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마흔이 됐다.
기자 생활 14년 차, 일 욕심을 낸 만큼 인정받고 있다.
열한 살, 열 살 연년생 두 아들은 한창 귀여울 때다.
그리고 암에 걸렸다.
지금까지 쉽게 살아온 인생은 아니었지만,
암 3기는 미증유의 경험이자 가장 험난한 시련이다.
가족들의 사랑, 지인들의 응원이 있다 해도
암과의 싸움은 외로울 수밖에 없다.
암과의 싸움, 그 외로움과 직면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기대는 법,
그리고 오롯이 홀로 서는 법을 새로 배워가고 있는
한 가장의 투병일기
2022년 12월에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암 유병자(집계를 시작한 1999년 이후 암 확진을 받아 치료 중이거나 완치된 사람)는 2021년 1월 1일 기준 227만 6,792명이다. 국민 23명당 1명이 암 환자이거나 암 환자였다는 것. 의학의 발달에 따라 암이 예전처럼 ‘발병=죽음’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치명적인 병임에는 틀림없다.
그런 병을, 한창 일에 몰두할 나이이자 아직 아빠 손이 필요한 어린 아이들을 둔 40대에 만나게 된다면?
도서출판 따비의 신간 《죽음이 다가와도 괜찮아》는 베이징 특파원을 지낸 인정받는 기자이자 열한 살, 열 살 두 아들을 둔 40대 가장인 연합뉴스 김진방 기자가 암 진단을 받은 후부터 기록한 투병일기다.
죽음이 다가오는데 괜찮을 리가
암 진단을 받은 사람은, 그것도 암 3기 진단을 받은 사람은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어떤 생각을 할까? 저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자신의 치료 과정에서, 혹은 만에 하나 자신이 가족과 함께하지 못하는 결말을 맞았을 때 가족들이 겪을 상실감과 경제적 위기를 걱정했다. 특히 베이징 특파원으로 홀로 떠나 있던 기간을 비롯해 두 아들과 함께 있어주지 못한 시간들을 절절히 후회하며 아버지 없이 자랄지도 모를 연년생 두 아들, 아이들을 홀로 키워야 할 마음 약한 아내, 그리고 자식을 앞세울지도 모를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과 자책에 시달린다.
이 책은 저자가 암에 맞서기 위한 의지를 다지는 한편 죽음에 대비해야 했던 복잡한 심경을 다스리며 써내려간 투병일기다. 무엇이 가족을 위한 결정인지를 두고 삶과 죽음 사이에서 고민하고, 기도를 통해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잡고, 완치를 목표로 투병생활을 계획하는 과정이 오롯이 담겨 있다.
죽음이 다가와도 괜찮아
저자의 암 진단 과정에는 새옹지마와 조삼모사라는 고사를 연상시키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저자는 자신을 늘 괴롭혔던 통증 덕분에(?) 암이 더 악화하기 전에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 오히려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또, 처음에 골육종이라고 진단받았기 때문에 림프종 3기로 최종진단을 받자 저자 자신이나 지인들이 뛸 듯이 기뻐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또한 항암치료를 진행하며, 저자는 일을, 가족을, 무엇보다 자신의 몸과 사고방식을 새로운 눈으로 들여다보게 된다. 암에 왜 걸리게 되었을까를 돌아보며 자신에게 기자 일이 어떤 의미였는지 다시 생각한다. 자부심을 가질 만큼 잘하고 사랑하는 일이었지만 그 일에 몰두한 만큼 잃은 것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친가와 처가는 물론 지인들의 일까지 모두 짊어지고자 했던 ‘홍반장’이었지만, 자신의 그런 슈퍼맨 콤플렉스가 가족과 지인들에게 부담을 주고 자기 자신을 갉아먹었음을 깨닫는다.
그래서 저자는 암을 계기로 자신이 ‘제2의 인생’을 살게 되었다고 말한다. 암과 싸우는 과정에서 가족들을 제대로 세우는 법, 지인들에게 의지하는 법을 새로 배우고 있다. 그런 후 맞이할, 완치 후 펼쳐질 인생 후반기를 기대하고 있다.
환자와 가족의 간극 메우기
저자는 자신처럼 암과 싸우고 있는 ‘동지’들을 응원하면서도, 이 책을 암 환자의 가족과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읽어주기를 바란다. 육체적으로는 물론 감정적으로 벼랑 끝에 서 있는 암 투병에서 저자에게 가장 고마운 존재였던 가족과 지인들이 또한 누구보다 저자를 섭섭하게 했다. 그것은 환자 자신이 느끼고 겪는 위기감과 그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의 위기감 사이에는 괴리가 있기 때문일 텐데, 자신의 경험이 그 간극을 좁히고 환자를 이해하는 안내서이자 지침서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실제로, 저자가 솔직하게 기록한 자신과 가족 및 지인들의 모습은 언젠가 암 환자가 될 수도, 암 환자의 가족이 될 수도 있는 독자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또한 암이라는 위기를 헤쳐 온 저자의 경험 자체―병원 외래 진료에 대비하는 사소한 팁부터 항암치료의 부작용에 시달리면서도 식사를 놓지 않는 비결, 포기하고픈 순간 의지를 다잡는 방법까지―가 예상치 못한 순간 다가올지도 모를 큰 병에 어떻게 대비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정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