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유정난 후, 20년 뒤에 벌어진 초유의 사태!
두 명의 왕자가 단 하나의 권좌를 놓고
수양의 진짜 손자임을 증명해야 한다
계유정난이 일어난 그날 밤, 수양대군과 김종서의 종손이 같은 절에서 태어나고, 두 아기가 몰래 뒤바뀌는 사건이 벌어진다. 수양에게는 가장 높은 왕좌를 차지할 운명을 움켜쥔 동시에,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자신의 종손이 진짜인지 의심해야 하는 지옥도가 펼쳐진 날이 된다.
핏줄을 의심해 그동안 수양은 세자 책봉을 미루고 있었는데, 괴벽보가 나붙으면서 왕과 역적의 손자가 뒤바뀌었다는 것이 만천하에 알려진다. 그리고 진짜 수양의 손자일지 모르는 또 하나의 왕자, 신우가 등장한다.
수양은 물론이고 조정에서도 진짜 왕손을 가리지 못하자, 왕재 시험을 통해 보위에 오를 자격을 주기로 한다. 한명회를 비롯한 공신들은 그들이 조종하기 수월한 현을 종손이라 주장하며 지지한다. 반면, 젊은 신료들은 공신들에 휘둘리는 정치를 혁신하기 위해 기반 없는 신우를 밀어주게 되면서 본격적인 파벌 싸움을 시작한다.
하나는 왕이 되지만 하나는 역적이 되어 죽을 수밖에 없는 왕재 시험이 격렬해지면서 신우와 현의 고민도 깊어진다. 수양이 아닌 역적 김종서의 손자일지 모른다는 의심, 어쩌면 자신이 진짜 수양의 손자일지 모른다는 불안. 양가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자라나고 어느덧 왕재 시험은 권좌의 주인을 결정하는 마지막 관문을 향해 치닫는다. 왕이 되느냐, 역적으로 죽느냐! 두 왕자의 운명이 아슬아슬하고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국본』은 수양의 이기적 욕망에서 시작된 업보가 자신의 후손에게까지 어떻게 이어져 되돌아오는지를 드라마틱하게 펼쳐 보여준다. 순리를 어기고 패륜을 저지른 수양에 대한 단죄와 충신 김종서의 회복에 대한 작가의 염원이 반영된 통쾌한 복수극이기도 하다. 가설에 의거한 대체역사소설이지만, 조선의 정체성을 뒤흔들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실제 역사보다 더 묵직하고 깊은 울림을 준다.
드라마 쓰는 역사소설가 서자영 작가의 새로운 시도,
‘하늘이 내린 왕’이 아닌 ‘능력 있는 왕’을 뽑는다
노비를 별당아씨로 만들어 양반들을 속이고 신분제의 허위를 고발하는 『별안간 아씨』, 상극의 사주를 가진 남녀가 사주의 한계를 극복하고 사랑을 쟁취하는 『사주팔자』 등 기발한 발상으로 역사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서자영 작가가 이번에는 더 큰 스케일과 역동적인 이야기로 찾아왔다.
작가는 왕과 역적의 종손이 뒤바뀌었다는 설정에서 시작해, 진짜 왕의 핏줄을 구분하지 못해 왕재 시험을 통해 능력으로 왕을 뽑는다는 기발한 상상을 펼쳐나간다. 그동안 역사소설에서 볼 수 없었던 ‘능력 있는 왕’을 뽑는다는 설정을 시도한 것이다.
언제나 왕은 정해져 있거나 어차피 왕이 될 운명을 찾아가는 게 고작인데, 『국본』에서는 왕의 소양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과정을 박진감 있게 보여주면서 이전에 볼 수 없던 사극의 이야기 구조를 만들어냈다.
또한 이번 작품에서도 서자영 작가 작품에서 늘 돋보이는 주체적인 여성이 등장한다. 바로 한명회의 첫째 딸 혜주다. 얼핏 보기에는 남부러울 것 없는 귀한 아씨지만, 자신의 행복이 뭔지도 모르고 중전이라는 목표 하나만 가지고 살아온 가여운 인물이다.
그런 혜주가 신우를 만난 후 진정한 행복을 찾으려고 발버둥 치고, 심지어 가문을 저버리고 새롭게 출발하는 선택을 하는 주체적인 인물로 탈바꿈한다. 혜주의 성장 역시 『국본』을 더 흥미롭게 만드는 서사이자, 서자영 작가의 페르소나와도 같은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를 경험하는 기회이다.
실제로 왕이 될 기회를 두 번이나 놓친 월산군,
풀리지 않는 의문에 대한 놀라운 상상력
『국본』의 역사적 시점은 성종의 형이자 세조의 종손인 월산군의 책봉이 계속 미뤄지면서 조정에서도 문제로 대두되던 시기였다. 그러나 결국 월산군은 세손으로 책봉되지 못한다.
역사 속에서 월산군이 왕위에 오를 수 있었던 기회는 두 번이었다. 먼저 의경세자가 요절하고 종법에 따라 세손이었던 월산군이 세조 다음으로 보위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세조는 어린 왕에게 반기를 들고 권좌를 차지한 자신의 역사가 반복될까 두려웠는지 둘째 아들인 예종에게 보위를 넘겨준다.
두 번째는 숙부인 예종이 단명하자 형인 월산군이 아닌 동생 잘산군(성종)이 왕위에 오른 것이다. 이 이유 역시 명확하지 않다. 당시 권력을 쥐고 있던 한명회가 사위인 잘산군을 보위에 올린 거라는 설과 당시 월산군의 건강이 좋지 않았다는 설이 함께 전해진다. 하지만 두 의견 모두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월산군 입장에서는 왕위에 오를 기회를 두 번이나 놓친 셈이다. 과연 역사에 남기지 못할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서자영 작가는 월산군이 보위에 오르지 못한 이유를 세조의 인생에서 가장 큰 대척점에 있던 인물인 김종서와 세조 본인이 가진 의심을 엮어 새로운 가설로 만들어냈다. 세조가 저지른 업보가 종손인 월산군에게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그렇게 왕과 역적의 손자가 바뀌었다는 기발한 상상으로 자신의 뿌리를 의심받는 왕자, 현의 이야기가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