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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샐린저 이어

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 원작 소설


  • ISBN-13
    979-11-90234-91-7 (03840)
  • 출판사 / 임프린트
    도서출판 잔 / 도서출판 잔
  • 정가
    15,8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2-10-12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조애나 라코프
  • 번역
    최지원
  • 메인주제어
    소설: 일반 및 문학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샐린저 #호밀밭의파수꾼 #에이전시 #출판 #문학 #작가 #꿈 #시인 #아날로그 #팬레터 #성장 #사회초년생 #인물소설 #소설: 일반 및 문학
  • 도서유형
    종이책, 반양장/소프트커버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24 * 188 mm, 372 Page

책소개

뉴욕에서 쓰는 인생 첫 페이지!

 

마거릿 퀄리, 시고니 위버 주연

《마이 뉴욕 다이어리(My Salinger Year)》 원작 소설

 

《뉴욕타임스》 편집자 및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베스트셀러

《가디언》 《북페이지》 《북라이엇》 2014년 최고의 책

《아마존》 2014년 6월 최고의 책

《북토피아》 2014년 올해의 책

《오프라닷컴》 2014년 여름 반드시 읽어야 할 책

굿리즈 초이스 어워드 최종 후보

 

《마이 샐린저 이어》는 작가를 꿈꾸는 사회 초년생 조애나가 냉정한 현실과 맞닥뜨리며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여 주는 자전 소설이다. 패션 세계의 뒷이야기를 다룬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문학 버전이라 할 수 있다. 독자들은 잘 알지 못하는 문학 세계의 뒷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려 냈다.

 

스물세 살 조애나는 대학원 졸업 후 작가의 꿈을 안고 뉴욕으로 간다. 우연히 파티에서 만난 친구에게 직업소개소를 통해 거대 단행본 출판사의 SF 임프린트에 취직했다는 얘기를 듣는다. 애당초 편집자가 되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이건 운명의 신호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직업소개소에서 출판사가 아닌 문학 에이전시를 추천받는다. 조애나는 에이전시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도 모른 채 에이전시의 보스 마거릿을 보조하는 어시스턴트로 취직한다. 그 유명한 《호밀밭의 파수꾼》의 작가 J. D. 샐린저가 속한 에이전시라는 사실은 상상도 못 했다.

조애나가 하는 일은 보스에게 걸려 온 전화를 연결해 주거나 보스가 건네는 녹음 테이프를 듣고 타자를 치는 정도다. 그런데 또 한 가지 업무가 있었다. 샐린저한테 편지를 보내는 팬들에게 에이전시에서 정해 놓은 답장을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팬레터를 읽으면서 그들의 진솔한 마음을 느끼고, 형식적인 답장 대신 한 명 한 명에게 정성껏 답장을 보낸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그토록 이루고 싶었던 꿈과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아가는데…….

목차

우리 애송이들 모두|13
겨울|17
봄|119
여름|215
가을|291
다시, 겨울|359

본문인용

우리는 온종일 회전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서, 보스에게 오는 전화를 응대하거나 열정과 무관심을 적절히 배합한 태도로 작가들을 안내했다. 그러면서 이 직업에 뛰어든 이유는 찾아오는 작가들에게 물이나 대접하려는 게 아니라 우리 자신도 작가가 되고 싶어서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 p.15

직업소개소를 나와 집에 막 도착했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적당한 회사를 찾았어요.” 그녀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출판사가 아니라 문학 에이전시에서 일해 볼 생각은 없어요?”
나는 “좋아요.”라고 대답했다. 문학 에이전시가 뭘 하는 곳인지도 모른 채.
--- p.22

“집에 들어가서는 못 살아요, 아빠.” 나는 신중하게 단어를 골라 나갔다. “버스를 타면 두 시간이나 걸려요. 아침 6시 반에 집을 나와야 한다고요.”
“그게 어때서? 넌 아침잠이 없잖아.”
“아빠.” 나는 차분하게 말을 이어 갔다. “그렇게는 못 해요. 나도 내 생활이 필요하잖아요.” 마침 아치 통로 저편에서 보스가 천천히 우리 사무동 쪽으로 다가오는 게 보였다. “그만 끊어야 해요. 죄송해요.”
“얘야.” 아빠가 단호하게 말했다. “사람이 원하는 걸 모두 가질 수는 없어.”
“알아요.” 나는 최대한 얌전히 대답했다. 아빠를 너무나도 사랑하고 아빠를 생각하면 가슴이 저리도록 그리웠다. “그건 그렇죠.” 하지만 자식들이 으레 그렇듯 속으로는 다른 마음을 품었다. 아빠는 원하는 걸 못 얻었죠. 그렇다고 나까지 실패하란 법은 없어요.
--- p.48

