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보면 알겠지만 여기 물류센터 지점장이 약간 특이한 사람이야. 뭔가 말로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좀 그래. 어쨌든 그 지점장이 전과가 있는 사람들을 일부러 부른다는 거야. 그 사람들한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얘기가 있어. 진짜로 그런 거면 전과자들에게 사회로 복귀할 기회도 주고 좋은 거잖아? 그리고 저 사람들, 생긴 거나 분위기는 저래도 물류센터 안에서나 배송지에서 사고 쳤다는 말은 한 번도 못 들었어.”
“〈영웅본색〉 같은 거네?”
_「영웅본색」 중에서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승희의 시선은 계속 노트북을 향하고 있었다. 용재는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한 잔 마셨다.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어머니는 암 2기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유미마저 떠났다. 더블 플레이도 아닌 트리플 플레이를 당한 후, 용재는 경기를 포기했다. 공수 교체를 하러 나가야 하는데 아직도 못나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언제쯤 다시 경기를 할 수 있을지는 용재 자신도 몰랐다. 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컸다. 지금은 심판이 기다려주지만, 곧 몰수패가 선언되지 않을까?
_「역마살」 중에서
민호의 차는 세 번째 손님을 만나기 위해 어둠 속을 달리고 있었다. 문득, 그동안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생각 하나가 민호의 머릿속을 떠돌기 시작했다. 생각은 생각을 낳고, 또 낳았다.
‘대체 뭐가 들어 있을까?’
이런 의문이 든 것은 물건을 받아가는 사람들의 행동 때문이었다. 그나마 가장 무난한 방법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받아가는 것이었다. 아예 사람은 만나지도 못한 채 물건만 전해주는 경우도 많았다. 지정된 위치에 있는 봉투를 찾아 액수를 확인한 뒤, 물건을 돈이 있던 자리에 놓고 오는 것이었다. 물건의 주인은 어딘가에서 민호가 가기를 기다렸을 것이다. 그렇게 받아야만 하는 물건은 대체 뭘까? 왜 이제야 그런 의문이 들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_「궁금해하지 말 것」 중에서
용재는 조수석 창을 향해 박스를 건넸다. 목적을 달성한 남자는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어떤 자세로 받는지, 누가 받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돈만 벌면 용재의 목적은 다한 셈이었다.
_「장례식」 중에서
민호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을 것이다. 그 고민 안에 자신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자, 용재는 더 견디기 힘들었다. 이제부턴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민호의 한을 풀어줘야 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떠오르지 않았지만,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 그 끝에 있는 자들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었다.
_「폭풍 속으로」 중에서
용재는 숨을 고르고 차분한 목소리로 태수에게 말했다.
“제 사정에 대해서는 잘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돈이 필요합니다. 아주 많이 필요합니다. 어머니 병원비도 그렇고, 동생도 복학시키고 싶습니다. 그런데 방법이 없습니다. 여기 오기 전까지, 이 일 저 일 참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아무리 열심히 해봤자 소용이 없었습니다. 매일 그 자리, 또 그 자리. 너무 지겹습니다.”
용재는 잠시 말을 멈추고 태수를 바라봤다. 태수는 지그시 용재를 바라볼 뿐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계속 특송 일을 하고 싶습니다. 돈을 벌 수만 있다면 어떤 일도 상관없습니다.”
_「서 대리」 중에서
“아직 시끄럽지? 조용히 내 말만 들어. 야산팀장한테 준비하라고 해. 그리고 오늘은 알아서 퇴근하고.”
태수가 통화를 마치자 옆에 서 있던 남자가 용재의 스마트폰을 건넸다. 화면에 ‘이원창 형사’ 표시가 보였다.
“계속 오는데요.”
“이 양반도 손 좀 봐드려야 하는데, 서로 시간이 안 맞네. 놔둬라. 지금쯤 난리 났을 테니까. 멍청한 새끼들!”
_「무덤에서 나오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