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새로운 충돌 에너지 준위(準位)에서 입자, 충돌 에너지, 실험 조건 등이 모두 같은 상황인데도 결과가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다른 가속기에서는 물론, 같은 가속기에서 시간대만 다르게 한 실험에서도 모두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물리학자들은 당황했지요. 같은 조건의 초고에너지 충돌 실험을 계속 진행했지만 매번 다른 결과가 나왔고 규칙도 없었습니다.”
“그게 어떤 의미입니까?”
왕먀오가 물었지만 딩이는 왕먀오를 뚫어져라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 그러니까 저는 나노를 연구하는 사람입니다. 물질의 미세 구조는 접해봤지만 선생에 비하면 일천합니다. 그러니 설명을 좀 해주십시오.”
“물리 법칙이 시간과 공간에서 불균일하다는 뜻입니다.”
“그것은 또 무슨 의미입니까?”
“그다음은 선생도 추론해낼 수 있을 겁니다. 그 장군도 생각해냈으니까요. 그 사람 정말 똑똑하더군요.”
왕먀오는 창밖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찬란하게 빛나는 도시의 불빛에 밤하늘의 별들이 모두 잠식되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우주의 보편적인 물리 법칙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물리학은…… 물리학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18쪽, 물리학은 존재하지 않는다)
“안녕하시오. 나는 묵자(墨子)요.” 그가 자기를 소개했다.
“저는 해인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아, 당신을 알지요!” 묵자가 흥분해서 말했다.
“137호 문명에서 당신은 주 문왕을 추종했지요.”
“그와 함께 이곳에 온 건 맞지만 그의 이론은 믿지 않습니다.”
“그랬지요.”
묵자는 왕먀오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그에게 다가왔다.
“그거 아시오, 당신이 떠나고 36만 2000년 동안 삼체 세계는 문명이 네 번 바뀌고 난세기와 항세기가 불규칙적으로 교차하면서 힘겹게 성장했소. 가장 짧았던 때에는 겨우 석기 시대의 반을 갔을 뿐이오. 하지만 139호 문명이 기록을 세웠지. 증기 시대까지 갔지 뭐요!”
“그러면 그 문명 중에서 태양의 운행 규칙을 찾아낸 사람이 있단 말입니까?”
묵자는 크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없소. 운이 좋았을 뿐이오.”
(80쪽, 삼체, 묵자, 화염)
인류 문명의 운명이 이 가느다란 두 손가락에 달려 있었다.
예원제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발사 버튼을 눌렀다.
“지금 뭐하는 겁니까?”
당직자 한 명이 졸린 목소리로 물었다.
예원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노란색 버튼을 눌러 발사를 중지시키고 방향대를 다시 움직여 안테나 방향을 바꾸었다. 그러고는 콘솔에서 벗어나 밖으로 걸어 나갔다.
당직자는 시간을 확인하고는 퇴근 준비를 했다. 일지를 가져다 방금 예원제가 발사 시스템을 가동한 것을 기록하려고 했다. 이상한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록 종이테이프에 찍힌 발사 시스템 가동 시간이 3초도 안 된 것을 보고 일지를 제자리에 던지고 하품을 하면서 군모를 쓰고 나갔다. 그때 우주를 향해 날아간 정보는 다음과 같았다.
이곳에 오십시오. 나는 당신들이 이 세계를 얻는 것을 돕겠습니다. 우리 문명은 이미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잃었습니다. 당신들의 힘이 필요합니다.
막 떠오른 태양을 마주하자 머리가 핑 돌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문을 나서 몇 발짝 걷지도 못하고 그녀는 바닥에 쓰러졌다. 깨어보니 의무실이었다. 양웨이닝이 몇 년 전 헬기에서처럼 침대 옆에서 그녀를 따뜻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의사가 예원제에게 임신했으니 휴식을 취하라고 말했다.
(311쪽, 홍안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