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바닥에 주저앉아 있을 때, 나의 힘으로 걸을 수 없을 때, 사랑하는 이를 위해, 사랑하는 이에 의해 걸을 수 있었다. 허다함을 덮는 사랑, 당신도 그 사랑으로 걸을 수 있기를. 당신이야말로 사랑할 수 없는 틈에 핀 사랑임을 알 수 있기를.”
“나란히 가고 있음이 분명한데 만날 수 없고, 영원토록 계속될 것처럼 단절되어 있다. 평행은 만날 수 없다. 만나지 않는 십자가는 없다. 기대서지 않는다면, 쓰러질 것이다. 가을은 ‘Fall’의 계절이다. 중력을 거스르는 인간이 없듯이, 중력을 거스르는 잎은 없고, 삶의 가을을 거스르는 인간은 없다. 다만 그 계절이 오기까지 숱한 봄과 여름이 있었음을 감사하고, 새 겨울이 결코 혼자이지 않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
꺼지지 않는 광기를 동력 삼아 겨울을 날 것이다. 이 가을의 기대가 헛되지 않게. 쓰러지는 이 있다면, 내 등으로 받칠 것이다. 나를 받쳐준 수많은 거목들의 흔들림을 나는 모른 체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끝내 멈추지 않도록, 삶에 애정을 담는다. 화로 굴린 바퀴는 금방 불타 버릴 것을 알기에, 가을까지만 쓰고, 겨울은 사랑으로 날 것이다.
삶이 배반할지라도 우리는 삶을 배반하지 않을 것이다. 사랑만이 유일한 사랑이고, 그런 사랑으로 삶을 살 수 있기에. 오늘도 놀이터에서 인사를 건넨다. 결코 평행하지 않도록. 이 가을이 떨어짐으로만 끝나지 않도록.”
「이대로 가을을 보내지 마오」중에서
슬픔이 지나간 자리에 오래 머물며 알게 된 것은 결코 슬픔이 슬픔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랑으로부터 얻은 것들을 다시 돌려주고 싶은 마음으로 썼다. 이 시는 당신 곁에 내가 남아서 곁이 되어 주겠다는 마음, 당신과 함께 계절을 나겠다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