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필요한 ‘일요일’이라는 시간
마유는 초등학교 5학년 여름 방학이 끝나고 나서부터 학교에 가려고만 하면 가느다란 실로 칭칭 휘감은 듯 몸과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문제는 왜 이렇게 되었는지 자신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일요일만 사는 아이》는 학교에 가지 못하는 이유, 웃지 못하는 이유를 알 수 없어 마음이 텅 빈 것처럼 느껴지는 아이, 마유가 어느 날 기묘한 가게 ‘일요일 상점’을 만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유는 그곳에서 ‘일요일만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스케치 클럽에 들어가게 되고, 잊고 있었던 기억들을 하나씩 떠올린다. 애써 흘려보냈던 그동안의 작은 상처들과 마주한 마유는 그림을 배우며 비로소 다른 사람의 눈이 아닌 ‘나’의 눈으로 자신의 마음과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는 게 힘겹게 느껴질 때가 있단다. 너도, 네 엄마도, 다른 사람들도 모두. 하지만 그럴 때는 신기하게도 살며시 도와주는 힘이 작용하는 것 같아.” _158쪽에서
언제부턴가 웃는 방법을 잊어버리고 마음에 깊은 그늘이 지기 시작한 마유에게 ‘일요일 상점’은 사쿠노 할머니의 말처럼 마법같이 살며시 다가온다. 그곳에서 열리고 있는 스케치 클럽에는 ‘실내에서도 계속 우산을 쓰고 있는’ 주인아저씨, ‘인형이지만 사람같이 움직이는’ 시실리, 살아 있는 여우처럼 뒤를 졸졸 따라오는 박제 여우 레몬 등, 기이할 정도로 특이한 이들이 모여 있다. 그 모습을 본 마유는 순간 겁을 먹고 당황하지만, 스케치 클럽 회원들은 무엇보다 마유의 마음이 중요하다는 듯, 마유가 스케치 클럽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까지 기다려 준다.
알면 알수록 ‘일요일 상점’에는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마유는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자신을 자연스레 친구로 맞아 준 스케치 클럽 회원들에게 점점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처음 ‘일요일 상점’에 왔을 때, 시실리는 마유에게 대뜸 “난 유화를 좋아해. 넌 뭘 좋아해?”라고 묻는다. 그때부터 마유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나와의 대화를 이어 나간다.
문을 열기만 하면 그리고 싶은 세계가 펼쳐지는 ‘스케치 룸’에서 마유는 높게 자란 풀 속을 가르며 걸어가는 조코 언니의 뒷모습을 보다 자기도 모르게 잊고 있었던 기억들을 꺼내 놓기도 하고, 반면 “속에는 도대체 뭐가 들어 있는 거야?”라며 날카롭게 정곡을 찌르는 맥파이의 말에 깊은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마음을 살피는 시간은 자칫 여유롭게만 비치거나 소홀히 여겨지기 쉽다. 하지만 《일요일만 사는 아이》는 그것이 작지만 나를 아프게 했던 상처들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용기 있는 행동임을, 그리하여 더 큰 성장을 위해, 더 단단한 사람이 되기 위해 겪게 되는 빛나는 시간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일요일 상점 문 너머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
아빠는 회사 일로 바쁘고 엄마는 마유와 둘만 있는 집이 적적해 늘 라디오를 틀어 놓는다. 그런 와중에 마유가 특별한 이유도 없이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되면서, 마유네 집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갈등이 점점 불어나기 시작한다.
마유를 ‘살며시 도와주는 힘’과도 같은 ‘일요일 상점’은 마유의 내면과 가정을 둘러싼 갈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기묘하고도 따뜻한 ‘일요일 상점’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작품 말미에는 감동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자신의 어두운 마음뿐만 아니라 밝은 마음도 발견하게 된 마유는 끝내 자신이 원하고 꿈꾸는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는 게 힘겹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일상을 잘 살아가다가도 돌연 나도 내 마음을 알 수 없어질 때가 있다.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그런 순간은 늘 찾아온다.
《일요일만 사는 아이》는 그렇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막막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그리하여 일상에서 잠시 어긋난 채 ‘일요일’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시간이 또 하나의 성장을 위한 과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지금 겪는 이 시간은 바로 월요일로 나아가기 위한 잠시 동안의 소중한 ‘일요일’이라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