보스는 나를 심각하게 바라보며 특유의 낮고 기묘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당신의 글을 읽어 줄 생각이 없어요. 당신이 《호밀밭의 파수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도 관심 없고요.”
“전 써 놓은 글 같은 거 없어요.”라고 대답했지만 반쪽짜리 진실이었다. 글은 있었다. 완성한 게 없을 뿐이었다.
“좋아요. 작가 지망생은 어시스턴트로서 최악이니까.”
--- p.77

나는 위태롭게 다리를 휘청거리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사무실을 반쯤 가로질렀을 때, 지금 아드레날린이 폭발해서 겅중겅중 뛰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천천히 걸어. 나 자신에게 단호히 명령했다. 화장실의 흐릿하고 파리한 형광등 불빛 아래서 얼굴에 물을 끼얹은 뒤(이마가 차가워졌다) 뒤틀리고 너덜거리는 거울에 나 자신을 비춰 보았다. 두 뺨은 붉게 달아오르고 두 눈은 초롱초롱 빛났다. 이건 아픈 게 아니었다. 불안한 게 아니었다.
흥분감에 상기된 거였다.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나는 무언가의 일부가 되어 가는 중이 아니었다. 이미 무언가의 일부였다.
--- pp.97~98

쓸데없이 비싸면서 맛은 평범한 커피를 들고 사무실로 돌아오자 휴가 내 자리로 와서 한 묶음이나 되는 서신을 내려놓았다. 나는 물어보는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여기서 일한 뒤로 긴 침묵에는 이미 익숙해진 터였다.
“샐린저의 편지들이에요.” 그가 설명했다.
“정말요?” 내가 물었다.
“팬레터요. 샐린저한테 온.” 휴는 한숨을 내쉬며 편지 묶음을 다른 팔로 고쳐 들었다. “여기에 답장을 해야 해요.”
“알았어요.” 나는 커피를 한 모금 홀짝였다. “내 마음대로 쓰면 안 되겠죠?”
그는 짧게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표준 문안이 정해져 있어요. 어딘가 있을 텐데. 내가 찾아볼게요.”
휴는 무슨 부탁을 받을 때마다 자기 책상에 산처럼 쌓인 서류 더미에서 필요한 자료를 척척 꺼내 와 나를 놀라게 했다. 이번에도 몇 분 지나지 않아 흐물흐물해진 누런 카본 사본을 들고 나타났다. 손이 많이 타서 가장자리가 변색되고 너덜너덜 닳았다.
--- pp.108~109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그걸 읽는 게 좋겠어요.” 그가 불쑥 말했다.
“편지요?” 내가 편지지로 뒤덮인 내 책상을 가리키며 물었다.
“네. 만일을 대비해서요.”
(중략)
나는 책상에 봉투가 벗겨진 채 쌓여 있는 편지지 뭉치를 가리켰다. “벌써 읽고 있었어요. 궁금해서요.”
휴는 “좋아요.”라고 하면서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내 표정이나 말투에서 무언가를 감지한 걸까? 나조차도 의식하지 못한 내 감정을? “하지만 너무 빠져들지는 말아요.”
--- pp.114~116

샐린저가 전화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절대 없다고, 내가 그와 통화할 일은 없을 거라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을까? 너무 많아서 셀 수도 없었다.
그렇게 4월에 들어선 첫날, 금요일 아침이었다. 수화기를 들었더니 상대방이 다짜고짜 고함을 질렀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그 뒤로는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또 횡설수설. 그러다가 꿈에서처럼 서서히 그 지껄임이 언어로 들리기 시작했다. “난 제리예요.” 상대방이 소리를 질렀다. 맙소사! 그분이야. 그때부턴 두려움에 몸이 가볍게 떨리기 시작했는데, 내가 지금 말하는 상대가(아니면 내게 고함을 치는 사람이) J. D. 샐린저 본인이라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여기서 실수라도 하여 보스의 분노를 살까 걱정된 것이다.
--- p.120

