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화폐이론이 재정정책의 핵심으로 제시하는 ‘일자리 보장(Job Guarantee)’을 소개한 개설서 『일자리보장-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제안』이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원본 『The Case for a Job Guarantee』의 저자인 파블리나 체르네바(Pavlina R. Tcherneva) 뉴욕 ㅎ바드 대학교수는 현대화폐이론의 창시자인 레이 렌달의 지도로 미주리-캔자스시티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래 완전 고용에 중점을 둔 재정정책 분야를 연구해 왔으며, 현대화폐이론과 일자리보장의 주요 지지자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번역을 맡은 전용복 경성대학교 교수는 우리나라에 현대화폐이론을 소개하는 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중견 경제학자로서 2020년에 『나라가 빚을 져야 국민이 산다』를 저술한 바 있습니다.
『일자리보장-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제안』은 일자리보장 정책의 이론적 배경, 핵심 개념, 기획/운용 방안, 사례 및 전망을 제시한 간결하고도 명쾌한 저술로서 거시경제학의 정책 목표를 고용 안정에 맞추어 지속가능한 사회구축의 전략을 제시합니다. 콤팩트한 소형 판형에 역자 보론 포함 총 180쪽의 짧은 분량이지만 일자리보장 정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한눈에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일자리보장-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제안』의 주된 문제의식은 주류경제학이 주장하는 ‘비자발적 실업의 불가피성’ 명제를 ‘일자리 보장’으로 논파하는 데 있습니다. 이 책은 서론과 6개 장으로 제시된 본론으로 구성된 내용으로 실업 불가피성의 미신을 극복합니다.
서론은 일자리보장정책의 전반적인 의의와 배경과 함께 이 책의 문제의식과 해법에 대한 개요와 구성 전반에 대한 소개입니다. 1장 ‘좋은 일자리를 위한 공공정책’은 논의의 시발점으로서, 지역에 고용 사무소를 설치하여 일자리 보장정책의 기본거점으로 삼자는 제안입니다. 2장 ‘실패한 현상 유지 정책의 비용’은 노동시장에서 겪게 되는 실업자들의 곤경에 대한 사례를 중심으로 실업을 불가피한 현실로 받아들이는 경제정책이 낭비하고 있는 사회적 비용을 고발합니다. 3장 ‘일자리보장제: 새로운 사회계약과 거시경제 모델’은 일자리보장정책이 단순한 경제/재정 정책의 수준을 넘어 새로운 사회계약의 기본 틀을 전환하는 함의를 갖고 있음을 논증합니다. 4장 ‘예산을 마련할 수 있을까?’에서는 현대화폐이론의 통화이론을 통해서 일자리보장정책의 예산이 조달 가능성을 이론적으로 소개하고, 현실적인 예산 규모 추정 방법과 결과를 제시합니다. 5장 ‘무엇을, 어디에서, 어떻게: 일자리 종류, 설계 실행방안’은 일자리보장정책의 차별성을 중점으로 소개합니다. 6장 일자리보장제, 그린뉴딜, 그리고 그 이후’는 이 책의 결론으로서 그린뉴딜과 일자리보장제의 공생적 관계를 조명합니다. 저자는 여러 나라에서 출판되는 번역본의 표지에 ‘나무’를 주제로 삼을 것을 요청할 만큼 ‘녹색정책’에 무게를 두고 있는바, 일자리보장정책이 그린뉴딜에 차지하는 의미를 충분히 요약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은 역자 전용복 교수의 보론으로서 ‘대안적 사회복지제도로서의 일자리 보장제’라는 제목으로 완전고용을 기반으로 한 ‘사회보험’을 기본으로 하는 기존의 사회복지제도의 한계가 명확해진 현실을 ‘일자리보장’정책을 통해 극복할 수 있음을 제시합니다.
대안적 사회 정책으로 각광을 받은 ‘기본소득’에 이어, ‘일자리보장제’가 새롭게 소개되어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일자리보장제의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는 『일자리보장-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제안』이 한국사회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논쟁의 기초재로서 역할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