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어느 날, 꽉찬이와 텅빈이가 만났어.
텅빈이는 꽉찬이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어.
꽉찬이는 너무 꽉 차 있어서, 텅빈이가 들어갈 틈이 없었어.
꽉찬이가 텅빈이 안으로 들어가기로 했지.
꽉찬이가 텅빈이를 완전히 채우면, 텅빈이는 사라지고 말아.
새해가 시작되면 어김없이 새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새 학년으로 올라가 만나는 친구들, 새로운 일을 하면서 만나는 동료들. 새로 만나는 사람들과 관계 맺기는 늘 쉽지 않습니다. 나를 많이 내어 주자니 내가 손해 보는 것 같고, 상대를 많이 받아들이자니 내가 없어지는 거 같지요. 함께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관계란 과연 어떤 것일까요?
비움과 채움
어느 날, 꽉찬이와 텅빈이가 만났습니다. 꽉찬이는 빈 곳이 조금도 없는 꽉 찬 존재로, 튼튼하고 용감하고 모든 걸 가져서 외롭지 않아요. 텅빈이는 찬 곳이 조금도 없는 텅 빈 존재로, 투명하고 무엇으로든 변신할 수 있고 잃을 것도 없지요. 둘은 이렇게 서로 자기자랑을 하다가 힘든 속내를 털어놓습니다. 너무 꽉 차서 몸이 찌뿌둥하고, 너무 텅 비어서 두려움을 느낀다고요. 둘은 혼자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서로의 상태를 알아보기로 합니다. 먼저 텅빈이가 꽉찬이 안으로 들어가려 합니다. 하지만 꽉찬이는 너무 꽉 차 있어서, 텅빈이가 들어갈 틈이 없어요. 이번에는 꽉찬이가 텅빈이 안으로 들어가기로 했어요. 마찬가지로 꽉찬이가 텅빈이를 완전히 채우면, 텅빈이는 사라지고 말지요. 둘은 고민하다가 자신의 일부를 한 조각씩 떼어 서로에게 주기로 하는데…….
균형을 찾는 힘
사람이든 사물이든 자연이든 새로운 대상을 만날 때, 우리는 꽉찬이 텅빈이가 겪었던 것과 비슷한 과정을 거칩니다. 이름을 알고 상대의 특성을 살피고, 나와 맞는 부분을 찾고 다른 점을 궁금해 하고 비로소 마음을 나누기 위해 가까이 다가갑니다. 익숙지 않은 존재를 만난다는 건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기대보다는 망설임이 따릅니다. 하지만 성장은 자신에게 익숙한 세계를 벗어나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자신을 조금 비우고 상대방을 조금 받아들이면, ‘자기다움’을 지키면서도 얼마든지 더 성숙하고 풍성한 내가 될 수 있습니다. 작가는 이분법적인 세상에서 사실 양면적인 두 존재는 모두 내 안에 있고 균형을 찾는 힘은 만남과 관계에서 비롯된다고 말합니다.
이 책 《꽉찬이 텅빈이》는 채움과 비움이라는 정반대 요소를 이야기합니다. 그에 걸맞게 일러스트 역시 서로 반대되는 색과 형태로 표현했습니다. 꽉찬이는 검은색과 사각형으로, 텅빈이는 백색과 원형으로 나태내 주제를 선명하게 시각화했습니다. 디테일이 배제된 채 마주보는 두 인물은 독자들로 하여금 꽉찬이와 텅빈이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며, 거울로 보는 나의 또다른 모습처럼 느껴지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