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들의 섬』은 일제 강점기에 시작해서 2차 세계대전을 거쳐 한반도가 남북으로 분단되고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적색공포)가 휩쓸었던 시기로 이어진다. 제주에서 이 모든 것은 4.3사건에서 정점에 이르렀다. 친구들은 친구에게 등을 돌렸고 가족들은 가족에게 등을 돌렸으며 경찰과 군대는 주민들에게 등을 돌렸다. 4만 명(그 당시 인구의 10%)이 목숨을 잃었고 8만 명의 중산간 사람들이 피난민이 되었으며, 많은 마을이 불에 타서 사라졌다. 50년 동안 제주 사람들은 이때 일어난 일에 대해 말할 수가 없었다. 나는 이 모든 역사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얻기 위해 사람들과 여러 번 차를 마셨고, 신뢰와 친밀한 관계를 쌓으면서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공통점을 만들어나가야 했다.
또한 제주 4.3사건 진상 규명 위원회에서 내린 결론을 모아놓은 755쪽짜리 문서, 제주 4.3사건 보고서도 공부했다. 이 보고서를 통해 나는 기밀문서에서 해제된 미군과 한국군의 서류들을 접할 수 있었다. 이 보고서에는 힘들고 잔인했던 그 시절에 일어난 여러 사건들을 직접 겪은 목격자들의 목격담이 들어 있었다. 특히 북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 군인들이 나누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된 앰뷸런스 기사의 회상이 인상적이었다. 그의 회상은 해녀들의 섬에도 인용됐다.
제주는 용서라는 힘든 일을 받아들였고 이제는 평화의 섬으로 간주되고 있다. 제주도에는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곳이 많다. 그러나 혹시라도 제주도를 방문하고 싶다면 4.3평화공원에 꼭 가보길 추천한다. 그곳에는 4.3사건 때 죽은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고, 박물관에서는 과거에 일어난 일의 끔찍함뿐만 아니라 평화와 용서를 찾는 법도 알려주고 있다. 소설 속의 허구적인 인물인 영숙과 미자처럼 개인들이건, 혹은 피해자와 가해자로 나뉘었던 마을이건, 제주 사람들은 용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다 함께 애써왔다. 이것은 특별하고도 감동적인 일이다.
우리 모두 그 순간에는 미처 깨닫지 못한다 해도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더 큰 역사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그런 일은 내 가족에게도 일어났다. 여러분의 가족에게도 일어났다. 그리고 바로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도 일어나고 있다. 또한 여러 사회와 문화 속에서, 한 나라의 국경 안에서, 혹은 나라들 사이에서 일어났다. 내 조국인 미국은 지금 분열되어 있다. 화해로 향하는 길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하거나 협상하는 것에 사람들은 관심을 거의 기울이지 않는다. 그 결과 나는 다시 용서라는 주제와 이상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용서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일어날 수 있다. 내게, 혹은 내 가족에게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용서할 수 있을까? 어떻게 용서할 것인지 고민하고 과연 용서가 가능하기나 한 것인지 의구심을 가졌던 때가 많았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소설 속 영숙과 미자의 관계는 용서라는 것이 과연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는지, 왜 용서가 이루어져야 하는지, 용서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