휴는 한숨을 내쉬더니 나를 보며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의 작품 중 가장 졸작으로 평가받는 글이에요. 그가 왜 이걸 단독으로 출판하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네요.” 고개를 흔들며 벽면에 늘어선 샐린저의 책들을 가리켰다. “그는 세간의 주목을 받고 싶지 않다고 하지만, 이게 출판되면 엄청난 이목을 끌 거예요. 난 이해가 안 돼요.”
“그러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했다. 그는 죽어 가는지도 모른다. 외로운 건지도 모른다. 이제는 관심을 받고 싶은 건지도. 한때 자신이 원한다고 생각한 것이 사실은 진짜 원하는 게 아니었다고 깨달은 건지도.
--- p.135

“예전의 에이전트들은 정직했어. 동시다발적인 제안 같은 건 안 했지(그녀는 입에 담기도 혐오스럽다는 듯 콧등을 찡그렸다). 경매에 붙여서 출판사들을 입찰 경쟁에 끌어들이지도 않았어. 그건 에이전시의 방식이 아니야. 우린 한 번에 한 편집자에게만 보내. 작가와 편집자를 연결해 주는 거지. 도의를 지켜야 하니까.”
--- p.155

나는 언제나 나 자신을 어둡고 무거운 사람으로 여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의, 우리 가족의, 불행한 역사를 간직한 우리 종족의 숙명처럼 슬픔에 짓눌린 통통한 아이. 하지만 그 순간 무언가가 변했다. 돈의 말이 옳을 가능성은 없을까? 세상은 내가 나를 인식하는 것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나를 인식하고 있다면? 그렇다면 한 사람이 복잡하고 지적이며 이 시대의 깨어 있는 선각자이고 게다가 예술가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온통 장밋빛으로 가득할 수도 있을까? 한 사람이 그 모든 것이면서 동시에 행복할 수 있을까?
--- p.204

바로 거기, 한가운데(진열창에서 가장 눈에 띄는 위치에) 불에 타는 듯 새빨간 책이 있었다. 너무 친숙한 표지라 그냥 지나쳐 버릴 뻔했지만, 그걸 발견하고는 가까이 다가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무 맥락도 없이 이 책과 마주하다니 신기한 기분이었다. 당연히도 회전목마의 말 한 마리가 그려진 《호밀밭의 파수꾼》 초판본이었다.
--- p.207

‘행운을 빌며, 조애나 라코프’라는 말로 편지를 맺었다.
답장 끝에 계속해서 내 이름을 적어 넣으며 문득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편지를 쓰는 내가 전혀 나답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전화를 받아서 불안해하는 로저를 달래 주고, 프로듀서들에게 아주 능숙한 말투로 “정말 죄송하지만 샐린저 작가님은 본인의 작품이 무대나 스크린에서 각색되는 걸 원치 않습니다.”라고 말하는 나도 전혀 내가 아니었지만, 나의 또 다른 버전이기도 했다. ‘에이전시 타입의 인물인 나’였다.
그때 신기한 깨달음이 나를 덮쳐 왔다. 샐린저와 대화하는 나(초조하게 시에 관해 이야기하는)야말로 진짜 나였다. 그는 아직 내 이름도 정확히 모르지만 말이다.
--- p.286

샐린저가 더는 그런 편지들을 받고 싶어 하지 않는 이유도 (정말로, 정말로) 알 것 같았다. 나는 벌써 수백만 번째 윈스턴세일럼의 소년을 떠올렸다. 빌어먹을 감정을 온 사방에 뚝뚝 흘리며 살아갈 순 없다. 그건 그렇지만 J. D. 샐린저에게는 드러내도 된다. 그라면 이해해 줄 거라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는 정말로 이해해 줄지도 모른다. 그랬는지도 모른다. 휴의 말에 의하면 그는 수년간 팬들에게 답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가 치러야 할 감정의 대가가 너무 커졌다. 그건, 어떤 면에서는, 나에게도 이미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 p.297

샐린저도 처음부터 샐린저는 아니었다. 샐린저도 자기 책상에 앉아서 어떻게 이야기를 지어야 할지, 어떻게 소설을 구성할지, 어떻게 하면 작가가 될 수 있을지 등을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 p.333

