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께서 만드신 가엾은 생물을 밟아 죽이진 않아. 만일 송충이가 물에 떨어지면 나뭇잎으로 떠서 구해 주지. 그걸 보고 사람들은 내가 나쁜 벌레를 좋아한다고 해. 개구리를 괴롭히고, 말벌의 다리를 떼어 내고, 박쥐를 산 채로 나무에 못 박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내가 마법사라고들 해. 가엾은 벌레에게 나는 이렇게 말해. “못생긴 건 전부 죽여야 한다면, 나도 너와 마찬가지로 살아갈 권리는 없을 거야.”라고. (116쪽)
“그게 아니야, 랑드리.”라고 파데트가 흐느껴 울면서 말했다. “내 얼굴을 보지도 않고 밤에 입맞춤했다가 낮에 나를 다시 만났을 때 싫어할까 봐 두려워서 그래.”
“내가 네 얼굴 본 적이 없니?” 참을성이 바닥난 랑드리는 말했다.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는 거야? 자, 네 얼굴이 잘 보이게 달빛 쪽으로 와봐. 네가 못생겼는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난 네 얼굴이 좋아. 너를 좋아하니까. 나한텐 그게 중요해. (128쪽)
여자의 마음이라는 것은 어린아이인 줄 알았던 남자가 다른 여자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곧 어엿한 한 남자로 보게 되어 있는 법이다. 지금까지 랑드리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전혀 없었던 마들롱은 파데트를 돌려보내자마자 랑드리에 대해 자꾸 생각하게 되었다. 랑드리의 사랑에 대해 말솜씨가 좋은 파데트가 한 말들을 모두 떠올려 보고, 파데트가 자신에게 고백할 정도로 랑드리에게 반했었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자 마들롱은 이 가엾은 아가씨에게 복수할 수 있게 되어 기고만장해졌다. (13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