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패러다임(틀)이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지난 200여 년간 세계를 주도한 서구에 스스로에 대한 평가를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 감이 들지만, 서구의 패권적 우월주의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으로 인해 균열을 보이고 있다. 그들이 내건 자본적 가치와 결합된 자유와 평등, 인간 존엄의 개념들도 허망하게 무너지고 있다. 세계질서 재편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미 세계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패권 경쟁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변화는 코로나 이후의 삶과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으며, 이에 세계 힘의 질서의 대변화를 예고하는 동시에 인류 문명 전체가 새로운 인류 평화를 바라고 있다. 이제, “글로벌 시대의 가치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어떻게 무엇을 변화시켜야 하는가”라는 질문과 마주해야 할 순간이 다가왔다. 19세기 식민주의와 20세기 세계대전을 거쳐 주도권을 잡은 미국의 독주가 위축되고 있다. 과연 그들의 질주가 여기서 멈출 것인가? 어쩌면 서구 문명의 찬란한 위상이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속절없이 농락당한 것인지도 모른다. 요컨대 '팍스'는 라틴어로 '평화'라는 뜻을 지닌다. 국제 정치학의 입장에
서 정의하자면 '팍스'는 '중심국가의 지배에 의해 주변 국가가 평화를 유지한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팍스 아메리카'나, 중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팍스 차이나'가 되는 것이다. 지정학적으로 분석해 보면 '팍스 로마나' 시대는 지중해를 둘러싼 몇몇 나라를 일컬을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진정한 팍스 시대라고 한다면 바중국 원나라의 경우로서 '팍스 몽골리아'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대는 그야말로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의 3대양을 잇는, 진정으로 동서양을 아울렀던 팍스 시대였다고 할 수 있다. 팍스 몽골리아 시대는, 실크로드의 모든 국가를 정복하고 동서양의 교통과 교역의 길을 연 진정한 '팍스 시대'였다고 할 것이다.
현재 전 세계의 힘의 흐름에는 커다란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2013년 시진핑 국가 주석의 주장을 통해 중국은 군사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하였고, 이제는 '팍스'라는 단어를 드러내고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난 미국의 경우처럼 중국은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에서 전 세계를 움직이려 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팍스 차이나'를 공공연히 언급하며 정권 차원에서 이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시진핑 집권 하의 중국은 그들이 밝힌 '중국의 꿈'이라는 비전을 통해 팍스 차이나 시대의 실현을 다시 꿈꾼다. 일련의 정책으로, 중국은 APEC 정상회담을 통해 전 세계에 자신들의 계획을 밝혔다. 그것은 바로 '실크로드 프로젝트'다. 아시아와 중동·유럽대륙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 경제권을 만들고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 길을 잇는 21세기 해상 실크로드를 복원하려는 '일대일로' 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중국은 이러한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국가사업으로 책정하고 정부 차원에서 '일대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일대일로 정책의 일환으로 중국은 400억 달러짜리 실크로드 펀드를 기획하기도 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중국은 우리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앞으로의 시대에 우리네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나라임엔 틀림이 없다. 많은 사람이 “중국에서는 아는 만큼만 볼 수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단지 중국이 우리와 같은 동양문화권의 나라라고 쉽게 생각했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중국은 서양의 다른 나라를 대할 때와 마찬가지로 열린 마음으로 먼저 다가가고자 하는 자세를 가져야 그 '새로운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제네바 팔레 데 나시옹에서 '공통된 운명을 지닌 인류공동체 공동 상의·구축'을 주제로 한 고위급 회의에 참석하고 '공통된 운명을 지닌 인류공동체를 함께 구축하자'란 기조 연설을 발표하여 인류 운명공동체의 이념을 심각하고 전면적이고 시스템적으로 천명했다. 시진핑 주석이 제기한 인류 운명공동체 공동 구축, 윈-윈과 공유를 실현하는 방안은 국제사회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여러 나라 전문가들은 이러한 이념과 관련 주장은 중국의 지혜를 충분히 구현하였고 인류의 보편적인 의지와 추구를 전달하였으며 세계 발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함에 있어서 노력의 방향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나아가 중국은 지역협력을 중국의 지위와 영향력을 강화할 새로운 방식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다자 협력을 통한 지역 국가 관여 정책은 지역협력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증대시키고, 이는 다시 지역에서 미국의 패권을 제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판단에 의한 것이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중국은 냉전이 종식된 후 미국이 패권을 확립하는 데 반대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전 지구적 차원에서 러시아 및 프랑스와 연대를 통해 미국의 패권 확립에 반대하는 다극화 전략을 추구했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지역협력을 추진하는 것은 이 지역에서 미국이 패권을 확립하는 것을 제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구체적으로 중국은 지역협력에 참여해 지역 국가와의 관계를 증대시키는 것이 중국위협론을 통해 중국과 주변 국가들을 격리시킴으로써 중국을 제어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대응하는 방법이라고 본다. 다시 말해 지역협력은 미국과의 직접적 충돌 없이 미국의 영향력을 제약하는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중국은 지역 국가와의 양자 관계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다자협력을 주도하고자 한다. 종합하면 중국의 다자간 협력은 보다 유동적이 되었다. 궁극적으로 중국은 다자협력을 통한 세계평화를 추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의 미래에 중국의 이같은 행보가 큰 결실을 거둘지,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한편 미국 전문가들은 세계 패권국인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하는 것이 분명하며 각국이 스스로 운명을 헤쳐나가는 시대가 올 것으로 예측한다. 다만 미국의 빈자리를 어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슈퍼파워로서의 중국이 자연스럽게 등장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평화발전백서>에서 “중국은 결코 평화 발전의 길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와는 운명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이웃국가이면서 G2를 넘어 G1 국가로까지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흐름에 대해 상세히 살펴보고 또 세계적인 협력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중국몽을 꿈꾸며 세계를 좌지우지하고 싶어 하는 중국의 부상에 맞추어 중국의 미래에 대해 서방 언론들도 지대한 관심을 보이지만, 무엇보다 중국과 가까운 이웃으로 더불어 사는 우리로서는 중국에 대해 많은 연구와 관심이 따라야 마땅하다. 이 책은 우리의 국운과 운명적 관계에 놓인 중국에 대해서는 현미경까지 들이대겠다는 적극성을 보이면서 중국과 중국인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본 필자는 한중교류친선 대사로서 여러 가지 경험과 느낌을 토대로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쓰게 되었다.
대변환 시대의 <팍스차이나>는 오늘날의 중국이 있기까지의 중국의 현대사라고까지 해도 좋을 만큼, '중국의 핵심'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 책은 번역서가 아니라 다양한 입장에서 <팍스차이나>를 참신한 내용으로 소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