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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에로의 초대

초월, 신, 자아, 인식


  • ISBN-13
    979-11-6684-223-8 (03100)
  • 출판사 / 임프린트
    세창출판사 / 세창출판사
  • 정가
    29,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3-08-14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김창래
  • 번역
    -
  • 메인주제어
    철학, 종교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철학, 종교
  • 도서유형
    종이책, 반양장/소프트커버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52 * 225 mm, 456 Page

책소개

철학에 혹은 철학을 기반으로 한 인문학에 입문하고자 하는 모든 이의 필독서. 이 책에 가장 잘 부합하는 수식이자 소개말일 것이다. 본 책은 고려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김창래 교수가 철학 입문용 강의를 진행하며 철학에 입문하고자 하는 학생들과 소통하며 집필한 철학 입문서이다. 그런 만큼 설명 방식이나 용어의 친숙성, 초심자의 눈높이와 어려워할 만한 지점들을 놀랄 만큼 잘 짚어 설명한다. 동시에 저자의 탁월한 글재주로 깊이의 면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다소 편안하게 읽을 수 있게 쓰였다. 

책의 본질은 철학의 본질인 ‘사유’ 자체를 경함하게 하는 데 있다. 저자는 이를 위해 자연스럽게 생각할 만한 거리들을 곳곳에 배치해 두었다. 이를 통해 독서하는 내내 각 시대의 철학이 어떠한 문제의식을 만났으며, 왜, 어떻게, 어디로 나아가게 되는지 해당 철학자들의 사유의 흐름을 마치 우리 스스로가 해당 철학자가 된 듯이 대입하여 사유하게 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출간되어 있는 일부 철학 입문서의 문제점은 많은 경우에 너무 많은 학설을 눌러 담다 보니 초심자의 눈높이를 올바로 고려하는 데 실패하거나 지나치게 쉽게만 쓰인 탓에 심도 깊은 철학의 정수를 보여 주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이미 많은 철학 입문서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또 다른 입문서가 필요한 이유, 너무 과하지도 않은 그렇다고 너무 부족하지도 않은 가장 적절한 입문서의 표준을 제시한다.

목차

초대장 4

 

1부 입문

1장 철학이란 무엇인가? 15

1 일상을 통해서 본 철학 17

1.1 철학에 대한 속견들 17

1.2 철학의 본질을 암시하는 일화 둘 27

2 애지로서의 철학과 인간의 중간성 34

2.1 『향연』과 에로스의 중간성 35

2.2 철학의 중간성 43

2.3 이 장의 결론: 인간의 유한성과 의무 50

 

2장 과학과 철학 53

1 철학과 과학의 관계 54

1.1 보편학으로서의 철학과 ‘과’로 나뉜 학문으로서의 ‘과’학 54

1.2 과학의 분립과 성장은 철학의 지양을 의미하는가? 58

2 철학은 과학을 ‘앞서간다’ 68

2.1 전제의 학문과 무전제의 학문 69

2.2 생물학적 설명의 한계 84

2.3 과학의 전제와 철학의 물음 102

 

3장 무전제자에 대한 학문으로서의 철학 108

1 전제 위의 과학과 무전제자를 향하는 철학 108

1.1 테지스, 히포테지스, 안히포테톤 108

1.2 『파이돈』과 ‘끝’을 향한 추구 115

2 철학자의 신으로서의 끝 126

2.1 끝에로의 사유 실험 127

2.2 철학사에 신이 들어오게 된 배경 139

 

4장 철학의 분류 147

1 철학사의 분류법들 148

1.1 고대의 철학 분류법 148

1.2 칸트의 철학 분류법 151

1.3 퀼페의 철학 분류법 156

2 『초대』의 분류법 158

 

2부 형이상학: ‘네가 아닌 것’이 되어라!

