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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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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책

금서기행


  • ISBN-13
    979-11-6909-232-6 (05800)
  • 출판사 / 임프린트
    주식회사 글항아리 / 주식회사 글항아리
  • 정가
    13,9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04-22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김유태
  • 번역
    -
  • 메인주제어
    문학: 문학사 및 평론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금서 #노벨문학상 #이데올로기 #문학: 문학사 및 평론 #인문 #문학 #역작 #안전 #사회 #독자
  • 도서유형
    전자책, EPUB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책소개

금지된 책을 열어젖힐 독자는 누구인가

겹겹으로 싸인 문을 열고 들어가면 드러나는 세계

망각 속에 묻힌 나쁜 책 30권을 광휘롭게 복권시키다

목차

들어가며_안전한 책들의 칵테일파티

 

1부 아시아인들은 못 읽는 책

8만 명의 성폭행을 고발하고 죽다

― 아이리스 장, 『난징의 강간』

‘상갓집 개’처럼 버림받은 우한의 수천만 생명

― 팡팡, 『우한일기』

주사 약솜 하나로 아홉 명을 문질렀다

― 옌롄커, 『딩씨 마을의 꿈』

CIA 간첩을 고문한 소설, 베트남에서 못 읽는 이유

― 비엣 타인 응우옌, 『동조자』

일본 731부대를 추적한 천재 소설가

― 켄 리우,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

 

2부 독자를 불편하게 할 것

우린 모두 ‘강자의 안경’을 심장에 박아넣었다

― 토니 모리슨, 『가장 푸른 눈』

연쇄살인범들의 성경으로 불렸던 피 얼룩 같은 책

― 브렛 이스턴 엘리스, 『아메리칸 사이코』

턱뼈 전체가 날아간 한 여성의 마약 사냥

― 척 팔라닉, 『인비저블 몬스터』

폭력과 증오는 사악한 세상이 잉태하는 것이다

― 카밀로 호세 셀라, 『파스쿠알 두아르테 가족』

금기를 구원처럼 선택하고야 마는 인간들의 자화상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어둠 속의 웃음소리』

 

3부 생각의 도살자들

한 번의 농담에 5년간 군대에 끌려간 남자

― 밀란 쿤데라, 『농담』

생각의 도살자여, 내 사유는 폐기할 수 없노라

― 보후밀 흐라발, 『너무 시끄러운 고독』

전두환의 계엄군도 광주 시민도 이 책을 읽고 똑같이 분노했다

― 이문열, 「필론의 돼지」

종이책이 마약보다 혐오스러운 세상은

― 레이 브래드버리, 『화씨 451』

돌에 묻은 피와 살 그리고 거기서 들리는 비명

― 이스마일 카다레, 『피라미드』

 

4부 섹스에 조심하는 삶의 이면들

낮에는 매춘부, 밤에는 소설가

― 넬리 아르캉, 『창녀』

왜 젊은 거장은 ‘자위행위 소설’을 썼을까

― 필립 로스, 『포트노이의 불평』

인간에게 죄의식을 선물한 바울식 운명의 강요

― 마광수, 『운명』

주린 배를 움켜쥐고도 내 성기는 발기했다

― 헨리 밀러, 『북회귀선』

초등학생인 내 아이가 LGBTQ 책을 읽는다면

― 조지 M. 존슨, 『모든 소년이 파랗지는 않다』

 

5부 신의 휘장을 찢어버린 문학

열네 살 소년 예수, 죄의 연좌제에 걸려들다

― 주제 사라마구, 『예수복음』

“예수가 두 아내와 동침” 묘사, 죽어서도 용서받지 못했다

― 니코스 카잔차키스, 『최후의 유혹』

니캅을 쓴 여학생들이 캠퍼스에 오기 시작했다

― 미셸 우엘벡, 『복종』

자비와 연민을 외치다가 목을 찔리다

― 나지브 마흐푸즈, 『우리 동네 아이들』

일주일 만에 쓴 소설로 30년째 망명 중

― 타슬리마 나스린, 『라자』

 

