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중심, 뉴욕을 만끽하는 또 하나의 방법
“다음 중 국가와 그 수도가 잘못 이어진 것은?”이라는 문제에 여전히 단골로 등장하는 도시 뉴욕. 미국이라는 나라의 수도는 워싱턴DC이지만, 뉴욕이 미국 경제와 문화의 중심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아니, 뉴욕은 미국이라는 한 국가를 넘어 세계의 중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도시다. 이런 뉴욕을 즐기는 방법, 즉 뉴욕 속 세계를 즐기는 확실한 방법 중 하나가 음식이다. 도서출판 따비의 신간 《뉴욕을 먹다》는 그 부제 ‘세계의 중심에서 맛보는 일상의 음식과 특별한 음식’처럼, 뉴요커가 일상에서 즐기는 음식과 뉴욕에 녹아든 세계의 음식, 그리고 뉴요커의 소울푸드를 소개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뉴요커처럼 먹어보기
이 책의 구성은 뉴요커의 하루를 따라간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아침을 여는 이들이 아침 식사로 먹는 것에서부터 바쁜 하루(혹은 일주일)를 마감하며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먹는 음식까지, 뉴요커들이 일상에서 끼니를 때우기 위해 먹는 음식과 특별한 날을 책임지는 다양한 음식을 소개한다.
먼저, 뉴요커의 아침을 책임지는 베이글과 커피, 언제 어디서나 뉴요커의 허기를 달래주는 버거와 샌드위치, 그리고 언제나 그곳에서 기다리는 다이너에서 맛볼 수 있는 아메리칸 브랙퍼스트처럼 일상의 음식을 먼저 만난다.
샌드위치와 (햄)버거는 이제 특정 국가, 특정 민족의 음식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 음식에 주목해야 하는 건, 그 안에 ‘인종의 용광로’ 뉴욕의 역사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유대인의 음식 베이글이 바쁜 뉴요커의 아침 식사로 선택받은 까닭, 뉴욕 노동자의 24시간을 책임지는 간이식당 다이너diner가 열차 식당칸 같은 모양을 갖게 된 사연, 뉴욕이 세계에서 가장 채식주의자 친화적인 도시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 깔린 이민사 같은 것 말이다(덤으로, 그래놀라가 우드스톡 페스티벌을 계기로 미국인의 일상에 파고들게 된 이야기도).
이주자의 도시, 뉴욕
뉴욕 음식 안에 녹아든 세계
뉴욕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것은, 음식을 통해 확실히 알 수 있다. 이미 전 세계인이 즐기는 배달음식의 대명사 피자는, 뉴욕에서만큼은 이탈리아 나폴리의 인장을 뚜렷이 새기고 있다. 이주노동자로서 미국에 첫발을 내딛었던 중국인들의 음식은 이제 ‘아메리칸 차이니즈American Chinese’로서 미국 땅에 확고하게 뿌리를 내려, 차이나타운은 뉴욕을 상징하는 장소로 영화에 등장한 지 오래다. 비록 이슬람이라는 단어가 미국인에게 여전히 껄끄러움의 대상이기는 하지만, 그들의 할랄 푸드를 뉴욕의 세계인이 즐기는 것은 물론, 채식주의자들의 돌파구가 되고 있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다.
세계에서 미국으로 몰려든 이민자들은 뉴욕의 외식 트렌드도 바꿔놓았다. 멕시코 음식 전문점인 치폴레가 패스트푸드를 대체하는 패스트 캐주얼의 돌풍을 몰고 왔다면, 일본 음식 스시와 라멘은 한편에서는 건강을 챙기는 교양인들이 즐기는 고급 음식으로, 한편에서는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서민 음식으로 자리매김하여 뉴요커들도 젓가락을 쥐게 만들었다.
저자가 ‘뉴욕 굴’을 ‘뉴욕 속 글로벌’ 편에 포함시켜 소개한 것이 흥미로운데, 여러 음식이 세계에서 뉴욕으로 모여들었다면, 굴만은 뉴욕산으로서 세계로 뻗어나간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맨해튼의 확장과 더불어 흥망성쇠를 거듭한 굴 이야기는 오이스터 바에서 맛보는 굴만큼이나 감칠맛 난다.
뉴요커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그 음식들
이 책의 마지막에 소개되는 음식들은 뉴요커의 소울푸드. 미식축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경기장 주차장에 불판을 벌이게 만드는 바비큐, 슈퍼볼이 열리는 날마다 10억 개 이상 팔린다는 치킨 윙, 뉴요커의 혈관에 흐른다는 스테이크와 ‘뉴욕’치즈케이크, 그리고 뉴욕 곳곳의 마이크로 브루어리에서 만들어내는 맥주다.
이 음식들은 특별한 날 가족과 친구 혹은 (스포츠에서나 정치적인) 동지들과 함께 먹는 공동체의 음식이기도 하고, 특별한 기분을 내며 자신을 위로할 때 먹는 음식이기도 하다. 또한 뉴욕, 나아가 미국의 자연환경 및 산업을 품고 있는 음식이다.
뉴욕에 있어도, 뉴욕에 있지 않아도 좋은
이 책의 저자는 ‘뉴욕의 요리사’ 김한송이다. 뉴욕에서 2019년 《뉴욕타임스》가 소개한 한식당 ‘핸썸라이드Handsome Rice’를 운영하고 있는 저자는, 음식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음식의 역사를 탐구하는 것을 사랑하는 요리사답게 뉴욕을 대표하는 음식들을 그 유래와 배경, 역사와 함께 꼼꼼하게 짚어본다. 단순히 음식 맛을 평가하거나 유명한 식당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뉴욕이라는 도시를 알아가는 창窓으로 음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저자가 안내하는 뉴욕의 음식은 뉴욕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러나 뉴욕에 있지 않아도 충분히 뉴욕을 즐길 수 있다. 뉴욕 구석구석을 보여주는 사진과 함께, 음식 맛에 관한 군침 도는 묘사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