5장 초월 165

1 실체 형이상학 165

1.1 형이상학이란 무엇인가? 165

1.2 두-세계-이론과 실체 형이상학 179

2 동굴의 비유와 타자화로서의 초월 201

2.1 동굴의 비유 205

2.2 비유의 해석: 존재와 인식의 단계 219

2.3 끝에로의 초월: ‘네가 아닌 그것’이 되어라! 240

 

6장 신 248

1 신 존재 증명 251

1.1 중세적 문제로서의 신 존재 증명 251

1.2 세 가지 증명 방식: 자연신학적, 우주론적, 존재론적 증명 255

1.3 존재론적 신 존재 증명 262

1.4 존재론적 증명에 대한 칸트의 비판 267

2 철학적 문제로서의 신 274

2.1 사실로서의 유신론과 무신론 276

2.2 요청으로서의 유신론과 무신론 278

 

3부 인식론: 나는 안다. 따라서 나는 존재한다.

7장 자아 293

1 자아와 인식의 문제 293

1.1 인식의 원천은 무엇인가? 294

1.2 경험론과 합리론의 대립, 이 대립의 철학적 의미 297

2 데카르트적 회의와 자아 305

2.1 데카르트는 누구인가? 307

2.2 회의 317

2.3 자아 330

 

8장 인식 347

1 경험론의 문제의식과 시원 350

1.1 경험 또는 실체? 350

1.2 감각 경험의 상대화와 실재론의 거부 360

2 물체, 정신, 법칙의 해체 375

2.1 물체의 해체: 조지 버클리 375

2.2 정신과 인과법칙의 해체: 데이비드 흄 405

 

9장 끝내는 말 451

본문인용

p. 21

철학자의 관심은 말과 표현이 아니라 생각과 사유를 향한다. 그래서 철학자는 말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물론 철학자도 말을 잘할 수는 있겠지만, 이 경우에도 철학자를 철학자로 만들어 주는 것은 외적인 말이 아니라 내적 사유다. 이 대목에서, 철학하는 자는 ‘내면’을 향하고, 말 잘하는 자는 ‘외면’에 신경 쓴다는 사실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서양철학의 주류가 공유해 온 주된 특징 중 하나는 특유의 정신주의적 경향, 즉 ‘외적, 감성적인 것에 대한 내적, 정신적인 것의 우위’다. 나는 이 원칙적인 우위에 의거하여 철학자는 외적인 말만 잘하는 자일 수는 없다고 분명히 말한다. 이 말은 내적 사유의 결과다.

 

p. 83

과학자도 ‘왜?’라고 묻고 철학자도 ‘왜?’라고 묻지만 두 물음 간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과학자의 ‘왜?’가 특정 전제 위에서의 ‘왜?’라면, 철학자의 ‘왜?’는 아무런 전제도 없는 상태, 그야말로 세계의 끝에 이를 때까지 던져지는 ‘왜?’다. 이렇게 보면 ‘왜?’에 대한 숲속의 실증주의자의 답은 그 자체 완결된 것이 결코 아니다.

 

p. 116

철학자는 죽음의 순간을 어떻게 맞이했을까? 과연 어떤 죽음이 철학적인 것일까? 우리는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시던 그날 하루에 대한 온전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플라톤의 대화편 『파이돈』이다. 여기서 우리는 자신 앞에 찾아온 죽음을 담담히 그리고 “숙연히” 받아들이는 소크라테스의 혼과 부르르 “떨며” “차가워지고 굳어 가던” 그의 신체의 최후를 보게 된다. 이 끝 이후 저 세상에서 소크라테스의 영혼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우리는 모르고, 그건 『파이돈』의 저자도 모른다. 플라톤이 이 책에 적어 둔 것, 우리가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죽음에 이르기까지 철학했던소크라테스의 마지막 하루의 ‘삶’이다.