6부 저주가 덧씌워진 걸작들

다 읽는 순간, 자살하는 책

― 사데크 헤다야트, 『눈먼 부엉이』

과거가 현재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착각이다

― 도리트 라비니안, 『모든 강물』

픽션은 더 깊은 진실이다

― 아룬다티 로이, 『작은 것들의 신』

두 구의 시신 옆에서 상상한 미성년자들의 교접

― 비톨트 곰브로비치, 『포르노그라피아』

아무도 비판하지 않은 정부의 집단 통계 조작

― 조지 오웰, 『1984』

 

참고문헌

본문인용

책은 누군가의 삶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마음에서 시작되었다._7쪽

 

독자는 문장으로 적힌 지옥의 창문을 열어보면서 자유의 물결 속에 자신을 위치시킬 수 있다. 편협한 생각, 작가에 대한 권능자의 질투와 조바심이 금서를 만든다. 금서의 작가는 현실의 경계를 넘어서고자 힘썼던 초극적인 존재들이다. 그들은 안전하지 못한 책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었다. 금서를 읽으며 여행하는 일은 곤경에 처했던 책들의 광휘 가득한 복권이다. 금서를 선택하여 읽는다는 것은 잊힐 뻔했던 인류의 가치와 미래 지향적인 진의를 제자리에 위치시키는 독자讀者적 행위다. 독자는 망각의 물결에서 의식적으로 책의 불온함을 제거해준다. 이 위대한 일은 독자만이 해낼 수 있는 과업이다._15쪽

 

외면된 이유를 짚어볼까요. 우선 대만은 난징대학살 배상 책임을 요구하는 대신 일본에게서 ‘정식 국가’로 인정받아 교역하기를 바랐습니다. 둘째, 중국 공산당 입장에서 난징대학살은 자신들의 일이기보다 경쟁자였던 중국 국민당이 경험한 수치에 가까웠습니다. 셋째, 미국은 전쟁 이후의 안정을 위해 이 학살의 책임을 묻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일본은 1970년대부터 난징대학살과 ‘위안부’ 허구론을 펼칩니다. 난징의 참극은 그렇게 잊혀갔습니다. 그러던 중 고작 서른 살에 불과한 동양 이민자 출신의 미국인 여성이 중일전쟁의 만행, 중국 공산당의 무신경, 미국의 외면까지 아울러 비판하는 걸작 논픽션을 출간한 것입니다. 한 사람의 노력이, 망각됐던 비극의 기억을 역류시켰습니다._34쪽

 

절망의 씨앗은 도둑처럼 찾아와 생의 척박한 땅에 심어져 모든 풍경을 망쳐버립니다. 피콜라의 아빠 촐리가 감옥에서 출소한 겁니다. 촐리는 인간이 될 수 없는 인물이었습니다._95쪽

 

세상은 언제나 포장지 없는 날것으로 우리에게 비극을 보여주지만 소설이 그 날것을 거울처럼 옮겨 적는 일은 늘 불허되었습니다. 토니 모리슨의 글은 그 날것을 바라보게 해주는 창窓과 같은 기능을 했습니다. _97쪽

 

예술은 픽션을 통해 세상의 구조적 모순을 이해하도록 인간을 이끕니다. 베이트먼의 광란에 가까운 범죄 묘사는 인간에 대한 존중이 허물어지고 한낱 물질로 폄하되는 세계, 윤리적 인간과 도덕적 사회가 더 이상 설 자리를 잃어가는 현실을 더 선명하게 비춥니다. 『아메리칸 사이코』는 그런 점에서 현실을 보여주는 (반어적 의미에서의) 윤리적 거울로 기능합니다. 비상식적이고 비합법적인 베이트먼의 살인 연극을 목격하고 나면 윤리적 기준이 완전히 망실된 우리 세계, 인간이 쾌락을 위해 물질화되는 시대를 고민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것이 『아메리칸 사이코』의 잔혹한 묘사를 이해하는 하나의 길일 것입니다._111쪽

 

