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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사항 보고서


  • ISBN-13
    979-11-5740-401-8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네오북스 / 네오픽션
  • 정가
    17,5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03-04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최도담
  • 번역
    -
  • 메인주제어
    소설 및 연관 상품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소설 및 연관 상품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38 * 203 mm, 272 Page

책소개

“오늘도 창구 건너편에서

또 다른 상실이 걸어 들어오고 있다.”

타인의 슬픔을 마주하는 일

그 처절한 순간들의 기록

 

2021년 공직문학상 금상, 제9회 네오픽션상 우수상을 수상한 최도담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 ON 시리즈 스물한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전작에서 긴장감 넘치면서도 잔잔한 울림을 주는 서사로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최도담 작가가 이번에는 자신의 현 직장인 ‘실업급여과’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마치 응급실 속 생과 사를 넘나드는 환자들처럼, 실업급여과를 찾은 상실의 목소리들을 생생하게 들려주며 작가는 가장 보통의 이야기를 누구보다 특별하게 전한다.

이야기는 여느 날과 다를 것 없는 금요일 퇴근 무렵의 실업급여과에서 시작된다. 초조하게 일주일의 마지막을 기다리는 사람들 앞에 평범했던 일상의 종말이 조용히 찾아온다. 순식간에 윽박지르는 소리와 비명, 총성과 사이렌 소음으로 뒤섞인 혼란한 공간은 그곳에 있던 직원들에게 각기 다른 흔적을 남긴다. ‘삶에 닥치는 상실과 재난 앞에서 어떤 인간도 우아하고 견고하게 버틸 수 없’다는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매일같이 실업급여과에 흘러들어오는 사연과 그로 말미암은 재앙을 두 눈으로 목격하게 된다. 동시에 창구 건너편에 있는 직원들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보게 되면서 삶의 다양성과 그들 간의 극적인 연대의 희망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차례  

 

금요일의 복면들

1부

2부

3부

4부

에필로그

작가의 말

본문인용

책 속에서 

 

“얼마 전 내가 여기서 개수모를 당했어. 너희가 뭔데 실업급여를 주고 말고 결정해? 게다가 사람을 무시하고 말이야. 너희가 나를 무시했다고. 내가 그 복수를 하려고 오늘 여기 온 거야, 알아들어?”

복수라는 말이 무시무시한 심각성을 실어 날랐다. 잔인한 핏빛 죽음이 연상되는 단어였다. 돈을 훔치러 왔다는 말보다 더 직원들을 좌절로 내모는 암담한 표현이었다.  (10~11쪽)

 

모든 의학적 상태는 정상 궤도에 있지만 환자는 깨어나지 못한다. 이건 최악의 상황이라는 말이었다. 의학적 해석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것은 생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의사들은 수학 공식과도 같은 확실성으로 진단해야 한다. 그들이 고개를 갸웃거린다는 것은 돌팔이거나 암담한 사태라는 말이다.  (40쪽)

 

천안의 한 저수지에 잠겨 있던 차량이 끌려 올라온 것은 오후 햇살이 마지막 빛을 내고 있을 무렵이었다. 부식이 시작된 차량이 뭍으로 올라오고 운전석 문을 통해 한 남자가 발견되었다. 인근 주민이 저수지에서 낚시를 하다가 좌측 사이드미러가 떠오른 것을 신고하면서 수색이 시작되었다. 겨울 가뭄 탓에 수위가 낮아졌고 그 덕에 차량 일부가 노출된 덕이었다.  (75쪽)

 

재난을 겪은 사람에게 건네는 위로는 없었다. 꼭 위로가 필요한 건 아니었다. 함께 아침을 먹자고 말하거나 옆에 있어주는 것이면 족했다. 무사히 돌아와 다행이라고, 늦어서 걱정했다고 토닥여주는 말이면 더할 나위 없었다. 함께 있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몇 분 동안의 대화. 그 정도면 마음에 온기가 돌아올 것 같았다. 마음을 긁고 간 공포의 잔해들을 덜어낼 수도 있을지 몰랐다. 그러나 기대의 끝은 슬픔으로 다가오곤 했다. 슬픈 순간들 대부분은 기대한 것과 다른 모습으로 들이닥치는 현실에 있었다.  (111쪽)

 

희진과 재윤이 롤러코스터 꼭대기에 있을 때 호찬이 물었다.

“그곳에 사는 건 어떤 건가요? 두려워요?”

- 말해 뭐해요. 기괴한 상태라는 게 두려운 게 아니라 이 기괴함을 나밖에 느낄 수가 없다는 게 두려워요. 이건 죽은 것과 다르지 않은 거 같아요.

호찬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런 말 마요. 그럼 난 귀신과 얘기를 하고 있는 거라고.”  (147쪽)

 

“내 세금으로 일하는 것들이 잘한다. 전화를 받는 것도 당신들 일이잖아. 국가가 월급을 주는데 일을 왜 안 해!”

날카로운 목소리가 쏟아져 나와 공기를 메웠다.

“그래서 제가 어떻게 해드리면 될까요?”