 

p. 169

그러나 또한 분명한 것은 형이상학이 세계의 외부에 대해 세우는 모든 학설은 “경험의 한계를 넘어서고” 이에 대해서는 “어떤 경험의 시금석도 승인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그 학설의 참을 증명하기는커녕 참, 거짓 여부조차 판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험 저편에 대해서는 경험의 기준이 침묵하기 때문이다. 어떤 형이상학자들은 ‘신은 존재한다’고 말하고 다른 형이상학자들은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경험의 기준을 갖지 못한 우리는 도대체 누가 참을 말하고 누가 거짓을 말하는지를 판단할 수도 없다. 그들은 경험을 넘어서 있는 것(신)에 대해 경험적으로는 ‘증명되지도 않고 논박되지도 않는’ 내용(존재 또는 부재)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p 216 

아테네의 무지한 시민들에게 끝없는 물음을 던지며 그들을 무지의 지로 인도하려던 소크라테스가 바로 그들이 건네는 독배를 받아야 했던 것처럼, 어둠을 밝음으로 잘못 알고 있는 죄수들에게 진짜 밝음을 보여 주어 어둠을 어둠으로 깨닫게 해 주려던 철학자 또한 그가 깨우치려던 사람들의 손에 죽었다.

 

p 249

물론 우리는 이 신 자체에 대해 사유할 수는 없다.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신 자체는 모든 인간적 경험 및 사유 가능성을 초월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신은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에도 답할 수 없다. 그러나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서는 사유할 수 있다. 우리 자신이 이 관계 안에 서 있고 우리 스스로가 그 두 관계항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인간을 창조한 신’과 ‘신의 피조물로서의 인간’의 관계는 우리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신앙 또는 불신이다. 그러므로 신의 문제 앞에서 인간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첫 번째 물음은 ‘나는 신을 믿어야 하는가?’이다. 이렇게 해서 ‘신의 존재에 대한 물음’은 ‘신에 대한 나의 믿음의 문제’로 바뀐다. 그리고 이 물음에 대한 답에 따라 나는 삶과 죽음, 천국과 지옥 사이를 오가게 된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당신을 창조한 신, 자신을 믿는 피조물에게는 내세와 구원을 약속하고 자신을 믿지 않는 피조물에게는 심판과 형벌을 준비한 신, 당신은 그 신을 믿을 것인가?

 

p 296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감각과 정신’ 또는 ‘경험과 이성’을 인식의 필수불가결한 두 원천으로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루어졌던 근대의 철학사는 놀랍게도 이 같은 상식의 기대에 어긋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두 개의, 서로 대립하는 인식론의 전통이 있었는데, 이 둘은 모두 감각과 정신 중 하나만을 인식의 타당한 원천으로 인정하는 매우 극단적인 방향으로 내달았다. 인식의 원천은 무엇인가? 이 물음에 한 전통은 ‘감각 경험’이라고 답하고 다른 전통은 ‘이성의 사유’라고 답한다.

 

p 350

지금부터 여러분과 나는 한시적인 경험론자다. 나는 경험론자로서 쓸 것이고 여러분은 경험론

자로서 읽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인식과 관련하여 제기되는 모든 물음에 ‘인식의 유일하게 타당한 원천은 경험’이라는 원칙에 입각해서 답해야 하고, 감각 경험에 근거를 두지 않은 어떤 인식론적 주장도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이 약속만 지킨다면 여러분은 참으로 흥미진진한, 근대 영국의 경험론적 철학자들의 사유 세계를 체험하게 될 것이다!

 

p. 356

태어날 때 인간의 마음은 백지다. 아무런 글씨도 쓰여져 있지 않다. 여기에 어떤 글씨가 쓰여질지를 결정하는 것은 오로지 경험뿐이다.

