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경험을 통해 보자면 좋은 통합교육은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어렵지만도 않다. 학생들 모두가 즐겁게 참여할 방법을 찾으려니 상상력이 발동되었다. 약간의 즐거운 상상이 새로운 시도와 도전의 선순환을 만드는 훌륭한 엔진이 되었다. 25p
통합학급의 운영을 담임인 나 혼자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어려웠던 것 같다. 하지만 내 부족함, 미숙함을 덜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돌아보니 나의 통합학급 운영의 가장 큰 조력자는 학급 아이들이었다. 36p
대개 특수교육대상 학생이면 학습은 당연히 특수반에서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통합반에서의 학습은 너무 어려울 거라고 생각해서 시켜 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저 수업을 방해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있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45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리에만 앉아 있는 것이 더 힘든 일이 아닐까? 수업 시간에 학생들은 교사의 지시에 맞춰 활동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교사가 주지 않으면 그저 아무것도 않고 자리를 지키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52p
다양한 이유로 학습이 느린 상당수의 학습자들은 현재의 평균주의 교육 시스템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다. 개인의 독특한 특성, 학습 속도에 대한 배려 없이 그저 평균을 잣대로, 평균에 이르지 못하면 열등한 존재로 낙인찍히니 거듭되는 실패에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 하루 종일 교과서도 펴지 않은 채 의자에 앉아만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이 수없이 생겨나는 이유이다. 54p
가장 크게 어려움이 드러나는 사람을 포용하는 분위기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아직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울타리는 울타리 안의 모두를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니까. 이것이 통합교육의 가치이고 지향이 아닐까? 67p
내 경험에 비춰 보면 학생들의 능력에 맞춰 과제의 난이도와 학습의 양만 조절해도 반은 성공했다. 작은 성공 경험은 계속해서 학생들의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고 반영하는 수업을 설계하게 이끌었다. 거기에서 내가 바로 내가 교사된 ‘보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72p
모두가 알 듯 학교는 개인의 지식과 인성, 사회성을 키우는 곳이자, 공동체의 시민으로서의 소양과 태도를 키우는 곳이다. 사실 교양과 태도는 교사가 가르친다기보다 친구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배워 가는 것이다. 87p
분리하고 배제하는 것은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최후의 선택이어야 한다. 교사들의 선택은 일반 학생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교사가 불편한 상황에서 가장 손쉬운 분리와 배제의 방법을 선택한다면 학생들은 분리와 배제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또 그렇게 행동할 것이다. 146p
통합교육은 단순히 장애에 대한 이해나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사회를 살아가는 공동체의 시민으로서의 소양과 태도를 가르치고 배우도록 하는 것이다. 146p
사실 장애 여부와 상관없고, 생김이나 취향, 출신 등 그 어떤 것과도 상관없이 함께 살며 배우는 환경이 곧 통합 환경이다. 191p
무너진 나를 일으켜 세워주는 사람들, 힘나는 일상에 더욱 에너지를 북돋아주는 사람들, 어둠 가운데서 빛으로 이끌어주는 사람들, 이들이 바로 안전지대이다. 이런 안전지대는 어른에게도, 아이에게도, 특수교사에게도, 일반교사에게도…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223p
늘 일반 학생들을 만나는 일반 교사들이 각자의 수업에서, 각자의 학급에서 10만큼의 정성을 보탠다면, 선생님들 각각의 10들이 모여 100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일반 학교에서 ‘장애이해 교육’을 특수교사가 아닌 일반 교사가 함께 해야 하는 이유이다. 214p
이런 격려들이 차곡차곡 쌓여 앞으로 살아가면서 만나게 될 비난과 혐오에도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받은 격려를 격려가 필요한 다른 누군가에게 자연스럽게 건넬 수 있는 좋은 어른으로 자라게 될 것이다. 247p
교사들이 멍석만 바르게 깔아주면 나머지는 학생들이 알아서 한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통합교육이 아닐까. 29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