칼을 갈면서, 두아르테는 살인을 사유합니다. 그러고는 바로 그 논란의 장면이 시작됩니다. 차마 옮겨 적을 수 없는 ‘모친 살해’ 장면 말입니다. 아들이 어머니를 자기 손으로 죽이는 모습이 책에는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그것은 모성의 부정이며 운명에 대한 난도질이었습니다. 숨을 거둔 두아르테의 어머니는 유죄일까요, 무죄일까요._130쪽

 

두아르테는 첫째, 아내와 상간남 살인으로 3년 복역, 둘째, 어머니 살해로 약 13년 복역 후 풀려났다가 셋째, 결국 지주 살인으로 다시 갇혀 교수형에 처해진 것입니다. 셋째의 경우, ‘전쟁 주체의 도구(정권의 끄나풀)’가 되어 누군가를 살해하는 데 앞장섰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두 차례의 교도소 수감을 통한 두아르테 교화는 불가능했고(제도의 실패), 교도소 시절 두아르테를 아끼며 교육했던 가톨릭 사제도 그의 재범을 막지 못했습니다(영성의 실패). 사회의 제도도 종교의 영성도 폭력의 발생을 제지하지 못했다는 점이 『파스쿠알 두아르테 가족』에 숨겨진 또 하나의 깊은 주제입니다. 결국 두아르테의 실패는 한 선량한 시민의 실패이며, 나아가 인간의 실패라는 주제를 형성합니다._135~136쪽

 

쿤데라처럼 아름다운 문장을 탐하는 이들이라면 영원히 기억할 만합니다. “아름다움이란 더 이상 아무런 희망도 없는 인간에게 가능한 마지막 승리다.” 마치 밀란 쿤데라의 문학 인생을 즙으로 짜낸 듯한 문장이란 생각이 드는 것은 저뿐일까요. 그의 문장을 읽는다는 것은 세계 전체와 호흡하는 행위이기도 합니다._161~162쪽

 

저 말을 한 혀가 잘리고 저 말을 하는 데 필요했던 목과 폐, 그리고 저 말을 강조하는 데 쓰였던 손까지 순서대로 ‘절단’됩니다._201~202쪽

 

좋은 문학이란 불안한 현실의 첨예한 모순을 빼어난 상징과 은유로 고발하면서, 동시에 소설 그 자체만으로도 인간의 숙명을 압축하는 글이 아니던가요. 한 시대를 작동시키는 정신의 심장을 차가운 메스로 도려내면서, 모든 시대의 살갗에 접촉하며 불에 덴 듯한 뜨거움을 주는 문학이야말로 참된 문학일 것입니다._331쪽

 

서평

안전하지 못한 책이 안전한 사회를 만든다  

 

나쁜 책이 있다. 읽는 순간 위험해질 수 있어 독자의 손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출판사를 협박하거나 혹은 인쇄된 책을 회수해 폐기한다. 주로 정치권력이나 종교계 권위자들이 나서서 한 일이다. 평범한 어떤 시민들도(그들은 권력자가 아니지만), 역시나 나쁜 책을 묵과할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한다. 읽는 순간 나와 내 가족이 살인 등의 사건, 부도덕 등의 가치 혼란에 물들거나, 내 아이의 정체성이 바뀌거나, 혹은 이교도들이 내가 사는 곳을 점거할 것 같아서다. 나쁜 책을 두려워한 모든 이는 ‘안전한’ 사회를 원했다. 

하지만 문학은 그 자체의 에너지보존 법칙이 있는 듯하다. 어떤 문학들은 뒷걸음질하는 법 없이 불에 덴 듯한 뜨거운 문장으로 파고들거나 혹은 카프카처럼 차가운 문체로 불길에 맞섰다. 작가들은 각자 다른 나라와 시대에 속해 다른 작품을 썼지만, 하나의 관점을 공유했다. ‘안전하지 못한 책이 안전한 사회를 만든다’는 역설이다. 