 

p. 451

철학은 사유함이고 사유란 ‘혼의 눈으로 봄’이다. 이 점에서 철학은 사실과학이 아니고 철학자는 사실의 넝마주이가 아니다. 니체는 “나는 기억을 담아 두는 통이 아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통 안에 보관된 기억의 양으로 치자면야 박식한 사실과학자를 따라갈 수 없고 넉넉한 용량의 인공지능을 당해 낼 도리가 없다. 그러나 철학은 사실과 지식의 양이 아니라 오직 사유한다는 점에서 다른 모든 학문적 지성과 인공적 지능을 능가한다. 그래서 철학자는 고기 잡는 어부가 아니라 그물의 제작자에 비유된다. 세계 인식은 어부가 제공해 준다. 철학은 어부에게 고기 잡는 그물을 만들어 준다. 어부의 육의 눈은 그물 안에 걸려든 생선만 보지만 그물 제작자의 혼의 눈은 ‘눈에 보이는 생선들 간의 보이지 않는 관계의 망(網)’을 본다. 사유의 눈이 본 이 관계의 망이 철학자가 어부에게 건네주는 그물(網)의 설계도다. 그러므로 어떤 그물도 제멋대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모든 철학적 그물에는 이유가 있다. 그물은 혼의 눈으로 봄, 사유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서평

불친절한 서양철학사와 본격적인 거리두기

답습하는 지식과의 결별, 사유함 자체로 나아가다!

 

 

철학에 관심이 있거나 인문학을 공부해 보고자 하는 많은 사람이 철학 입문서로 ‘서양철학사’를 택하곤 한다. 그들에게 적절한 철학의 가이드라인을 잡아줄 조력자가 있다면 다행이지만 순수한 독학자라면 많은 경우 그런 선택을 하고 만다. (필자 또한 용감하게도 서양철학을 공부해 보겠다며 버틀란트 러셀의 『서양철학사』를 무작정 사고 보는 만용을 저질렀었다.) 그러나 혹자는 서양철학사에 대해 입문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서양철학을 전반적으로 익힌 다음 탁월한 학자의 시선으로 자신의 앎을 정리하기 위해 읽는 것이라고 한다. 즉, 입문에 읽는 책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학문을 정립할 즈음 읽는 책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많은 경우 서양철학사 자체가 초심자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철학사에 대한 철학자 자신의 비판적 분석과 통찰을 드러내는 것에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철학자에 대한 설명보다는 요약이주를 이루기에, 책이 분석하고 있는 철학자에 대한 어느 정도의 선지식이 없다면 저자의 번뜩이는 통찰에 감탄하기는커녕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놓치다 못해 몇 단락이나 지나서야 자신이 내용은 읽지 않고 멍하니 글자만 읽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곤 하게 된다.

철학을 공부함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것은 어떤 철학자가 무엇을 말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왜’ 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가의 여부이다. 혹자의 관심이 누군가 앞에서 지식을 자랑하는 것이 아닌 다음에야 ‘왜’라는 질문은 철학에서는 늘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모든 위대한 철학적 답변이 결국 ‘왜’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심자의 경우 무엇에 대해 ‘왜’를 던져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결국 초심자가 겪게 되는 첫 번째 난관일 것이다. ‘왜’를 던져야 할 방향을 모를 뿐더러 ‘왜’를 왜 던져야 하는지도 모르는 판일 테니 말이다. 그렇기에 철학 입문서가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도 핵심적인 소양은 진정으로 철학적인 방향을 향해 대신 ‘왜’를 던져 주는 것이다. 물론 왜 그러한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또한 더불어 설명될 필요가 있겠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좋은 입문서란 ‘왜’라는 질문을 얼마나 적절하게 던지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독자들이 철학의 문제의식을 자기의 것으로 만들게 하는지에 대한 것으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애초에 이 책은 그러한 방향에 특화되어 있는 듯하다. 이 책은 저자가 대학교 철학 입문 강의를 진행했던 강의록의 초안을 저본삼아 집필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의 학생들의 눈높이, 궁금증, 철학에 대한 다양한 속견 등에 대한 구체적인 소통을 기반하여 쓰인 책이기도 하다. (물론 그렇다고 책이 강의록 식의 구어체로 쓰였다거나 학생들과의 대화 형식의 책으로 쓰였다는 말은 아니다.) 철학을 모르는 이가 어떤 질문을 어떻게 던져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는 과정과 답이 유도되는 과정을 면밀하게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철학은 사유함이고 사유란 ‘혼의 눈으로 봄’이다. 이 점에서 철학은 사실과학이 아니고 철학자는 사실의 넝마주이가 아니다. 니체는 “나는 기억을 담아 두는 통이 아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통 안에 보관된 기억의 양으로 치자면야 박식한 사실과학자를 따라갈 수 없고 넉넉한 용량의 인공지능을 당해 낼 도리가 없다. 그러나 철학은 사실과 지식의 양이 아니라 오직 사유한다는 점에서 다른 모든 학문적 지성과 인공적 지능을 능가한다. 그래서 철학자는 고기 잡는 어부가 아니라 그물의 제작자에 비유된다. 세계 인식은 어부가 제공해 준다. 철학은 어부에게 고기 잡는 그물을 만들어 준다. 어부의 육의 눈은 그물 안에 걸려든 생선만 보지만 그물 제작자의 혼의 눈은 ‘눈에 보이는 생선들 간의 보이지 않는 관계의 망(網)’을 본다. 사유의 눈이 본 이 관계의 망이 철학자가 어부에게 건네주는 그물(網)의 설계도다. 그러므로 어떤 그물도 제멋대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모든 철학적 그물에는 이유가 있다. 그물은 혼의 눈으로 봄, 사유의 결과이기 때문이다.”(p.453)

