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
1906년 창간된 《경향잡지》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간되는 정기 간행물 가운데 가장 오래된 잡지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기관지 역할을 한다. 저자는 주교회의 사무처장으로서 당연직으로 맡게 됐던 《경향잡지》 편집인 역할이 큰 자긍심과 보람을 느낀 일이었다고 돌아본다. 이 책은 당시 권두언을 중심으로 묶었다.
다시 돌아보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목방문은 새삼 반갑다. 당시 교황은 ‘윤지충(바오로)과 동료 순교자들’의 시복식을 거행하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세월호 문제에 대해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습니다’라며 관심과 연대를 촉구하기도 했다.
국내 정치 상황은 다시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참담하다. 권두언은 강을 파헤쳐 자연환경마저 신음하던 4대강 사업, 차마 말로 다할 수 없는 세월호 침몰,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는 원자력발전 문제부터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같은 정치적 현안들, 그리스도인의 자세와 사회적 책무, 갈등 해소를 위한 제안과 통일 문제, 그리고 개인의 삶의 태도와 성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아우른다.
권두언이라는 무게에도 불구하고 글은 종종 마음을 두드린다. 사제인 저자는 세상일에 일희일비하며 흔들리기보다는 좀 더 영원한, 공동체적인 고민과 해법을 찾도록 손을 내민다. 이 모든 일들을 통해 사람들과 세상이 발전할 수 있기를 바라는 사제의 기원이 담담하다. 지나고 보면 다시 아쉽고 그리운 시간들, 저자는 돌아보기를 통해 오늘을 충실하게 살 것을 요구한다.
아남네시스, 돌아보다
그리스말 ‘아남네시스(ἀνάμνησις=anamnesis)’는 ‘기억, 추억, 회상, 회고’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특히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후에 더 뚜렷하게 생각나는 현상을 가리키는 단어이기도 하다. 저자는 지나간 날의 ‘권두언’을 모아 책으로 묶으며 우리가 살아가는 근본적인 삶 자체에는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상기한다. 양상만 다를 뿐 시대 상황은 반복된다. 그럼에도 저자는 우리의 일상사와 세상에 전개되는 모든 사건 안에서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손길과 역사하심을 기억하며 ‘시대의 징표’를 잘 읽고 식별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비전을 찾을 수 있기를 갈망한다고 썼다. 제대로 돌아보는 일은 오늘과 미래를 위한 가장 중요한 작업이기도 하다. 기억은 현재의 발판이자 미래를 향한 탄탄한 토대다.
사랑으로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
그리스도인의 태생적 의무는 함께 사는 것이다. 민주사회의 시민 역시 인간 존엄과 공동선을 위해 상대를 존중하며 공존해야 한다. ‘시간은 흘러도 사랑은 남는다(Tempus fugit, Amor manet).’라는 옛 로마의 묘비명을 부제로 삼은 것처럼 저자는 녹록치 않은 현실 속에서 결국 해법은 ‘사랑’이라고 말한다.
지금 지금도 우리 앞에는 너무나 많은 어려운 일들이 있다. 특히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 팬데믹이 이어지고, 자연파괴로 인한 생태계와 기후변화는 더 암울한 상황이다. 미얀마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벌어지는 무력충돌과 빈부 격차 등으로 인한 소요와 난민 사태 등 가까이에서 멀리에서 끊임없는 문제들이 쌓인다. 그럼에도 어느 시대든 ‘사랑’만이 남는다. 가정이나 사회, 정치나 종교, 인종과 이념에서 비롯되는 차별과 갈등 등 세상의 모든 것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는 힘은 결국 사랑이다.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면 아무리 길을 잃고 헤매더라도 ‘세상에서 가장 큰 축복인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