김유태의 『나쁜 책』은 인류의 역사에서 안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형된 후 널리 알려진 책 30권을 골라 여행을 떠난다. 여행(혹은 탐험)이라고 한 이유는 30권 모두 독자를 우선 작가의 모국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그 책은 그곳에서 찢기거나 방화되거나 국경 밖으로 내쳐졌기에 그 내력을 찾아 독자는 작품이 발표된 사회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대부분이 픽션인 이 순수문학 작품들은 허구의 산물로 대우받지 못하고 현실 법정의 피고인석에 세워졌다. 상상은 늘 현실보다 더 리얼하게 받아들여진다는 걸 역사는 우리에게 가르쳐왔다. 둘째, 이 작품들은 겉으로는 사회를 위반하는 듯 보이지만 그 안에 한 시대를 추동하는 정신이 심어져 있다. 그것들은 몇 겹의 구조로 되어 있으며, 저자는 중첩된 구조 속으로 독자와 동행하며 상징과 알레고리 등을 손에 만져지는 것처럼 감각적으로 들려준다. 그 안에서 문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고 예술 그 자체임을 입증하는데, 문장의 아름다움만으로도 우리 생을 충분히 떠받칠 만한 상판裳板으로서 역할하고 있다. 

금서의 역사는 ‘오독의 역사’와 동의어다. 금서를 둘러싼 세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첫째, 안전하지 못한 사회를 초월적인 문장의 합으로 안전하게 만들려는 작가. 둘째, 작가에 대한 질투와 조바심으로 독서를 금지하려는 자. 셋째, 곤경에 처한 책들을 읽는 독자. 이 중 가장 중요한 부류는 금서의 독자다. 그들은 망각 속에 있는 책들을 눈부시게 되살려낸다. 가장 치열하게 사고하는 독자들이 체계 바깥으로 자취를 감췄던 책들을 현실 속으로 편입시키는 것이다. “독자가 책의 불온함을 제거해준다.” 

이 책에서는 한국문학도 두 편 다뤘다. 이문열의 「필론의 돼지」와 마광수의 『운명』이다. 이문열의 책은 1980년부터 7년간 금서였지만 지금은 읽을 수 있다. 마광수의 책은 대법원의 음란물 판결에 아직도 묶여 있어 독자는 시중에서 이 책을 구해 볼 수 없고 유족 역시 재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 외 28권은 해외 작가들 작품인데, 모두 한국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지만 해당 국가에서는 여전히 금서 조치를 풀지 않고 있기도 하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대표 격인 미국도 여기서 예외가 아니다. 자국의 제국주의 만행을 계속 감추다가 이제는 없었던 일로 하려는 일본도 포함돼 있다. 

이 책에서 저자 김유태는 생존해 있는 금서의 작가들을 가능한 한 인터뷰하려 했다. 그렇게 해서 켄 리우, 옌롄커, 비엣 타인 응우옌, 팡팡, 이문열 작가의 육성이 이 책에 담겼다. 

여기 실린 금서들 중 상당수는 작가가 젊을 때 쓴 것이다. 아이리스 장은 『난징의 강간』을 서른 살에 집필했고, 넬리 아르캉은 『창녀』를 20대에 썼다. 힌두교인 학살을 다룬 『라자』 역시 타슬리마 나스린이 서른 즈음에 썼다.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로 금서 작가가 된 켄 리우 역시 젊다. 텍스트 속에서 현실의 자유를 실현하는 일에 젊은 예술가들이 좀더 대범하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금기의 선을 한번 넘은 이들은 후진하는 법 없이 점점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경향이 있다. 이를테면 나스린은 금서를 펴낸 이후 30년째 해외 망명 중이며, 작가, 의사, 인문주의자, 페미니스트로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금서가 역사를 추동케 하는 힘은 굳세다. 따라서 거기에 깃든 작가의 비극을 언급하는 게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여기 소개된 몇몇 작가는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아이리스 장은 서른여섯에 자신에게 방아쇠를 당겼는데, 난징 비극의 잔상들이 그녀에게 점점 짙게 배어들었기 때문이다. 아르캉, 헤다야트, 마광수도 문장으로 사회에 맞서다가 비슷한 운명을 맞았다. 하지만 저자는 “죽음을 좀더 삶 가까이에 두고 정확하게 통찰하면서 삶의 유의미성을 발견”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제목 ‘나쁜 책’은 반어적 의미로 읽혀야 할 것이다. 

