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뱉어 낸 검댕이 ‘꺼져’는 검댕이 친구들과 만나게 된다. 이들의 이름은 모두 ‘꺼져’처럼 비속어이다. 검댕이들은 ‘꺼져’에게 자신들의 놀이를 소개해 준다. 화가 난 사람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입으로 뱉어지면, 상대방의 얼굴로 착지하는 놀이이다. 자신들 때문에 슬퍼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이 검댕이들의 큰 즐거움이다. 하지만 ‘꺼져’는 이런 놀이가 즐겁지 않았다. 자신도 똑같이 괴로울 뿐이었다. ‘꺼져’는 검댕이들을 떠나 걷던 중, 무지갯빛 방울들을 발견한다. 근처엔 웃음소리만 가득하다. ‘꺼져’도 아름다운 무지갯빛 세상에 속하고 싶다. 하지만 ‘꺼져’가 다가가면 무지갯빛 방울들이 풍풍 터져 버리는데…. 과연 ‘꺼져’는 무지갯빛 세상을 지킬 수 있을까? 작가는 마치 누가 뱉었는지도 모르는 껌처럼, 우리가 생각 없이 뱉은 나쁜 말들이 자신이 모르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고 얘기한다. 반면 설레는 말, 기분 좋은 말을 들었을 때 우리는 하늘을 나는 기분을 느낀다. 작가는 보이지 않는 말의 모습을 형상화해 우리 주변이 어떤 말들로 채워져 있을지 상상하게 한다. 온통 껌 자국들로 가득할지, 무지갯빛 풍선들이 둥둥 떠 있을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