서평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 결국 이렇게 되리라고 오래전부터 예감한 일을 했다. 집에 가서 책을 읽은 것이다.
—본문 중에서

책을 좋아하고 문학을 탐구하다 보면 자연스레 작품이나 작가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어지게 마련이다. 서문이나 관련 논문, 다큐멘터리, 작가 인터뷰 등을 통해 그런 갈증을 해소할 수 있고, 작가 자신이 해설을 소개하는 경우도 있기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책과 작가가 속한 출판 세계나 그 뒷이야기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수많은 작품과 작가에 비하면 거의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여태껏 살면서 수없이 봐 온 책들이었다. 부모님의 책장에서, 고등학교 때 영어부 벽장에서, 내가 다닌 모든 서점과 도서관에서. 그리고 친구들의 손에도 당연히 들려 있었다. 나는 읽어 본 적이 없는데, 처음에는 어쩌다 보니 기회가 없었고, 나중에는 의식적으로 피했다. 현시대에 존재하는 모든 책장에 꽂혀 있는 이 책들을 나는 이제야 알아보았다. 《호밀밭의 파수꾼》 《프래니와 주이》 《아홉 가지 이야기》.
샐린저. 여기가 J. D. 샐린저의 에이전시구나.
—본문 중에서

출판 세계나 그 뒷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은 사람이 전혀 없는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왜 좀처럼 알려지지 않은 것일까? 어쩌면 에이전시나 출판사에서 작품의 보안을 위해 공개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작품 속 세계관을 지키기 위한 작가의 의도일지도 모른다. 이유야 많겠지만 은둔 작가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호밀밭의 파수꾼》을 쓴 J. D. 샐린저가 속한 에이전시라면 그와 관련된 모든 사실을 비밀에 부쳐야 했을 것이다. 수많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그의 은둔 생활에 대한 비밀은 어느 정도 밝혀졌지만, 《마이 샐린저 이어》는 작가의 꿈을 안고 뉴욕에 와서 문학 에이전시에 취직한 사회 초년생 조애나의 경험을 통해 우리가 몰랐던 샐린저의 목소리는 물론 출판 세계의 뒷이야기까지 생생하게 담아냈다. 패션 세계의 뒷이야기를 다룬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문학 버전이라 할 수 있다.

편지 끝에 내 서명을 하며 행복감에 가슴이 뛰었다. 나는 옳은 일을 했다. ‘샐린저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고급 기술을 터득한 것이다. 하지만 선을 넘은 것도 사실이었다. 마음이 끌리는 호기심이나 공감 어린 개입 혹은 단순한 동정심과 지나친 관여 사이의 가느다란 선을. 나는 왜 이 편지들을 그냥 내버려 두지 못할까? 우편 요금 계량기로 걸어가면서 나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모든 팬에게 똑같이 표준 문안만 보내면 되는데, 왜 그게 안 되지? 답은 간단했다. 나는 팬레터를 사랑한 것이다. 그 편지들은 흥미진진했다. 가령 금요일 아침 책상에 혼자 앉아 읽고 있으면 분노와 애정, 경멸과 공감, 존경과 혐오가 뒤섞인 이상한 힘이 불끈 솟아오르곤 했다.
—본문 중에서

미국을 넘어 전 세계의 베스트셀러에 오른 《호밀밭의 파수꾼》을 뒤로하고 잠적해 버린 샐린저의 은둔 생활은 많은 궁금증을 자아냈고, 에이전시로 독자들의 팬레터가 쏟아졌다. 이 팬레터에 에이전시가 정해 놓은 답장을 보내는 것도 조애나의 일이었다. 에이전시 입장에서 샐린저의 팬레터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똑같은 형식의 답장을 통해 예의만 표시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조애나는 팬레터를 하나씩 읽기 시작했고, 조금씩 흥미를 느끼며 알 수 없는 감정에 빠져든다. 아무것도 모르고 뛰어든 출판 세계에 조금씩 익숙해지며 잊어버린 바로 그 감정. 뉴욕에 온 이유.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되찾은 것이다.

