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누구나 피하고 싶은 상황이지만, 죽음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는 죽게 마련이다. 죽게 되면 생명이 멈추게 되고 현실의 삶이 끝나는 것이므로 죽음은 두려움으로 다가오게 마련이다. 더구나 생명력이 활발한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에게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임에 틀림없다.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운명이 죽음이라면, 죽기 전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최은영 동화작가가 별숲에서 출간한 동화책 《이레의 마지막 24시간》에는 이러한 삶의 문제가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게 흥미롭게 담겨 있다.
이 책은 오토바이 사고로 죽음의 문턱 앞에 선 어린이 이레가 생사의 갈림길에서 겪게 되는 24시간을 다루고 있다. 혼수상태인 자신의 몸에서 영혼으로 빠져나온 이레는 동자꼭두의 안내로 저승사자를 만나게 되고, 자신의 죽음이 억울하다며 떼를 써서 염라대왕을 찾아간다. 영화 <신과 함께>처럼 이레가 염라대왕을 만나러 가는 장면이 살고자 하는 이레의 간절함 속에서 무척 흥미롭게 펼쳐진다. 그리고 마침내 만나게 된 염라대왕에게 이레는 아주 특별한 약속을 받게 된다. 그 특별한 약속이 이루어지는 순간 이레는 죽지 않고 계속 살아갈 수 있지만, 약속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레는 죽음을 맞게 된다. 염라대왕이 제안한 특별한 약속을 이루기 위해 주어진 시간은 딱 24시간. 그 안에 이레는 지금까지 알고 지낸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염라대왕과 한 특별한 약속을 이루어야만 한다.
아무에게도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의 몸으로 이레는 가족과 학교 친구들 그리고 병원에서 만나는 여러 사람을 통해 지난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살면서 진정으로 소중하게 간직해야 할 것들과 버려야 할 것들을 죽음을 눈앞에 둔 순간에 마주하면서, 이레는 살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해진다. 하지만 염라대왕과 한 약속을 이루지 못한 채 시간은 계속 흘러가기만 해서 이레의 마음은 타들어 갈 뿐이다. 대체 염라대왕이 이레에게 한 약속은 무엇이고, 과연 이레는 혼수상태에서 벗어나 계속 살아갈 수 있게 될까?
덧붙여, 이레가 동자꼭두의 도움을 받아 염라대왕을 찾아가는 여정과, 꼭두인형들이 하늘과 땅에서 망자를 저승으로 보내 주는 축제 장면 들은 죽음의 문제를 다룬 이 책만의 특별한 즐거움이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