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그럼요. 연애의 모든 문제가 MBTI 때문인걸요."
정대건, 〈디나이얼 인티제〉 중에서
"야, 너 요즘 연애 시작하기 힘들다. 우리 나이엔 연애도 넷플릭스와 경쟁해야 해. 평일 내내 일하고 야근하고 파김치 돼서 주말에 누워서 쉬어야 하는데 꾸미고 챙겨입고 나가려면 즐거워야 하잖아. 너 집에 누워서 보는 넷플릭스보다 재밌게 해줄 수 있어?"
정대건, 〈디나이얼 인티제〉 중에서
"대학원은 내가 알아서 할게. 나 좀 도와주라. 주말에 시간 괜찮지?"
"주말? 나 약속 없어서 쉴 생각이었어."
약속 없고 쉴 생각이니 부르지 말라는 뜻인데, 윤아의 얼굴이 환해졌다.
임현석, 〈주말에는 보통 사람〉 중에서
그리고 어떤 동기들은 얼간이인 게 틀림없지만 맹세컨대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입 밖에 내진 않았다고 했다. 이는 누구와도 불필요한 논쟁을 벌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싸움을 하면 결국엔 내가 이기겠지만 아무튼 논쟁 자체가 몹시 귀찮은 일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임현석, 〈주말에는 보통 사람〉 중에서
소성엽과 주이연을 짝지어 소-주 커플을 만들기도 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목의연과 탁영호를 매칭하여 만든 목-탁이었다. 항상 심심했고, 언제나 놀고 싶었으나, 처지가 마땅치 않아 영지는 딱 이 정도의 즐거움만을 누렸다. 영지의 세상에서는 재미가 최선이고 최고의 가치였다.
서고운, 〈도도의 단추〉 중에서
영지는 말로는 절대 지지 않았다. 몸으로는 싸워본 적이 없어서 몸싸움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말싸움은 꼭 이겼다. 아니, 싸움으로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냥 맞는 말을 하는 것일 뿐, 그리고 네가 틀린 말을 하는 것일 뿐.
서고운, 〈도도의 단추〉 중에서
언젠가는 정우에게도 이 장면을 꼭 보여주고 싶었다. 흐르는 대로 흘러가며 사는 생물들도 저기 저렇게 많다는 것을, 별생각 없이 그저 살아갈 뿐인 것들도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면 저마다 아름답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이유리, 〈그때는 그때 가서〉 중에서
하지만 그래도 없으면, 저금은커녕 당장 끼니를 때울 돈도 없어진다면, 그때는, 그때는. 그때는 그때 가서 생각하련다.
이유리, 〈그때는 그때 가서〉 중에서
언젠가 은명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MBTI가 이렇게 널리 퍼진 이유는 다름 아닌 테스트가 공짜이기 때문이라고. 과연 은명다운 해석이었다. 하긴, 나도 돈 들면 안 했지.
이서수, 〈알고 싶은 마음〉 중에서
그래도 나는 MBTI가 좋아. 누군가를 알고 싶은 마음이라니 기특하고 귀엽잖아.
이서수, 〈알고 싶은 마음〉 중에서
죽을 때까지 지워지지 않는 타투는 그걸 새긴 사람에게 오롯이 소중한 것이어야 하는데 나는 자꾸 거기에 나를 새겼다. 내가 있었다는 걸. 여기에도 내가 있어. 사람들 몸 구석구석에 있어. 그 감각만이 나를 위로했다.
김화진, 〈나 여기 있어〉 중에서
내가 여름 같았어. 뜨겁고 물기가 차오른. 언제 어디에 있는 물가에 빠져도 깔깔 웃거나 엉엉 울어도 되는. 실제로는 그래본 적도 없고 말수 적고 얌전하다는 말을 더 많이 들었지만 그래도. 언제나 살고 싶었어. 끝까지 살고 싶었어.
김화진, 〈나 여기 있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