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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과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되었을 때

우연히 암에 걸린 후 알게 된 것들


  • ISBN-13
    979-11-6810-392-4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주식회사 태학사 / 날
  • 정가
    16,8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5-11-10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송주연
  • 번역
    -
  • 메인주제어
    에세이, 문학에세이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에세이, 문학에세이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33 * 200 mm, 184 Page

책소개

“우리 모두는 고유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암 경험자’로서 관통해 온 ‘외상 후 성장’ 이야기!

 

비 오는 결혼기념일, 사람들의 마음을 돌보는 심리상담 전문가인 저자는 ‘암 환자’가 되었다. 이 책은 어느 날 갑자기 낯선 질병과 함께하게 된 저자가 ‘암 경험자’로서 건너온 시간의 기록이다. 죽음과 직결된다는 이유로 암이라는 병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유별난 인식이 지배적이다. 두려움만큼 오해도 많은 이 병을 온몸으로 겪으며, 저자는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건강 중심으로 짜여 있는지, 돌봄에 얼마나 다양한 감정과 문제가 얽혀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저자는 암으로부터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암과 함께하면서도 자신의 삶을 ‘가치 있게’ 가꾸어가기 위해 노력한다. ‘암 덕분은 아니지만’ 암 치료 과정은 역설적으로 저자에게 이전보다 자유로워지고, 보다 ‘나다운 나’를 찾는 여정이었던 것이다. 

 

“이젠 이전의 삶으로는 돌아갈 수 없구나”

비 오는 결혼기념일, 나는 암 환자가 되었다 

 

저자는 심리상담 전문가로, 오랫동안 사람들의 마음을 치료하는 일을 해왔다. 그러던 중, 그는 자신의 결혼기념일에 예기치 못한 유방암 진단을 받는다. 한순간에 말로만 듣던 ‘암 환자’가 된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암 환자임을 사람들에게 쉽사리 밝히지 못한다.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이 왠지 수치스럽기까지 하다. 약점을 내보이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편견과 차별에 노출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암 환자인 저자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도 있었지만, 사람들이 무심코 내뱉는 ‘네가 잘못 관리해서 암에 걸린 거야’, ‘그렇게 살면 암 걸린다’처럼 자책감과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말들은 저자의 마음에 크고 작은 생채기를 낸다. 

암에 걸렸다는 사실만으로 사람들은 ‘암 환자는 ~할 것이다’라는 프레임을 통해 저자를 바라보기 시작한다. 하지만 질병이 있는 누구라도 ‘환자’라는 정체성 하나만으로 규정될 수는 없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성소수자나 장애인 같은 사회적 소수자들도 다수와는 다른, 자신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음을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가 바랐던 건 자신의 ‘고유한 경험’에 귀 기울여주고, 자신을 ‘암 환자’가 아닌 ‘한 사람’으로 지지해주는 태도였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 걸까” 

건강 중심 사회에서 탈건강을 생각하다 

 

저자가 ‘암 환자’라는 정체감을 인정하는 데 유독 힘이 들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전에 다른 병과 수술까지 적지 않게 겪었음에도 ‘암’은 저자에게 전혀 다른 감정을 안겨주었다. 우리는 왜 그토록 암이라는 병을 유난스럽게 생각하는 걸까. 그건 바로 ‘암은 곧 죽음’이라는 ‘생존’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에 기인하는 것일 테다. 

하지만 저자가 경험한 암은 달랐다. 물론 이전의 삶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저자는 치료 중에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상을 가꾸어갔고, 그건 그가 바라본 다른 암 환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기에 저자의 눈에 철저히 ‘건강 중심’으로 짜인 사회의 시스템은 환자에게도 ‘잘 아플 권리’가 있음을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저자에게는 암 치료 과정이 온전히 ‘살아남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질병과 함께하면서도 매일매일 자신의 삶을 가치 있게 지켜가는 것이 좀 더 중요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저자는 ‘암 생존자’라는 무시무시한 단어보다 ‘암 경험자’라는 새로운 용어를 제안하기에 이른다. 

 

“의존은 정말 나쁜 걸까”

어딘가 불편한 돌봄에 대하여

 

여성으로서, 또 상담자로서 항상 누군가를 돌보던 저자는, 유방암에 걸리면서 누군가의 ‘돌봄을 받는’ 입장에 처한다. ‘암 덕분은 아니지만’ 암 치료를 계기로 이전에는 미처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던 돌봄의 여러 문제를 몸소 체험하게 된 것이다. 그에게 돌봄은 자주 불편하고, 주로 여성이 중심이 되어 특정 집단에 불공평하게 지워지는 책임이었다. 

사실 저자도 처음에는 돌봄을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마치 지배 관계에 놓인 것처럼, 자신의 일상이 통제당하는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진정한 독립은 올바른 의존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타인에게 ‘제대로 의존하는 법’을 서서히 배워간다. 

