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국가에서 벌어지는 아동 노동의 현실을 다룬 동화다. 아름다운 모래사막과 황금으로 장식된 호텔, 반짝반짝 빛나는 것들로 이루어진 곳에서 맨발로 바쁘게 뛰어다니는 여덟 살 빅키와 티티. 어떤 아이들이 빛나는 것들을 보고 만지고 느낄 때 그 뒤편의 그림자 속에서 세상의 무게와 위협을 감내해야 하는 두 아이의 아픈 발자국을 이지은 작가의 섬세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박은미 작가의 다채로운 그림으로 채웠다.
‘황금빛 도시’라 불리는 인도의 자이살메르. 나쁜 사장 밑에서 도망쳐 나온 ‘빅키’는 이곳에서 비교적 착한 지금의 사장을 만나 인도식 홍차인 차이를 만드는 일을 한다. 매일같이 차이를 만들고 나르느라 바쁜 빅키의 눈에 부유한 국가에서 온 여행객들이 보인다. 무엇보다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아이들이 눈에 띈다. 자신과는 다르게 말간 얼굴, 윤기 나는 피부, 그리고 빛나는 눈동자.
식당에서 설거지와 청소를 하는 ‘티티’도 있다. 두 아이는 어렵게 탈출해 이곳으로 왔지만 티티는 여기서도 식당 사장에게 매질을 당한다. 빅키는 여행객 아이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그 아이들과 우리가 다른 게 뭘까?” 오늘도 자신이 차마 밟지 못하는 빛나는 바닥과 만지지 못하는 빛나는 문고리를 하염없이 보고 있는 빅키에게 티티는 다시 한번 이 지옥의 도시를 탈출하겠다고 말한다.
“너는 인도에서 가장 맛있는 차이를 만드는 사람이 되는 거야. 나는 세상에서 가장 구두를 잘 닦는 사람이 될 거야. 그래서 우리 다시 만나자. 알았지?” 황금빛 도시 속에서 가장 어두운 곳에 있는 아이들. 이들은 각자 꿈꿀 수 있는 빛을 찾아 다시 움직인다. 하지만 과연 남들이 닦아주지 않아도 빛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