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시대를 넘어 미래 산업을 향해 나아가는 중동
그 중심에서 살아가는 기자이자 파일럿의 눈으로 본 ‘진짜 중동’ 이야기
▶ 왜 지금, 중동인가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의 절반 이상이 집중된 곳.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원유의 70% 이상이 나오는 곳. 네옴, 인공지능 투자, 스포츠 외교, 탈석유를 준비 중인 곳. 바로 중동이다. 이렇게 중요한 지역인 중동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뉴스에서 접하는 단편적인 분쟁 소식이나 막연한 이미지 넘어 그곳 사람들의 삶과 문화, 경제 시스템과 미래 비전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중동은 국제 유가 변동의 배경이자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경로이다.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동력은 더 이상 서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세계 중심이 재편되고 있는 지금, 중동을 이해하는 일은 곧 세계의 변화를 읽는 일이다.
『생각보다 가까운 중동』의 원요환 저자는 중동경제전문기자 겸 파일럿으로 두바이에 거주하고 있다. 한국 기자 출신 조종사라는 독특한 정체성으로 중동의 문화를 바라보고 중동이 가진 변화의 힘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보여주는 중동은 ‘이해하기 어려운 먼 곳’이 아닌 알면 ‘흥미롭고 생각보다 가까운 곳’이다. 달콤한 디저트부터 최첨단 스마트시티의 청사진까지. 이 책에는 저자가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중동의 진짜 모습이 생생히 펼쳐진다.
▶ ‘얄라 얄라’ 두바이의 일상으로 들어가다
중동에서 아랍어를 한 마디도 못해도 살 수 있을까? 라마단 기간에는 정말 물 한 모금도 마시면 안 될까? 일부다처제는 여전히 흔한 일일까? 우리가 중동에 대해 품고 있는 궁금증들은 대부분 막연한 추측에 머물러 있다.
1부 ‘두바이, 기회의 땅에서 살아가기’에는 저자가 두바이 거주자로서 직접 경험한 생생한 일상이 담겨 있다. 한국인으로 마주한 중동은 다르지만 비슷했고, 비슷하지만 달랐다. “빨리 빨리”를 입에 달고 사는 한국인처럼 중동인도 ‘어서 가자’, ‘빨리 하자’는 뜻으로 “얄라 얄라”를 자주 쓴다. 친숙함을 느끼다가도 돼지고기와 술을 찾기 어렵거나 왕정국가임이 실감날 때 낯설어진다.
저자는 이러한 문화적 차이를 어렵지 않게, 그러나 깊이 있게 풀어낸다. 파일럿 스쿨에서 직접 체험한 라마단의 의미, 긴 중동인 이름의 의미, 중동의 교통 시스템과 법률까지. 중동 생활의 구석구석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한다. 중동은 이제 우리에게 먼 곳이 아니다. 여행지로, 일터로, 여행객으로, 이웃으로 만나게 되는 중동 문화를 이해한다면 편견을 넘어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다. 문화를 이해하면 사람이 보이고, 사람을 이해하면 그 사회가 열린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먼 사막의 도시가 아니라 낯설지만 매력적이고 이질적이지만 이해 가능한 중동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석유 이후를 준비하는 중동의 미래 전략
중동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석유’일 것이다. 하지만 중동은 이미 석유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 아랍에미리트의 IT 산업 육성, 카타르의 전략적 외교 등 오일머니로 축적한 자본을 미래 산업에 과감하게 투자하며 경제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2부 ‘중동, 우리가 몰랐던 세계’는 변화하는 중동 경제와 외교 관계의 핵심을 짚어낸다. 네옴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목표와 중동 IT 산업을 움직이는 핵심 키워드, 오일머니가 축구 리그와 글로벌 기업을 재편하는 과정,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의 미묘한 삼각 외교, 이스라엘과 이란의 복잡한 관계까지. 저자는 중동이 세계 무대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중동의 변화를 한눈에 이해하도록 돕는다.
저자는 석유 이후를 준비하는 배경에 문화‧경제적 가치와 외교적 실리가 얽혀 있음을 밝히고 경제전문기자의 시선으로 명쾌하게 해석한다. 현장에서 관찰한 변화의 징후와 실제 데이터는 ‘왜 지금 중동이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구체적인 답을 제시하며 중동을 처음 만나는 독자에게 친절한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 이제는 중동과 함께 갈 시간
중동을 이해하는 것은 곧 우리의 경제 파트너를 읽는 일이자 세계를 바라보는 눈을 한층 더 깊게 만드는 일이다. 한국과 중동의 관계는 이미 깊다. 1970년대 중동 건설 붐으로 시작된 인연은 오늘날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에너지 협력은 물론이고 건설, IT, 문화콘텐츠,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접점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제 중동은 석유 수입처가 아니라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동반자이다.
『생각보다 가까운 중동』은 고정관념과 편견을 걷어내고 중동의 진짜 모습을 보여준다. 기자의 냉철한 분석과 파일럿의 생생한 경험,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의 따뜻한 시선이 어우러져 입체적인 중동을 만날 수 있다. 국제정세, 경제, 문화, 생활을 한 권으로 아우르는 이 책은 중동을 낯선 타자가 아닌 ‘함께 살아갈 이웃’으로 바라보는 첫걸음이다. 복잡한 국제 이슈에 막연함을 느끼는 독자라면 『생각보다 가까운 중동』이 흥미롭고 친절한 시작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