안 몸담으며 이 회사를 미국 최고의 광고대행사로 성장시켰다. 데이비드 오길비에 따르면, 홉킨스가 로드 앤 토머스에 합류했을 때 연봉이 18만5천 달러로, 오늘날을 기준으로는 200만 달러에 달했다.
펩소던트 치약을 비롯해 팜올리브 비누, 선키스트 오렌지, 슐리츠 맥주 광고를 비롯해 숱한 역작을 창조한 그는 언제나 상품 판매를 촉진하는 전략을 계발했으며, 소비자 분석과 시장조사 기법 등을 체계화해 광고의 현대화와 과학화를 선도했다. 그의 광고 원칙은 20세기 광고산업의 발전에 이정표를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광고 기법은 지금까지 광고계의 기본 틀이 되었다.
먹지 말고 마시게 하라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 제품이 한때는 잘 팔리지 않던 것이었다. 오렌지 주스와 치약도 그중 하나다. 홉킨스는 사람들의 습관을 읽고 어떻게 홍보해 판매하는지 연구했으며, 이 결과 가장 대중적인 제품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1910년 홉킨스는 오렌지 판매 광고를 맡았다. 미국 오렌지 농가는 소비 침체와 과잉생산으로 불황에 시달리던 때였다. 홉킨스는 소비자 조사를 통해 사람들이 오렌지가 과즙이 풍부하고 그 달콤새콤한 맛은 좋아해도 오렌지 껍질을 벗길 때 손이 지저분해지는 것을 꺼리고 귀찮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오렌지 껍질을 까지 않고 주스로 만들어 마시면 어떨까? 이 아이디어를 떠올린 그는 이후 ‘오렌지를 마시자’라는 광고 문구로 오렌지 주스 마시기 캠페인을 벌여, 미국 내 오렌지 매출을 50퍼센트 이상 급상승시켰다. 이 광고는 식품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오렌지 산업의 판도를 뒤흔들었고, 선키스트를 지금의 유명 과일주스 회사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1900년 초만 해도 양치질을 하는 미국인은 전체의 7퍼센트에 불과했다. 이때 한 치약회사가 펩소던트라는 치약을 개발해 홉킨스에게 광고를 맡겼다. 하지만 펩소던트는 다른 치약보다 두 배나 비싸게 책정해, 가격으로는 경쟁력이 약했다.
의뢰를 받은 홉킨스는 당시 미국에서 출간된 모든 치과 관련 서적을 읽었고, 이를 토대로 치아의 플라크를 제거하는 것이 치아 건강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것은 경쟁 업체들이 소홀히 한 부분이었고, 치석, 세균, 음식물 찌꺼기를 뜻하는 플라크는 일반인들에게 낯선 개념이었다.
홉킨스는 해당 치약이 치아의 플라크를 없애주며 미백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리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플라크는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고 어려운 말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반응할 수 있도록 플라크 대신 ‘막’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막’이라는 단어로 치약 제품을 널리 알리는 한편, 이 닦는 습관이 치아 건강에 얼마나 좋은지도 빠뜨리지 않았다.
이 결과, 이 광고로 펩소던트는 대성공을 거두었고, 그 후 30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치약 브랜드로 군림했다.
이 외에도 그가 만든 반 캠프 농축우유의 광고는 146만 개의 쿠폰을 회수했으며, 맥주의 발효 과학을 연구해서 만든 광고 캠페인으로 그때까지 매출 5위에 머물던 슐리츠 맥주는 버드와이저와 정상에서 어깨를 나란히 했다.
광고는 판매 실적으로 평가받는다
홉킨스는 평생 두 권의 책을 썼다. 하나는 그가 로드 앤 토머스의 사장직을 역임하고 정년 퇴임한 후인 1923년에 펴낸 《홉킨스의 잘 팔리는 비밀》(원제 Scientific Advertising)이며, 다른 한 권은 그로부터 4년 뒤인 1927년에 나온 자서전 격인 《나의 광고 인생(My Life in Advertising)》이다. 이 중 광고인과 사업가 들을 위해 쓴 《홉킨스의 잘 팔리는 비밀》은 첫 출간 후 지금까지 전 세계 광고업계에 널리 읽히고 있다.
홉킨스는 그때까지 행해져 오던 불합리하고 모호한, 무엇보다 자원을 낭비하는 방식의 광고와 자신의 광고를 차별화하려는 의미에서 이 책을 썼다. 광고의 원칙, 심리학, 전략, 예산 설정, 유통 체계의 확립 등에 대한 그의 생각을 총정리한 이 책은 광고주들에게 왜 그들의 광고를 로드 앤 토머스에 맡겨야 하는지를 설명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이기도 했다. 이 책은 홉킨스의 포트폴리오이자 광고 교과서로, 사업가들에게는 수익 창출의 전령사이자 사업 지침서라고 해고 과언이 아니다.
홉킨스는 이 책에서 광고를 어떻게 계획하고 제작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그 효과를 사전에 테스트하는 방법, 입증된 사실에 근거한 광고가 얼마나 측정 가능하며 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되는지 보여준다.
무엇보다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는 요인, 어떻게 그 단계에 접근하는지 알려준다. 즉 직관이나 추측으로 시작해 소비자의 요구나 판매와 동떨어진 영업이나 광고가 아니라, 소비자의 요구와 반응을 철저하게 반영하고 이를 토대로 판매와 직결시키는 광고, 그리고 과학을 기반으로 한 예측 가능한 마케팅 노하우를 보여준다. 소비자의 행동양식과 이를 광고에 반영하는 그의 통찰은 시대를 뛰어넘어 빛을 발하고 있다.