저자는 금서 작가들의 문장과 문체에도 주목했다. 여기 소개된 이들의 다수가 노벨문학상, 부커상, 전미도서상 등을 수상한 작가여서 그들의 문학적 위상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저자 역시 시인으로서 다루는 대상에 걸맞게 어둡고 나쁜 책들에 최대한 밝은 빛을 겹치면서 자신의 문장을 가다듬었다. 책을 다루는 책의 작가로서 서른 명 작가의 문장을 제 문장 속에 녹여넣고 재탄생시키는 과정을 독자들은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날것처럼 세상을 투영하고 

선의로 가득한 책들을 구출하다 

 

금서의 역사는 곧 그 사회의 현실과 연결된다. 우선, 전 세계에서 아시아인들만 못 읽는 책들을 1부에서 다뤘다. 첫 번째 글부터 강렬하다. 8만 명에 대한 성폭행을 고발하는 책을 다루기 때문이다. 일본은 자국이 저지른 중일전쟁 때의 범죄를 조명한 『난징의 강간』을 일본 국민이 읽지 못하도록 오늘날까지 금지하고 있다. 현재 SF 작가 중 가장 큰 명성을 얻고 있는 켄 리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 역시 일본에서는 읽지 못한다. 악명 높은 731부대 이야기를 다뤄 일본 출판사는 이 작품만 빼고 켄 리우의 책을 출간했다. 옌롄커는 여덟 권이 중국 당국에 의해 출판 금지 처분을 받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금서를 낸 작가로 꼽힌다. 저자는 옌롄커를 세 번 인터뷰해 책에 실었는데, 그 내용이 심금을 울린다. 

2부는 독자를 불편하게 하는 책들이다. 이 책들은 표면적으로는 폭력성 때문에 금지됐다. 책이 폭력의 민낯을 포장지 없이 비추면 사회는 이를 금지했다. 하지만 저자는 그 은폐된 민낯 속에서 선의와 통찰을 캐낸다. ‘나쁜 책’은 끊임없이 ‘안전한 사회’에 균열을 낸다. 균열을 내는 가장 전략적인 방법은 독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다. 인간은 무섭고 끔찍한 것을 피하려 한다. 하지만 세상은 끔찍하고 무섭다. 그러니 우리 본성이, 혹은 감정적 습관이 현실을 외면하면서 세상을 자꾸 고정된 이미지로 가둬두고 더는 생각하지 않게 만드는 면이 있다. 『파스쿠알 두아르테 가족』에는 살인 사건이 등장하지만, 주인공은 살인을 ‘사유’하기 때문에 이 책은 걸작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어머니를 살해한 이 스페인 소설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그 원망스러운 어머니로 상징되는 국가를 고찰하게 된다. 치명적으로 아름다웠던 여주인공이 습격으로 얼굴의 반쪽을 잃으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룬 『인비저블 몬스터』는 총격 테러, 방화와 폭발, 납치와 살인 등의 소재 때문에 모든 출판사가 출간을 거절했지만, 세밀히 읽어보면 이 책의 핵심은 “나는 누구인가, 나를 나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사유한다는 데 있다. 

3부는 생각의 도살자들에 맞선 작품들을 다룬다. 즉 체제와 불화한 작품들이다. 쿤데라의 책은 농담이 허락되지 않는 공산주의 사회에서 농담을 시도했다는 이유로, 보후밀 흐라발의 책은 폐지를 쓸어 담는 노인 한탸의 이야기가 현 정권을 겨냥한다는 이유로 금서가 됐다. 하지만 정권이 책을 폐기하더라도 사상의 자유는 폐기되지 않은 채 두 작가는 세계적으로 독자들을 확보해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몇몇 작품은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독서가 금지됐다. 왜 많은 작가는 포르노로 오해받을 여지가 있는 작품들을 써낼까? “창조의 동력은 에로스이고, 에로스의 창조만큼 흥분되는 일은 없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하여 4부는 섹스에 조심하는 삶이 어떤 왜곡된 사회상을 낳고, 또 인간을 억압하며 결국 비극까지 불러오는지 다섯 작품을 통해 들여다본다. 독자는 적나라한 성적 묘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가령 『포트노이의 불평』은 책 전체가 자위행위에 관한 내용이어서 금서가 됐다. 하지만 주인공의 자위는 개인의 병증이 아니라 사회적 병증의 한 형태로 읽는 것이 이 소설을 보는 방법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즉 변태의 탄생 이유를 첨예하게 사유한다는 점에서 필립 로스의 이 소설은 문학적 성취를 이뤄낸다. 독자는 알 것이다, 주인공을 히스테리컬한 인물로 만들어낸 부모의 실체를. 그 유대인 부모는 한 번도 자식에게 영혼의 휴식을 허락하지 않고 도덕과 질서에 순응하게끔 숨 막히는 인생으로 이끌었다. 

