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입니다. 남성 4명 중 1명이, 여성 3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의 노인입니다. 숫자로 따지면 3500만 명이 넘습니다.
이 거대한 고령자 집단이 오늘날 사회의 주류 집단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인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일본은 1000조 원에 달하는 정부 예산 중 상당 부분을 이 주류 집단의 건강과 생활 유지에 쏟아붓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희망’과 ‘기대’도 있습니다. 3500만 명의 고령자 중에 적어도 절반 이상은 ‘젊은 노인’들입니다.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라고도 부릅니다. 특히 ‘단카이 세대’로 불리는 베이비부머 은퇴자들은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젊은이들보다 건강하고, 현역 직장인들보다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으며,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지난 2007년, 이 초고령 ‘신인류’가 60세 환갑을 맞으면서 대거 정년퇴직을 했습니다. 당시 일본 매체는 이들의 무더기 퇴장이 가져올 사회적인 충격을 ‘2007 문제’라고 명명하면서 대서특필했습니다. 우수한 인적 자원의 손실 등 사회·경제적인 논의와 함께 젊은 노인들의 ‘은퇴 절벽’에 대한 우려와 대응책도 쏟아져 나왔습니다.
‘회사 인간’이라고 불릴 정도로 직장이 전부인 줄 알았던 은퇴남들, 직장 주변은 속속들이 잘 알면서도 정작 자기가 사는 곳에 대해서는 어리숙한 이른바 ‘파트타임(Part time) 시민들’에게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매체, 학계, 기업, 시민단체를 포함한 전 사회가 마치 컨설턴트라도 된 것처럼 애정 어린 조언들을 쏟아 냈습니다. 지역 사회에 연착륙하기를 염원하는 다양한 ‘노후 데뷔’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본문 7~8쪽〉
집 안에 ‘나만의 은신처’를 만들어라
은퇴 후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가 하루 종일 거실에 떠억 버티고 앉아 있는 일이다. 그러다가는 아내의 구박이 쏟아지고 결국 ‘대형 쓰레기’ 취급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런 날을 맞이하고 싶지 않다면 가급적 자주 아내의 눈 밖으로 사라져 주는 게 상책이다.
아내의 눈 밖으로 사라지려면 몸을 숨길 수 있는 ‘은신처’가 필요하다. 그런데 은신처가 굳이 먼 곳에 있을 필요는 없다.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나만의 공간을 집 안에 만들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 공간 안에서 직장 생활로부터의 해방감을 만끽해 보자. 나만의 은신처에서는 누운 채로 보고 싶은 영화를 틀어 놓고 아작아작 소리 내며 과자를 먹어도 된다. 일본에서는 실제로 적지 않은 은퇴자들이 퇴직 후 집 안을 리모델링해 은신처를 만들고 있는데, 주로 독립한 자녀들의 방을 활용한다고 한다. -〈본문 33~34쪽〉
끊고, 버리고, 이별하라
단사리란 문자 그대로 일상에서 필요 없는 것을 끊고(斷), 불필요한 물건을 과감히 버리며(捨), 물건에 대한 집착과 이별(離)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집착을 버리고 심적 평온 상태를 지향하는 요가 철학의 단행(斷行), 사행(捨行), 이행(離行)에서 따온 개념으로 작가 야마시타 히데코(山下秀子가 이 철학을 청소와 정리정돈이라는 일상에 접목시켜 큰 인기를 얻었다. 단사리는 당시 대량 정년퇴직을 맞이하는 단카이 세대의 강한 공감을 얻으면서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단사리의 핵심은 ‘버려라, 그러면 얻을 것이다’로 정리할 수 있다. 이는 신변의 물건을 정리하는 ‘뺄셈’의 생활 습관이 아니라 과거 물건에 대한 집착을 버림으로써 새로운 마음의 여유를 얻는다는 ‘덧셈’의 철학이다. 이 철학은 은퇴를 앞둔 이들에게 충만한 인생 2막을 펼쳐 갈 수 있는 지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신변과 관련된 물건 중 무엇을 버리고 남길까 선택하는 과정에서 현재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본문 43쪽〉
재취업, 이런 사람은 성공 못 한다
재취업에 ‘외면당하는 시니어’ 중 가장 으뜸 유형은 ‘자존심이 강하고 겸손하지 못한 사람’이다. 재취업을 하면 이전보다 직급 등이 낮아지는데, 자존심을 너무 앞세우는 사람은 이 같은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완고한 성격으로는 후배에게 지시를 받아야 하는 상황 등에서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렵다.
