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할아버지와 손녀의 추억, 그 소중함을 마음에 새기는 사랑의 송가
가족 간의 사랑을 온도로 대별하자면,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은 뜨거움에, 손주를 향한 조부모의 사랑은 따뜻함에 보다 가깝지 않을까요? 서툰 육아 과정에서 사랑과 기대가 혼재된 채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부모의 사랑이라면, 조부모의 사랑은 보다 온화하고 수용적으로 보이곤 해요. 이처럼 푸근한 사랑을 베풀어 주는 할아버지와 손녀의 관계에 집중하는 이 이야기는 카메라를 주요 요소로 이끌어 갑니다. 손녀가 자라는 매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는 할아버지의 표정은 더없이 자애롭고 행복해 보이고, 할아버지의 뭉근한 사랑과 함께 손녀는 씩씩하게 자랍니다.
기억이 흐려지는 할아버지를 대신해 손녀는 카메라를 들고
손녀가 어른이 되어 가는 사이, 할아버지는 늙어 갑니다. 그리고 늙어감 속에 치매라는 불청객이 찾아오지요. 기억이 점점 흐려지는 할아버지를 대신해 손녀는 카메라를 들고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함께하는 순간들을 사진으로 남깁니다. 지난 시간들이 다 잊혀지더라도 지금 함께하는 이 순간의 감정은 마음속에 남아 있음을 믿으며 손녀는 꿋꿋하게 추억을 만듭니다. 사진에서 할아버지의 표정이 평온하고 행복하게 보이는 이유일 것이다. 아이들은 치매를 앓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낯설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이 책 속 손녀를 보며 편찮으신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마음으로 다가가는 법을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세대를 건너뛴 사랑이 담긴 영원의 순간들
할아버지와 손녀가 함께한 일상은 장면 왼쪽에 두어 움직임을, 서로가 찍은 사진은 오른쪽에 두어 멈춤을 표현하며 이어지는 시간 속의 순간을 동시에 담았습니다. 손녀가 자라면서 사진의 크기는 커지고, 할아버지의 기억이 흐려질수록 사진의 크기는 작아집니다. 이러한 사진 크기의 변주는 탄생과 소멸을 포괄하는 시간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합니다. 정확한 색 구현이 특징인 포스터컬러를 사용해 세밀하게 완성된 이미지는 할아버지의 사랑 안에서 활기찬 손녀의 표정과, 손녀의 어루만짐 안에서 평온한 할아버지의 모습을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절제된 글과 풍부한 그림으로 표현해 낸 세대를 건너뛴 아름다운 가족애에 마음과 시선이 오래 머물게 되는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