마침내 해가 쨍하고 모습을 드러내자 에이전시의 어둠이 약간 답답하게, 심지어 우울하게 느껴졌다. 나는 봄이 왔어요, 라고 외치고 싶었다. 수녀처럼 수수한 검은색 시프트 원피스를 입은 루시와 헐렁한 갈색 정장을 입은 보스에게, 우리의 발소리를 죽여 주는 진초록색 카펫과 각 방의 진갈색 책장에도. 겨울에는 아늑한 피난처 역할을 해 준 어둠이건만, 이제 나는 따스한 햇볕에 맨팔을 드러낸 채 산책하고 싶은 마음에 점심까지 남은 시간만 계산하고 있었다. “원피스가 예쁘네요.” 루시가 자기 사무실 앞을 지나가는 나를 보며 말했다. “복고풍이에요?”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고 다가왔다.
—본문 중에서

아직 디지털 시대로 전환되기 전의 고풍스러운 모습이야말로 《마이 샐린저 이어》가 독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다. 60년대식 셀렉트릭 타자기와 딕터폰(대화를 녹음한 테이프를 필요할 때 재생하여 듣는 기계), 등장인물의 옷차림과 에이전시 사무실, 카페, 레스토랑의 정경은 레트로와 아날로그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책을 읽는 동안 90년대 뉴욕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브루클린, 퀸스, 로어이스트사이드 등지에 어슴푸레 새벽빛이 밝아 오면, 나 같은 사람 수백수천 명이 신경 써서 옷을 차려입고 원고 뭉치 때문에 축 늘어진 큼직한 토트백을 어깨에 멘 채 아파트를 나섰다.
우리는 연하고 달달한 커피와 데니시 페이스트리를 주문하기 위해 폴란드 빵집, 그리스식 델리, 모퉁이 식당에 줄을 섰고, 기다리는 동안 원고를 읽었다. 그런 다음 지하철에 몸을 싣고 미드타운, 소호, 유니언스퀘어의 사무실로 향했다. 제발 앉을 자리가 있어서 출근 전에 원고를 조금 더 읽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본문 중에서

처음 《마이 샐린저 이어》에 흥미를 느끼는 것은 샐린저에 대한 호기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을 읽노라면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조애나를 보며 그 시기의 경험과 고민에 깊이 공감할 것이다. 또한 《마이 샐린저 이어》는 그저 꿈을 찾아가는 낭만적인 이야기만 하진 않는다. 이른 아침 출근과 늦은 저녁 퇴근 풍경, 반복되는 고된 업무, 월급, 점심값, 월세 그리고 연애까지 현실에서 접할 수 있는 어려움을 숨기지 않는다. 또한 에이전시의 역사와 보스 마거릿과의 대화를 통해 변해 가는 세상을 직시하며 독립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서술한다. 《마이 샐린저 이어》를 읽는 동안 조애나의 성장과 함께 나 자신을 되돌아보며 그동안 잊었던 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저자소개

저자 : 조애나 라코프
1972년 뉴욕주 출생. 소설 《어느 행복한 시절(A Fortunate Age)》로 유대문학 신인작가상(Jewish Fiction by Emerging Writers)의 골드버그상과 《엘르》 독자상을 받았고, 《마이 샐린저 이어》는 《뉴욕타임스》 편집자 및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베스트셀러로 선정됐다. 저널리스트이자 비평가로서 《뉴욕타임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북 월드》 《보스턴 글러브》 《보그》 《타임아웃 뉴욕》 《O: 오프라 매거진》 등에 글을 싣고 있다. 《파리 리뷰》 《웨스턴 휴머니티 리뷰》 《캐니언 리뷰》 등에도 몇 편의 시를 수록했다. 컬럼비아대학,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 오벌린칼리지에서 학위를 받았고, 지금은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살고 있다.
번역 : 최지원
연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에머슨대학에서 미디어 아트를 전공했다. 미국에서 문화 산업 관련 일을 했으며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영상을 번역했다. 지금은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자이자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 《어린 왕자 The Art of the Movie》 《스포트라이트》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 얼티밋 가이드》 《어벤저스 얼티밋 가이드》 《마블 스파이더맨 백과사전》 《마블 스파이더맨: 게임 아트북》 《DC 아쿠아맨 아트북》 《신비한 마법의 기록》 《해리 포터 지팡이 컬렉션》 《옥자: 디 아트 앤드 메이킹 오브 더 필름》 《E.T.》 《몬스터홀릭 1, 2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몬스터》 《셜록 홈즈 두뇌 게임》 《숲을 그리다》 《나는 초민감자입니다》 《한나 아렌트, 세 번의 탈출》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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