이전에 몸담았던 직장과 현재 상황을 비교하려 들거나 과거의 지위나 인맥에 얽매이는 행태도 재취업 시장에서는 ‘레드카드’다. 이밖에 ‘역할이나 직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 ‘기술과 지식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 사람’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외면당하는 시니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재취업 시장에서 가장 경쟁력이 높은 유형은 전문성과 실무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풍부한 지식과 경험의 소유자도 시니어 채용 1순위에 해당한다. 이런 능력과 함께 밝은 성격, 넘치는 활기, 균형 감각, 사고의 유연성 등이 ‘유용한 시니어’의 덕목으로 조사됐다. 자신의 역할을 눈치 빠르게 알아채고, 젊은 경영자와도 대화가 가능한 것 또한 재취업의 주요 성공 포인트라고 마이스터 60은 강조한다. -〈본문 76~77쪽〉
노후를 위협하는 6가지 적: 팔리지 않는 집
‘노후에 돈 없으면 집 팔아 마련하면 된다’는 말은 일본에서 이미 옛날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요즘 노인 대국 일본의 골머리를 썩이는 문제 가운데 하나가 늘어나는 ‘빈집’이다. 일본 전체 가구 수에서 빈집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국 평균 13%를 넘어섰다. 전체 주택 수가 6000만 채 정도니 대략 780만 채가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라는 것이다.
물론 빈집이 도시보다 농촌에 몰려 있긴 하지만 도쿄 도심의 빈집 문제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상황까지 와 버렸다. 도쿄의 일부 구청은 빈집 관리나 해체를 하는 기관에 지원금까지 주며 문제 해결을 위해 애쓰고 있는 실정이다.
빈집 문제는 일본에서 부동산이 노후 자금으로 대체되는 시절이 끝났음을 방증한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의 자산 가치는 계속해서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확신하고 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정답은 ‘팔 수 있다면 당장 파는 것이 좋다’다. 도쿄 도심의 알짜배기 땅이나 일부 개발 이익이 예상되는 특별구역이 아니라면 속상하더라도 지금 파는 게 그나마 남는 장사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일본 주택 가격이 앞으로 20년 동안 매년 2%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목전에 둔 한국 사회의 부동산 전망도 긴 안목에서 따져 봐야 한다. -〈본문 143~144쪽〉
좋아하는 것에서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라
사회학자이자 고령사회 전문가인 우에노 지즈코(上野千鶴子) 도쿄대학교 명예교수가 내놓은 주장이 상당히 흥미롭다. 제3의 인연이라고 해서 꼭 이웃들과 사이좋게 지내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도시화의 매력은 마음에 맞지 않은 이웃과 사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상황에 따른 ‘용도별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그의 말 중에 눈에 띄는 것이 ‘용도별 파트너십’이라는 용어인데, 이것은 은퇴 이후 일상의 다양한 분야를 함께하는 분야별 인간관계를 말한다. 우에노 교수는 용도별 파트너십, 즉 제3의 인간관계는 ‘교양 파트너십, 전문가 그룹 파트너십, 스포츠 파트너십, 식사 파트너십’ 등 자신이 필요로 하는 ‘일상생활과 관련된 모임’이라고 설명한다. 예컨대, 교양 파트너십의 경우 전통문화, 오페라, 연극, 영화 등으로 장르를 세분화하고 그 분야의 프로가 해설을 위해 동반하는 것 등도 제3의 인간관계에 해당한다.