이 책에서 홉킨스는 자신의 성공적인 광고 인생을 통해 검증된 광고의 법칙들을 소개한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광고로 판매를 극대화하고, 더 좋은 광고를 만드는 방법.
소비자가 당신의 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하게 하는 심리적 법칙.
광고에 구체적이고 특정적인 사실을 활용해야 하는 이유.
광고비와 광고 효율성.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하는 데 도움 되는 핵심 정보.
작은 규모의 유통 체계로 시작해서 전국 규모로 확장하는 노하우.
소비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광고 캠페인을 테스트하는 방법.
유통업체와 판매처의 협조를 구하는 방법.
경쟁사와 차별화시키는 광고 제작하기.
이 책에서 홉킨스는 자신의 성공적인 광고 인생을 통해 검증된 광고의 법칙들을 소개한다. 광고란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 어떤 광고를 만들어야 판매를 늘리고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지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소비자가 해당 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하게 하는 요인, 완성도를 갖춘 광고 스토리,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는 법칙, 작은 규모의 유통 체계로 시작해서 전국 규모로 확장하는 방법까지 이 책에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광고는 눈요깃거리라 호기심을 주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판매와 직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홉킨스는 이 책에서 말한다.
“광고의 목적은 제품을 판매하는 데 있다. 그러므로 광고가 성공적이냐 아니냐는 판매 실적에 의해 평가된다.”
광고에 무엇을 담아야 할까
클로드 홉킨스는 광고회사 로드 앤 토머스에서 일하면서 ‘선제적 리즌와이(reason-why)’가 담긴 광고 문구를 창안했다. 선제적 리즌와이란 제품 및 서비스의 편익, 가격, 시험 결과, 특이 성분 등을 제시해 소비자들이 왜(why) 제품을 구입해야 하는지 이유(reason)를 직접적이며 명시적으로 밝혀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여기서 ‘선제적’은 타사의 제품들도 동일한 특성과 이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광고로 먼저 소비자에게 드러냄으로써 차별화된 제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는 너무 보편적인 것일수록 간과하거나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홉킨스는 오히려 그 부분에 집중해서 그것을 특별하게 광고한다. 이미 수많은 기업이 사용하고 있지만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한 부분을 찾아내고, 그것을 독보적인 전유물로 만들어 선제 주장하고 그 부문을 선점한다. 이를 알아챈 경쟁자들이 똑같은 광고를 한다면, 그것은 이미 선점한 업체의 제품을 광고해줄 뿐이다.
아울러 홉킨스는 리서치와 브랜드 이미지를 중요시한 광고인이었다. 당시 도박을 하듯 추측과 직감으로 광고를 만들던 현실에서 쿠폰에 의한 샘플링, 테스트 마케팅을 비롯한 리서치 방법을 최초로 고안해 광고들을 분석했으며, 마케팅에서 선점 개념을 처음 확립하는 한편, 누구보다 먼저 브랜드 이미지에 주목했다. 이를 기초로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판매하는 광고를 만들었으며, 이는 그가 “광고는 판매”라고 말한 것에서 알 수 있다.
홉킨스가 광고계에 남긴 업적 중 하나를 꼽으면, 광고는 사전에 과학적으로 테스트해 판매 도구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한 일이다. 그가 강력하게 주장한 ‘선제적 리즌와이’ 광고는 제품을 홍보하는 여러 가지 혁신적인 방법을 도입하게 했다. 그는 광고에 무료 샘플 쿠폰을 싣기 시작한 첫 번째 광고인일 뿐 아니라 테스트 마케팅의 선구자였다. 또한 자원 효율화와 과학적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사업가이기도 했다.
그러나 홉킨스는 요란하지 않았다. 이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그는 광고가 예술적 재능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했다. 상상력과 화려함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만, 광고는 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며, 소비자가 그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얻게 되는 이득에 집중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모든 광고는 간략하고 명확해야 하며, 즉시 이해할 수 있게 표현해야 한다. 사라고 웅변하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사게 하는 것, 그것이 판매에 직결되도록 하는 것이 모든 광고의 시작이며 끝이라고 강조하며, 그것이 바로 광고가 성공하는 필수적인 요소라고 그는 말한다.
1923년에 세상에 나온 《홉킨스의 잘 팔리는 비밀》 속 홉킨스의 소비자 행동양식에 대한 통찰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 책에서 언급한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는 요소, 어떻게 그 단계에 접근하는지, 이를 판매에 연결하는 방법은 당대는 물론 지금까지 가장 과학적인 광고 원칙이 되었다.
광고 효과가 더이상 추측이 아닌 확실한 결과로 이어지게 한 것은 홉킨스의 힘이 절대적이다. 그리고 그에게서 출발한 과학적인 광고 기법은 《홉킨스의 잘 팔리는 비밀》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현대 광고사에 위대한 유산을 남긴 클로드 홉킨스. 그가 이 책에서 말하는 광고 철학은 단순하다. 광고의 목적은 오로지 소비자가 기꺼이 사게 하는 것, 즉 판매여야 한다. 너무도 당연하지만, 그것은 모든 광고인은 물론 사업가들이 잊지 말아야 할 철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