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리아 아르테는 저주받았다.
그녀가 그 사실을 처음 깨달은 건 두 번의 삶이 허망하게 끝난 뒤였다. 스물한 살, 미친 듯이 사랑했던 후작가의 도련님에게 배신당한 그녀는 연인을 기다리다가 눈보라 속에 갇혀 얼어 죽었다. 그게 첫 번째 죽음이었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카루스 란케아라는 이름의 제국군 사령관에게 구출된 뒤였다.
_17쪽(『나쁜 시녀들 1』)
마조람 후작을 무너뜨리기 위해선 바이칸의 힘이 필요하다.
율리아는 여덟 번의 삶을 살고 나서야 그 사실을 깨달았다.
마조람 후작은 개인이 아니었다. 수많은 가문과 그들 사이의 이해 관계, 그리고 온갖 권력자들이 얽혀 있는 하나의 덩어리였다. 그리고 그 꼭대기엔 국왕이 있었다.
‘그래서 계속 실패했던 거야.’
후작을 무너뜨려도 왕이 건재한 이상 아무 소용 없었다. 그녀는 개인이었고, 상대는 왕국이었다.
‘바이칸 제국의 힘을 이용하려면, 카루스 란케아를 손에 넣어야만 해.’
율리아는 계속 생각했다. 자신의 목표를 이루면서 카루스에게도 도움이 되는 길을 찾고자 애썼다.
_39쪽(『나쁜 시녀들 1』)
마조람의 목을 치기 위해선 여러 개의 무기가 필요하다.
심장을 찌를 화살, 목을 자를 검, 든든한 방패와 묵직한 창. 치명적인 독이 필요할 수도 있고, 막대한 금화가 들어갈 수도 있다. 왕족이란 신분, 무리를 이룬 귀족, 어쩌면 도둑이나 사기꾼이 필요해질 수도 있다.
율리아는 그 모든 걸 차근차근 준비해놓고, 마조람의 모든 것을 빼앗을 생각이었다.
‘내겐 카루스가 필요해. 그러려면 내가 먼저 그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
_87쪽(『나쁜 시녀들 1』)
“근데 왜 안 죽이는 겁니까?”
맥스웰은 그게 정말 궁금했다. 죽이면 간단하게 해결될 일을, 이렇게 복잡하게 처리하는 그녀의 방식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고민하던 율리아가 노래하듯이 말했다.
“죽이는 건 너무 쉽잖아요. 복수는 공들여서 하는 주의라서요.”
_242쪽(『나쁜 시녀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