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기업의 비자금을 빼돌리는 유쾌하고도 기막힌 반전 게임!
변하지 않을 것 같은 현실. 여전히 계급과 차별이 난무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을 시원하게 긁어줄 『동물농장』이 출간되었다. 『동물농장』은 비리 기업과 재벌가들의 실체를 낱낱이 보여주고 통쾌하게 복수하며 ‘결국 선이 승리한다’는 정의를 시원하게 풀어낸다. 답답한 일상 속에서 마음의 응어리를 조금이나마 내려놓고 싶다면 탄탄한 계급 정복 스토리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이 책이 마음에 들 것이다.
마루그룹 최현백의 만행으로 회사와 남편을 잃은 태은의 모친. 그리고 자신에게 닥친 운명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연명하는 태은. ‘가진 자만이 유리한 세상’ 속에서 꿈도 미래도 없이 살아가는 그녀에게 똑같은 피해자인 김선우가 찾아와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부유하고 행복한 미래를 제시한다.
조작된 과거로 태어난 순간부터 고통스러운 나날을 살아야 했던 태은은 진실을 깨닫고 분노하지만, 막상 김선우의 동물농장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겁이 난다. 그러나 이내 곧 자신이 스스로 움직여야 모든 역사를 바로 잡을 수 있다는 것을 간파하고 마침내 평범한 휴학생이란 정체성을 내던진다. 새롭게 태어나 처음으로 자신의 뜻을 펼치며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세상으로 나아가는 태은의 모습을 통해 이 책을 읽는 독자들 또한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될 것이다.
“태은 씨를 구렁텅이에서 구해내는 건 오직 태은 씨만이 할 수 있어요. 지하 바닥에서 펜트하우스까지 수직 상승하는 거예요.” (162쪽)
신 계급사회에 소시민으로 살면서 지켜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작가는 묻는다
『동물농장』은 ‘선이 승리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악인 최현백이 스스로 무너져 피해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제껏 보아오던 선과 악의 구조처럼 억지로 무릎 꿇린 악이 아니다. 용서받을 수 없는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과거를 돌아보고 참회하는 악인의 모습은 재벌과 소시민의 대립을 떠나 인간의 나약함을 통찰한다. 콧대 높은 재벌 집안도 알고 보면 답답하고 어지러운 속사정이 있을 터. 그들 가운데에도 가해자와 피해자는 존재한다.
세상이 말하는 최고 가치인 권력, 재산, 행복 등 각기 좇는 인생의 목표는 다르지만, 그 속엔 많은 피 흘림이 있다. 그러나 적어도 열심 다해 살아온 삶에 대한 인정은 있어야 되지 않겠느냐는 김이은 작가의 따뜻한 시선은 끊이지 않은 사회의 이슈 속에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까지도 짚어준다. 장르적 상상력과 삶에 대한 철학까지 날카롭게 찔러주는 『동물농장』은 문단과 장르 소설의 경계에 새로운 반향을 몰고 올 것이다.
태은은 이제 세상의 이면을 볼 줄 아는 눈이 생겼다. 그러므로 더 이상 많은 이들의 억울함을 외면하지 못하겠지. 어떻게 해야 되돌려 받을 수 있는지도 알았다. 그러나 그 방법이 스스로를 망가트리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가해자가 되는 일 아니던가.
저도 모르게 눈가가 붉어졌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괴로움이었다. (38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