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오늘은 어떤 물고기가 잡힐까?”
“글쎄, 이제 기다려 봐야지.”
파란 강물 위로 작은 배 하나가 지나갑니다.
배를 타고 아빠와 낚시를 가는 아이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합니다.
강물 위에 동동 떠있는 작은 낚시터에 도착해, 아빠는 미끼를 매달고 낚시를 던집니다.
“오늘은 어떤 물고기가 잡힐까?” 아이가 묻고,
“이제 기다려 봐야지” 아빠는 대답을 합니다.
이제 ,즐거운 기다림의 시간이 시작됩니다
둘은 함께 낚싯대 끝을 바라봅니다. 큰 물고기를 잡는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요.
찰랑 찰랑 휘이 휘이.
조용한 자연의 풍경 속, 출렁이는 물결의 소리, 풀과 나무의 바람소리 ,새소리가 들려옵니다.
고요한 자연 속에서 느껴지는 몰입의 순간,
둘은 마치, 세상의 한가운데 있는 듯합니다.
“한참 동안을 출렁이는 물결을 보고 있어도, 하나도 심심하지 않아요.”
강물 위로 하늘과 산이 비치고, 낚시를 하는 아빠와 아이의 모습도 비춰 보입니다.
아빠와 아이는 물결위로 하나가 된 세상을 바라봅니다.
작은 물결은 끈임 없이 생겨나 점점 커지더니 사라져 버리고, 다시 생겨납니다.
자연이 만들어 내는 순환의 모습은 우리를 한없이 몰입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물결 속에 비치는 산도, 하늘도, 아이와 아빠의 모습도 그 순환을 반복하며 움직이고,
그렇게 일렁이는 물결을 바라보는 아이는 하나도 심심하지 않습니다.
물에 비친 세상을 바라보다 보면,
아빠와 아이는 함께, 산을 닮은 물결이 되기도 하고,
하늘을 닮은 물결이 되기도 하며,
물위를 부는 바람이 되기도 합니다.
함께 배를 타고 건넜던 풍경, 물고기를 잡고 싶었던 아빠와 아이의 마음,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았던 시간은, 언젠가 두 사람의 마음속에서 물결처럼 일렁일 하나의 소중한 추억의 빛이 될 듯합니다.
수채화로 칠해진 청록의 맑은 물빛처럼 말이죠.
소중한 사람과의 추억의 시간, 우리는 함께 두 발을 담그고
“힘든 삶을 사신 아빠는 낚시를 좋아하셨습니다.
전쟁 때, 함께 피난 나오신 형님분과 어릴 적 고향에서 물고기를 잡던 추억을 그리워 하셨지요.
여름엔 온 가족이 물가로 물놀이를 가곤 했습니다. 시원한 강물에 발을 담그고 물결 위로 동동 떠있던 낚시를 보던 추억이 생각납니다. 햇빛에 물결이 반짝 거렸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어느 순간, 갑자기,
조금씩, 조금씩 낚시찌가 움직여요.
어! 바로 지금이야!------ 본문 중에서
아빠와 아이는 커다란 물고기를 잡았을까요?
저녁이 되어 둘은 물고기 통을 보고 웃음을 짓습니다.
아빠와 아이는 무엇을 보고 웃음을 지은 것일까요?
그 안는 정말로 커다란 물고기가 들어 있을 수도 있고, 빈 통일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그리움의 시간을 떠올립니다.
그림책속에 그려진 아빠와 아이의 모습이 아니더라도,
그 기억 속에는 다른 가족과의 시간, 또는 친구와의 시간, 그리고 반려동물과의 추억들도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했던 공간과 시간, 서로 나누었던 생각들과 이야기들이 마음속에서 일렁입니다.
그림책 속, 산과 하늘과 바람소리, 그리고 아빠와 아이를 함께 담고 있던 강물의 푸른 물결처럼 말이죠.
우리를 추억하게 하는 것은, 결과가 아닌,
함께 보고, 느끼고, 나누었던 서로의 마음일 것입니다.
다른 사람과 같은 곳을 바라보고, 몰입하고, 하나가 되는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은,
매우 특별하고 행복한 경험이고, 선물이라 생각합니다.
다시, 물고기 통을 보고 웃음 지었던 두 사람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함께 강물에 두 발을 담가봅니다.
“맑은 수채화로 담아낸 푸른 물빛의 추억 ”
〈두 발을 담그고〉는 소중한 사람과 함께한 추억의 시간을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그림책 전체에 흐르는 자연의 풍경과 두 사람의 감성을 표현하기 위해, 작가는 수채화로 맑은 물빛과 물결의 움직임을 그려내었습니다. 우리의 마음속에 추억이 스미듯, 종이위로 푸른 강물이 스미고 있습니다.
인물의 모습 또한, 자연의 고요한 풍경 속에 어우러질 수 있도록, 편안하고 유연한 드로잉의 선으로 그려내었습니다. 청록의 물빛은 참으로 시원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위로 율동감 있게 흔들리는 펜 선은 자연의 생명력도 느껴지게 합니다. 아빠와 아이 두 사람 주변을 가득채운 푸른 강물과, 마치 바람이 불어 움직이는 듯 한 가볍고 시원한 선들이 적당한 강약을 보여주며 그림책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하나가 된 물결위의 세상,
그리고 그 세상 속에 비친 두 사람의 모습이 행복해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