돌봄은 돌고 도는 것이어서, 돌봄을 받기만 하는 줄 알았던 저자 자신도 알고 보면 가족을, 반려견을, 또 내담자를 ‘돌보고’ 있었다. 돌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은 저자 개인의 차원에서 벗어나 ‘보살핌 윤리’라는 사회적 개념으로까지 확장된다. 저자가 그랬던 것처럼 누구나 언제든 아플 수 있고, 돌봄을 받아야 할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사회가 이러한 현실을 간과하지 않고 돌봄 대상자들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 때, 이 세상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아픈 나도 여전히 나다” 

질병으로 변한 것과 그럼에도 변하지 않은 것들 

 

우리는 암에 걸리면 삶이 송두리째 바뀌어서, 이전까지 유지해온 보통의 행복을 누릴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전에 우리는 삶의 많은 부분을 ‘좋은 것’과 ‘나쁜 것’이라는 이분법으로 단순히 재단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암에 걸리고부터 저자는 아픔과 건강, 돌봄과 돌봄받음, 기쁨과 슬픔의 경계가 모호하고, 자주 공존한다는 사실을 경험한다. 

가장 죽음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는 암 환자의 삶도, 비록 잿빛일 때가 많았을지언정 항상 그런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저자는 그간 억압하고 함부로 대해왔던 자신의 ‘몸’을 다시 발견하고 신체적 욕구를 존중하기 시작하면서 ‘아프지만 건강한’ 상태를 누리게 되기도 했다. 또한 무언가가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전의 내가 아니라 ‘되어가는’ 나를 지켜보는 과정은 더욱 ‘나다운 나’로 성장하는 여정이었다. 암 진단을 전환점으로 낡은 나를 떠나보내자, 저자에게 새로운 자아가 찾아온 셈이다. 

어느 날 동해로 여행을 간 저자는 바람이 해안에 휘몰아치는 와중에도 고요하게 반짝이는 바다를 보면서 생각한다. 삶은 거세지만 고요하다고, 우리는 아프고 강하다고. 

목차

저자의 말: 암은 과연 삶의 끝일까

 

1장. 아프다는 것

 

비 오는 결혼기념일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나는 암 환자입니다 

그렇게 살면 암 걸린다 

 

2장. 돌본다는 것

 

입원 기간 짧은 병원이 어디예요? 

돌봄받는데 왜 불편할까 

독립과 의존 사이 

돌봄에도 거리가 필요해 

 

3장. 함께한다는 것

 

나라는 너를 만나는 시간 

사랑해서 더 어려운 일 

있어주기만 해도 괜찮아 

아파도 괜찮은 세상 

 

4장. 산다는 것

 

나는 아프고 건강하다 

나의 미안한 몸에게 

암 덕분은 아니지만 

나를 좀 더 겪어보기로 했다  

본문인용

사실 우리는 암을 단순한 질병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암은 ‘죽음’을 연상시킨다. 동시에 암은 ‘나쁜 것’을 대표한다. 각종 언론에서는 범죄, 빈곤, 약물 등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

는 것들을 ‘암적 존재’라고 표현한다. 암과 관련된 용어들은 ‘전쟁’에서 쓰는 단어와 유사하다. ‘암을 이겨낸 사람들’이라는 표현처럼 암은 싸워서 이겨야 할 ‘적’이고, 암 치료

의 대표적인 방법들인 ‘방사선 치료’, ‘화학요법’ 등의 용어도 전쟁에서 자주 듣는 용어들이다. -22쪽

 

하지만, 암 환자라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두렵기도 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경험하고 보아온 한국 사회는 ‘약함’ 혹은 ‘다름’을 드러내면 쉽게 편견과 차별에 노출되는 사회였다. 남들과 조금 다른 생김새라고, ‘정상 가족’과 다른 형태의 가족이라고,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감이 다수와 다르다고, 심지어 여성, 노인, 어린이라는 이유로 편견과 차별을 경험하는 이가 너무나 많았다. 그래서 한국의 많은 이는 자신의 정체감을 드러내지 못한 채 ‘커버링’하며 살아간다. -40쪽

 

내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한 치과 의사는 사석에서 이런 말을 했다. 병원에 진상 환자들이 오는데, 그럴 때 병원 직원들과 “구강암 걸릴 놈!”이라고 한바탕 욕을 하고 나면 속이 편해진다고. 자신의 직업적 스트레스를 털어놓으면서 치과 의사로서의 정체감을 한껏 강조하는 말이었지만, ‘암’을 마치 ‘나쁜 사람’이 걸리는 병처럼 묘사하고 있었다. 웃으라고 한 말인 줄 알면서도 나는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50~51쪽

 

주변에서만이 아니다. 유튜브 등 각종 온라인 매체에서 암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다 보면 ‘암 안 걸리는 생활 수칙’, ‘이렇게 하면 암 걸린다’ 같은 제목을 단 영상들이 등장한다. 이는 모두 질병을 개인화하고 있다. 즉, 생활 습관이나 식습관 등 자기 관리 소홀이 병의 원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표현들은 진실도 아닐뿐더러 가뜩이나 아픈 사람들에게 자책감과 수치심을 느끼게 할 뿐이다. -52쪽

 