저자가 언급하듯이 여기서 그물은 철학적 사유의 틀을, 철학은 그물 제작자를 뜻한다. 그러나 소개한 대로 저자는 한 번도 철학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엄밀히 말해 그것은 철학이 아니라 사실의 나열에 불과하다. 책이 목표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독자로 하여금 철학의 사유를 경험하게 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철학적 그물이 어떻게 작동하며 독자들은 이 철학적 그물을 어떻게 활용하여 인식이라는 그물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 직접 사유함을 통해 경험하게 하고자 함이다. 이를 위해 합리론을 설명할 때는 단지 합리론자를 설명하는 차원에 머물기보다는 독자들과 함께 직접 합리론자로서 입장을 취하여 사유를 밀고 나가되 어떤 한계에 봉착하며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를 드러내 보여 준다. 경험론을 설명할 때 역시 마찬가지이며 무신론과 유신론을 설명할 때도, 즉 책 전반이 모두 그러한 사유실험으로 가득 차 있다. 

책의 제목 또한 바로 그런 의미를 아주 잘 내포하고 있다. 다만 이번의 『초대』는 숱하게 있어 왔던, 즉 목적의 혼동으로 인해 서양철학사와 서양철학에 대한 오해를 빚게 했던 지식 위주의 철학과는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다. 지식의 답습에서 벗어나 진정한 철학과 사유의 즐거움을 맛보며, 비로소 ‘철학 자체’에 입문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초대』이 되어 줄 것이다.

저자소개

저자 : 김창래
고려대학교 철학과와 대학원에서 서양철학을 공부하여 문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본(Bonn)대학에서 현대 독일 철학을 공부하여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후 고려대학교 철학과의 교수로 재직하며 딜타이, 니체, 하이데거, 가다머를 중심으로 현대 유럽 철학의 여러 문제에 대해 강의해 왔다. 주된 철학적 연구 분야는 해석학, 정신과학론, 간학, 존재론이고, 해당 분야에 20편이 넘는 논문을 썼다.
저서로는 『과학과 정신과학: 자연과학의 형이상학적 기초와 정신과학이 갈 길』(고려대학교출판문화원, 2021), 역서로는 빌헬름 딜타이의 『정신과학에서 역사적 세계의 건립』(아카넷, 2009)이 있다.
현재의 철학적 관심은 ‘니힐리즘으로서의 철학’에 집중되어 있다. 지난 20년간 고려대학교에서 총 12회에 걸쳐 “철학에로의 초대. 초월, 신, 자아, 인식”이라는 제목의 교양 강의를 개설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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