희진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죄송하면 무릎이라도 꿇든가.”  (194쪽)

 

병원에 입원 중이던 5번 창구 직원 김재석이 사라진 것은 서이안의 병실에 괴한이 침입한 날이었다. 실종인지 도주인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었다. 김재석의 핸드폰을 추적 중이었는데 전원이 꺼진 지 열 시간이 넘었다. 진욱은 김재석의 마지막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병원으로 나섰다.  (218쪽)

 

이안은 낮에 피해자로서 진술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고 경찰서에 다녀왔다. 이미 알고 있는 서사였는데 아나운서의 언어적 확인은 낯설고도 새로웠다. 물기로 젖어들고 있는 이안의 어깨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이런 순간엔 제로의 공간이 절실히 그리웠다.  (254쪽)

서평

평범했던 일상을 전복하는 묵직한 상상력

 

금요일 퇴근 시간을 앞두고 주안시 고용센터 실업급여과에 복면을 쓴 테러범들이 들이닥친다. 옆구리에 총까지 찬 그들의 위협에 실업급여과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된다. 밖으로 나갈 통로는 봉쇄되고, 핸드폰은 모두 빼앗기고, 센터로 걸려 오는 전화를 받지 못해 벨 소리는 시끄럽게 울려댄다. 단 십여 분 만에 실업급여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세상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돈이 목적이라면 은행을 털지 왜 하필 고용센터를 찾아온 걸까. 이런 질문을 던질 독자에게 이야기는 재빠르게 ‘복수’라는 답변을 내놓는다. 민원인과 창구 직원, 실업급여를 두고 만들어진 원한으로 인해 서사의 인과관계는 설득력을 갖는다. 민원인으로 상담을 받았던 누군가가 앙심을 품고 일으킨 비일상적인 사건이라는 점에서, 독자는 이면의 이야기가 궁금해질 것이다. 한편으로는 같은 민원인의 입장이 되어 창구 직원들의 항변이 듣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센터 안의 적막을 깨는 총소리가 울리는 순간, 이야기의 전개는 독자의 관점과 함께 기존과 전혀 다른 국면을 맞는다.

 

“시선 속에 들어온 것은 침대 위에 드러누워 있는 나였다. 눈꺼풀이 단단히 잠겨 있고 보랏빛 입술도 틈새 없이 맞물린 모습이었다.” (35쪽)

 

실업급여과 4번 창구 직원이자 이야기의 주인공인 이안은 테러범의 총에 맞아 혼수상태에 빠졌다. 그러나 어찌 된 영문인지 육체에서 영혼이 분리된 기이한 현상을 겪게 되고, 그 덕에 공간을 이동하거나 남의 이야기를 엿들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이안은 아무도 자신을 볼 수 없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는 그 공간을 ‘제로의 공간’이라고 이름 붙인다. 언제 벗어날지, 벗어날 수는 있을지 모를 공간에서 이안은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듣게 된다.

다소 판타지처럼 느껴질 수 있는 요소지만, 이안의 유체 이탈은 독자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이안의 눈과 입을 통해 독자는 민원인의 사연뿐 아니라 창구 직원으로서의 고충 역시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한 이들의 사정을 이해하는 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판타지적 상상력을 빌려와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렇듯 〈특이사항 보고서〉에 드러나는 상상력은 단순히 범죄 사건의 용의자와 피해자, 민원인과 상담 직원이라는 설정에서 그치지 않고, ‘나를 둘러싼 타인에 대한 이해’라는 작품 전체의 주제 의식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그 무게감이 느껴진다.

 

‘보통의 삶’이 지니는 특이점

 

이안은 제로의 공간에서 자신이 상담했던 민원인이나 함께 근무하던 다른 창구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덕분에 이안은 창구 건너편에서 들려오던 상실과 아픔을 마음 깊이 헤아려보기도 하고,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의 말 못 할 사정까지도 우연히 듣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들으려면 누군가의 조력이 필요하다. 제로의 공간 밖, 현실에 머무르는 누군가가. 2번 창구 직원 ‘호찬’이 바로 그런 존재다.

호찬은 감정을 통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어서 고용센터 내에서도 유명 인사였다. 무뚝뚝한 인상에 불편을 토로하는 민원인이 있을 지경이었지만, 누구도 호찬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런 호찬이 테러 사건 이후 제로의 공간에 있는 이안을 알아본 것이다. 호찬의 도움 아닌 도움으로 이안은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고, 어째서 호찬은 늘 무뚝뚝한 사람이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듣게 된다.

 

“호찬은 행복해지기 위해 애쓰지 않기로 했다. 세상에 대한 애정이나 희망은 점점 희미해졌다. 거기에 비례하여 삶의 두께도 얕아졌다. 크게 불행하지도 않았지만 행복도 없는 단조로운 삶이었고 호찬은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96쪽)

 

〈특이사항 보고서〉 속 인물이나 사건을 들여다보면, 작품 곳곳에서 느껴지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가 ‘보통’을 원하지만 그것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사실 소설 초반부터 명징하게 드러난다. 남들은 모르는 자신만의 시련 때문에 간신히 ‘평범’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강도 사건이라는 끔찍한 일이 닥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작품은 당연하게도, 그 어떤 인물의 사연도 동정하지 않는다. 이안과 호찬, 수많은 민원인, 심지어는 테러 용의자들에게도 사연은 있다. 자신의 힘듦을 말하지 못하지만, 그것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표출되고 그게 때로는 재앙으로 변모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이야기할 뿐이다. 누구나 보통의 삶을 원하지만 각기 다른 특이점을 지닌 우리는 보통이 될 수 없다. 대신 그 특이점을 귀 기울여 들어줄 수만 있다면, 이안과 호찬이 그랬듯 서로가 도움이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저자소개

저자 : 최도담
지은이
최도담
2021년 단편 「책 도둑」으로 공직문학상 금상을 수상했고 장편소설 『그렇게 할 수밖에』로 네오픽션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낮에는 공무원, 밤에는 소설가가 되는 이중생활을 이어오며 『특이사항 보고서』를 썼다. 현재는 『그렇게 할 수밖에』 의 후속편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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