우리 사회는 질병을 죄악시하는 경향이 짙다. 마치 건강은 ‘선’이고 질병은 ‘악’으로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질병은 삶 속에 늘 있고, 나이가 드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아픈 상태가 된다. 질병은 ‘악’이 아니라 인간 삶의 조건인 셈이다. 이를 간과하고 ‘건강’만을 강조하는 것은, 질병과 노화, 죽음에 대한 불안한 심리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54~55쪽

 

그런데 정말로 돌봄이 여성의 일일까. 가부장제의 관점에서 벗어나 세상을 바라보는 페미니스트들은 일찍이 영유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고 살아갈 수 없음을 강조해왔다. 사람은 서로 의존하며 관계 속에 살아간다. 매일 식사 준비를 하고,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는 돌봄 행위 없이는 우리는 삶을 영위할 수 없다. 돌봄 없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토록 선망하는 돈을 얻기 위한 노동을 제대로 할 수 없고, 심지어 생존도 불가능하다. 스스로와 타인을 돌볼 줄 알아야만 인간은 생존하고 관계 맺으며 살아갈 수 있다. 돌봄은 여성의 몫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모두가 지켜야 할 덕목인 것이다. -65~66쪽

 

부디 이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아픈 엄마들이 입원 기간이 짧은 병원을 찾지 않아도 되기를, 아픈 이들 누구나 미안해하지 않고 돌봄받을 수 있기를, 누군가를 돌보는 일이 성별에 상관없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69쪽

 

이렇게 자신을 갈아 넣는 돌봄은 돌봄 제공자와 돌봄 대상자 모두에게 위험하다. 돌봄 제공자가 ‘돌보는 일’에만 매몰되어 자신의 삶이 사라졌다고 느끼고 이런 상태를 견딜 수 없게 되면 ‘간병 살인’과 같은 비극적인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또한, 돌봄 관계에서는 종종 지나친 의존으로 돌봄 제공자와 돌봄 대상자 모두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공의존’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95쪽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이렇게 내가 내 몸을 잘 대해주는 것이 반드시 ‘건강한 삶’을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늙고 죽을 수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이고, 질병은 또 언제든 아무 이유 없이 찾아올 수 있다. 그래서 내 몸을 돌보는 것이 질병이 오는 걸 막고, 노화를 늦추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늘 기억하려 했다. 내가 내게 해주는 것들은 질병과 노화를 ‘통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나를 ‘다정하게’ 대하고 이를 통해 보다 나은 일상을 살기 위한 것임을 마음에 새겼다. -108~109쪽

 

한편으론, ‘생존자’라는 말이 나의 암 경험을 왜곡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치료 과정 중 내게 중요했던 건 단순히 ‘살아남는 것’이 아니었다. 암 경험을 나의 정체감에 통합해 한 사람으로서 고유한 일상을 지켜가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런데 ‘생존자’라는 말은 암에 걸린 사람은 살아남는 게 중요하지, 다른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는 인상을 준다. 오직 생존에만 최선을 다해야만 할 것 같았다. -135쪽

 

이렇게 몸을 ‘억압’하는 사회에서 몸은 마음이 하는 공부나 일의 성과를 내기 위한 ‘도구’로 대해진다. 몸이 쉬고 싶다고 하면 카페인을 들이붓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알코올을 섭취해 몸을 탈진시킨다. 혹은 타인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외모를 갖추기 위해 먹고 싶은 걸 참고 다이어트를 하며, 억지로 운동을 해 몸을 만든다. 얼핏 몸을 관리하는 것 같지만, 이는 몸을 존중하기보다는 일종의 자기혐오가 깔린 행위들이다.

하지만, 방사선 치료 부작용 덕에 필라테스를 하면서 내 몸을 유심히 관찰하고 느껴보니 몸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연결되어 있는 근육의 움직임이 신비로웠다. 비로소 내 몸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157쪽

 

삶에는 어떤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다. 나 자신도 모순된 모습들을 함께 지니고 있다. 또한, 삶의 많은 부분은 ‘그러나’가 아니라 ‘그리고’로 연결될 때 더 진실에 가까워짐을 이젠 안다. 이를 받아들이자, 삶이 전보다 평온해졌다. 어쩌면, 이게 암 경험을 통해 내가 이뤄낸 ‘외상 후 성장’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프고, 강하다. 삶은 거세고, 고요하다. -181~182쪽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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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저자 : 송주연
모두가 존중받는 ‘평등’을 실천하기 위해 상담심리사로 일하며 글을 쓰고 있다. 그러다 18번째 결혼기념일에 유방암 선고를 받았고, ‘아픈 이’들이 존중받지 못하는 세상을 경험했다. 장애를 전제하고 만들어진 ‘무장애 공원’이 모두에게 편안함을 선사하듯, ‘건강’이 아닌 ‘질병’이 기준인 사회가 될 때 질병, 노화, 죽음이라는 인간 실존의 조건을 더 편안하게 수용하게 되리라 믿으며 이 책을 썼다.
쓴 책으로 성평등을 다룬 《엄마로 태어난 여자는 없다》,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는 방법을 담은 《이 선 넘지 말아 줄래요?》, 모든 생명이 평등해지길 바라며 쓴 《개와 살기 시작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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