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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면표지(2D 앞표지)
입체표지(3D 표지)

태양을 지키는 아이


  • ISBN-13
    979-11-92411-72-9 (03850)
  • 출판사 / 임프린트
    (주)라임 / (주)라임
  • 정가
    28,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3-11-17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마야 룬데(Maja Lunde)
  • 번역
    손화수
  • 메인주제어
    인물, 문학, 문학연구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인물, 문학, 문학연구 #라임 #마야 룬데 #리사 아이사토 #노르웨이 문학 #북유럽 문학 #어른을 위한 동화 #청소년 #기후 위기 #디스토피아
  • 도서유형
    종이책, 양장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88 * 220 mm, 212 Page

책소개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태양이 사라지고

낮과 밤의 경계가 소멸된 날들이 이어진다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마야 룬데’ &

《삶의 모든 색》 작가 ‘리사 아이사토’의 컬래버레이션!

전 세계 17개국 출간!

 

우리가 기후 위기 앞에서 손놓고 있었을 때 벌어지게 될 상황에 대한 강렬한 은유를 담고 있다. 태양을 잃어버린 채 천둥도 번개도 없는 곳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봄의 의미를 모른다. 어른들이 포기해 버린 세상에서 뛰쳐나온 릴리아는 태양을 찾아 나서고, 비밀의 숲에 사는 소년과 함께 봉쇄된 태양을 구출하러 떠난다.
이 책은 독점의 욕망이 기후 위기의 근원이며, 누구에게나 골고루 햇빛이 쏟아지는 세계를 만드는 것만이 우리 모두를 디스토피아에서 구할 것이라고 말한다. 리사 아이사토의 그림은 태양이 없는 세계에서 무력해진 인간의 얼굴을 지극히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더불어 되찾은 태양과 함께 살아나는 봄의 아름다움과 주근깨 가득한 아이들의 생기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책 속의 그림이 현실을 얼마나 정확히 각성시킬 수 있는지를 알았다.

- 김지은 (서울예술대학교 문예학부 교수, 아동문학평론가)

목차

영원한 어둠

색을 잃어버린 것들  

비밀의 문  

수상한 정원  

해를 지키는 여인  

불공평한 일  

햇살의 축복

수상한 쪽지

언덕 밑의 낡은 집

소리 없는 비명

마지막 용기 

너의 이름

집으로 가는 길

봄의 향기

본문인용

눈을 감으면 아직도 코끝과 양볼에 내리쬐는 햇살을 느낄 수 있다. 그 간질간질한 따스함이 가슴속까지 스며 들어오면 심장이 녹아내릴 듯 평온해지면서 온몸에 활기와 자신감이 감돈다. 내가 기억하는 햇살은 바로 이런 것이다. 그런데 내가 한 살 되던 때, 해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렸다. 

지금은 해를 볼 수가 없다. 내가 사는 세상에는 저 멀리 보이는 들판과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수천 개의 물방울이 되어 튀어오르는 빗물뿐이다. 여름도 없고 가을도 없고 겨울도 없다. 할아버지가 사계절 가운데서 여왕이라고 했던 봄도 당연히 없다. 

심지어는 낮과 밤도 없다. 새벽이나 초저녁처럼 어스레한 시간이 영원히 계속된다. 산꼭대기의 희미한 빛 외에는 온통 어둠뿐이다. 잠자리에 들 시각과 일어나야 할 시각은 오로지 마을 광장의 시계탑을 보고 알아채야 한다. 나의 세상은 늘 어둡고 축축하다. 매일매일 비가 오고 구름이 낀 날이 이어지지만, 천둥이나 번개가 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날 만약 할아버지가 도시락을 가져갔더라면, 그래서 내가 할아버지의 온실에 숨겨진 비밀을 알아채지 못했더라면, 나의 세상은 아직도 영원한 어둠 속에서 헤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_7~8쪽에서

 

나는 지금껏 수도 없이 할아버지의 온실을 상상해 보곤 했다. 천장의 강렬한 불빛 아래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채소들,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린 잔가지들, 바닥에 단단하게 자리한 나무들, 그리고 온 세상의 색이란 색을 모두 담은 듯한 갖가지 과일들……. 