우에노 교수는 이 같은 용도별 파트너십을 구축할 때의 주의점으로 회원들의 이해관계가 개입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은퇴 후 모임에서는 이해관계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3의 인간관계론’은 퇴직 남성들뿐 아니라 홀로 사는 여성을 포함한 독신자들에게도 훌륭한 ‘행복 은퇴 전략’으로 손색이 없다. 일본 은퇴 전문가들이 말하는 제3의 인간관계, 직장 밖 인연 만들기의 중요성은 한국의 은퇴 예비군들도 새겨들을 만한 이야기가 아닐까. -〈본문 175쪽〉
혼자가 되어도 즐겁게 잘 사는 10가지 원칙
긴급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 가능하다는 것은 성공적인 나 홀로 노후의 핵심 요소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고나 건강상의 위급한 상황에서 당장 도움이 되는 사람은 나와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이웃일 가능성이 높다. 평소 집 주변에 사는 사람들과 잘 사귀어 두면 곤란할 때 혈육보다 더 긴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런 이유에서 지켜야 할 네 번째 원칙은 이웃에게는 반드시 먼저 인사하라는 것이다. 도심 아파트에서는 같은 동은 물론 같은 층에 거주하는 이웃 주민들일지라도 인사를 주고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상대가 먼저 밝게 인사를 건네는데 그것을 무시하거나 불쾌해할 사람은 없다. 이제부터는 엘리베이터에서 얼굴을 마주치면 먼저 간단한 목례라도 하자. 가볍게 주고받는 인사가 이웃들과 거리를 좁히는 계기가 되어 준다.
다섯째, 쇼핑은 인근 상점가를 이용해야 한다. 집 근처 상점가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상점 사람들과 친분을 쌓아 두자. 물건을 구매하며 담소를 나누고 가까워지는 과정에서 지역 사회의 최신 정보를 얻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여섯째, 지역 행사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지역 주민 활동에 얼굴을 불쑥 내미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뛰어들어 보자. 그것이 당신의 노후 인적 네트워크를 넓혀 줄 것이다. 지역 축제와 같은 행사를 기회 삼아 지역 주민 활동에 첫발을 내디디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본문 185~186쪽〉
혼자 사는 힘 기르기 훈련
나 홀로 여행이 여의치 않다면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낯선 곳의 카페에 가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거나 전시회, 공연 등을 혼자 관람하면서 자기만의 시간을 온전히 가져 보는 것도 고독력을 기르는 좋은 방법이다. 물론 집에서 혼자 지내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익숙한 장소에서는 자신을 진지하게 되돌아보기가 쉽지 않다. 가급적 일상에서 멀리 떨어진, 낯선 곳에서 시간을 보낼 때 고독력이 만들어진다.
자서전을 써 보는 것도 혼자 사는 힘을 기르는 데 효과적이라고 호사카 교수는 말한다. 실제로 최근 일본에서는 자신의 역사, 즉 자기 인생사를 직접 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자서전을 쓰다 보면 그 과정에서 전혀 생각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과 조우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면 자신의 삶에 몰입할 수 있게 되고, 인생을 마주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지면서 고독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 자서전을 쓰면 그동안 살면서 하지 못했던 것, 아쉬웠던 것을 다시 한 번 꿈꾸는 계기를 가질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다 보면 앞으로 다가올 기나긴 후반기 인생이 그것을 실천하기 위한 기회의 시간으로 바뀐다. 자연히 은퇴 후 찾아올 노후를 기대감을 품고 맞이할 수 있게 된다. -〈본문 204~205쪽〉
60대에 반드시 해 둬야 후회하지 않는 것들
남자 또는 여자 됨의 기쁨을 잊지 않는다: 자신의 남성성 또는 여성성을 의식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인생에서 느끼는 즐거움의 ‘깊이’가 다르다고 한다. 또 남성이든 여성이든 스스로를 관능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오래 산다고 한다. 신체적인 ‘접촉’이 주는 행복감을 느끼는 것 또한 중요하다. 누군가의 품에 안기거나, 품에 안아 주는 등의 신체 접촉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안정감을 높여 준다. 이를 느끼면서 남자와 여자로 돌아가는 시간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보자.
미래에 투자하고 사랑을 전파하라: 마지막으로 어린이와 젊은이들에게 투자할 것을 권한다. 재능 있는 젊은이들에게 지혜와 돈을 전수해 주는 것은 당신이 살아온 삶을 증거로 남기는 것과 연결된다. 또 젊은 친구들을 사귀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준다. 주위에 사랑을 전파하는 것도 행복한 노후를 위한 필수 요소다. 이제까지 인생을 살아오면서 당신을 지지해 주고 도와줬던 친구, 지인, 직장 동료의 얼굴을 떠올려 보자. 그리고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 내 인생이 무르익었다는 점을 상기하자. 감사하는 마음이 일 것이다. 그러면 꼭 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라. 그리고 무엇보다 늘 자신을 사랑하라. -〈본문 252~25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