문학이 가장 큰 도전을 한다고 여겨진 때는 종교에 맞섰을 때다. 종교는 늘 선한 얼굴(가면)을 하고 있어 자신들의 경전과 다르게 상상하는 문학을 신성모독으로 여겼다. 가톨릭 최고 권력자인 교황이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거나, 혹은 정치권력의 수장이 독실한 신자라면 종교 비판을 결코 좌시하지 않았다. 주제 사라마구, 니코스 카잔차키스와 같은 작가들이 바로 신의 이름으로 내쳐졌다. 하지만 이 작품들은 “인간 고통의 원인을 묻고자 하는 눈물의 서書로 읽어야 한다”. 

마지막 6부는 저주가 덧씌워진 걸작들을 다룬다. ‘다 읽는 순간, 자살하는 책’ ‘과거보다 현재가 중요하다는 것은 착각이다’ ‘픽션은 더 깊은 진실이다’ ‘두 구의 시신 옆에서 상상한 미성년자들의 교접’ ‘아무도 비판하지 않는 정부의 집단 통계 조작’이란 제목을 달고 있는 글들은 이 작품들에 씌워진 재앙을 한 꺼풀씩 벗겨낸다. 

 

***

 

이 책은 ‘나쁜 책’을 이렇게 정의한다. “날것처럼 세상을 투영하고 반영하는 것이 거부된 세상에서 무형의 마지노선인 ‘윤리’를 고민하며 그것을 회복하기 위한 선의로 가득한 책.” 저자는 이 선의로 가득한 책들을 구출하기 위해 『나쁜 책』을 썼다. 

절망의 씨앗이 삶의 풍경을 망쳐서 그것을 작가들이 거울처럼 비추면, 그 말을 한 혀는 잘리고 그것을 쓴 손가락은 절단됐다. 이것은 나쁜 책을 쓴 작가들에 대해 권력과 사회가 한 행위를 은유한 말 같지만, 실제로 살만 루슈디와 같은 이는 테러를 당해 한쪽 눈을 잃었고, 이 책에 소개된 나지브 마흐푸즈 역시 한 청년의 칼부림에 목이 찔렸다. 

『파스쿠알 두아르테 가족』이라는 작품을 보면 살인자 두아르테를 교화하려던 교도소는 실패하고(제도의 실패), 가톨릭 사제도 그의 재범을 막지 못했다(영성의 실패). 결국 폭력을 억누르지 못한 두아르테 이야기는 한 시민의 실패이자 인간의 실패라는 주제를 형성해나간다. 권력은 이런 책을 읽는 독자를 막으려고 금서로 지정하지만, 언제나 실패하는 것은 권력 자신일 것이다. 

 

저자소개

저자 : 김유태
기자 및 시인.
매일경제신문 문화부 기자. 2023년 7월부터 2024년 1월까지 연재 기획 ‘금서기행, 나쁜 책’으로 네이버, 다음 등 포털에서 6개월간 1000만 명의 독자를 만났다. 현재 문학·출판·영화 담당 기자로 일하며 ‘영화와 소설 사이’ ‘책에 대한 책’ ‘시가 있는 월요일’ 등을 연재하고 있다. 한국문학번역원 기획자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서 현대문학을 공부했고,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을 다니다 중퇴했다. 문예지 『현대시』로 등단해 문단에 나왔으며 시집 『그 일 말고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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