하지만 내 눈에 비친 것은 그동안 상상했던 것과 너무나 달랐다. 금방이라도 스러질 것처럼 가느다랗고 연약한 식물의 줄기들뿐이었다. 그 옛날 마을 사람들이 농사짓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을 때, 어렵사리 흙을 뚫고 나온 각종 식물의 싹들이 끊임없이 내리는 비를 이기지 못하고 축 늘어져 버렸을 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갑자기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나는 온실 출입문 쪽으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고는 곧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_16~18쪽에서

 

색색의 꽃으로 가득한 푸른 골짜기를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앞을 가렸다. 나는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 눈물을 흘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골짜기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저 멀리 아득한 산꼭대기 위로 회색 하늘이 펼쳐져 있었지만, 키 큰 자작나무가 천장처럼 머리 위를 빽빽하게 덮고 있어서 거의 보이지 않았다. 자작나무 이파리들이 산들바람에 기분 좋게 흔들거렸다. 발밑에는 푸르른 잔디와 예쁜 꽃들이 만발해 있었다. 식물 도감에서 보았던 갖가지 꽃들, 실제로는 볼 수 없으리라 믿었던 색색의 꽃들……. 나는 그 꽃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네고는 두어 송이를 꺾어 손에 쥐었다.

“안녕, 카네이션? 안녕, 물망초……? 아, 너는 물망초가 아닌 것 같구나. 혹시 미나리꽃이니?” _51~53쪽에서

 

나는 두 손을 무릎 위에 축 늘어뜨리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갑자기 할아버지가 헛기침을 하고는 젖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혹시 울고 있는 것일까? 아니, 그럴 리가 없었다. 할아버지는 단 한 번도 우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조심하거라. 조심하겠다고 약속해 주겠니?” 

할아버지 목소리가 꺼칠꺼칠하게 쉬어 있었다. 

“네.”

“다락방에 상자가 있다는 걸 너도 알고 있지? 물감통과 식물 도감, 그리고 식물 표본첩……. 너는 다락방에서 그것들을 자주 들여다보곤 했잖아.”

“네, 그래도 되는 줄 알았어요…….”

“물론이지, 얼마든지 보고 사용해도 돼. 그럴수록 더 좋아.”

할아버지가 몸을 일으켜 내 침대로 걸어간 후, 침대 발치에 차곡차곡 개어 놓은 나의 잠옷을 집어 들었다. 내 곁으로 다시 돌아온 할아버지는 무릎에 내 잠옷을 얹어 놓고는 옷깃과 단추를 조심스레 어루만졌다. 

“이 잠옷이 다락방의 상자 속에 한 자리를 차지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해 줄 수 있겠니?”

나는 간신히 고개만 끄덕였다. 목이 메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_137~138쪽에서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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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저자 : 마야 룬데(Maja Lunde)
노르웨이 출신의 국제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오슬로 대학에서 미디어를 전공했으며, 폭 넓은 독자층을 대상으로 작품 활동을 하는 소설가이자 방송 작가이다. 2015년에 발간된 어른을 위한 첫 소설 《벌들의 역사》는 전 세계 독자를 사로잡았다. 현재까지 36개국에 번역·출간되었으며 각종 상을 휩쓸었다. 특히 독일에서는 2017년에 모든 장르를 통틀어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선정되었다. 2017년에 발간된 《블루》도 국제적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했다. 2018년에 발간된 《스노우 시스터》는 지난 10여 년간 노르웨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뽑혔다. 《태양을 지키는 아이》는 지금까지 17개국에 판권이 수출되었으며, 여러 문학상에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그림작가(삽화) : 리사 아이사토(Lisa Aisato)
노르웨이에서 독창적인 스타일로 가장 사랑받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예술가이다. 수많은 상을 수상하고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는 작가이며, 《삶의 모든 색》은 노르웨이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고, 2019년에는 노르웨이 북셀러 상을 수상하였다. 《삶의 모든 색》은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으며, 그림을 그린 책으로는 《스노우 시스터》와 《책을 살리고 싶은 소녀》 외 여러 권이 있다. 마야 룬데와 공동 프로젝트로 펴낸 《태양을 지키는 아이》에는 각별한 애정을 담아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번역 : 손화수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영어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대학에서 피아노를 공부했다. 1998년에 노르웨이로 이주한 후 크빈헤라드 코뮤네 예술 학교에서 피아노를 가르쳤으며, 지금은 스타인셰르 코뮤네 예술 학교에서 피아노를 가르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벌들의 역사》, 《밤의 유서》, 《모든 것을 위한 시간》, 《톨락의 아내》 외 많은 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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