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규모는 커졌어도, 늘 활동의 중심이 되는 건 지역사회,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누구나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마을 만들기’라는 치바그룹의 운동 방향이 여실히 드러난다. 여기에서 바로, 나에게 살기 좋은 마을은 분명 누구나 살기 좋은 마을일 것이란 지향을 발견한다. 더구나 생활클럽에는 폐쇄적인 외골수 운동에 빠지지 않고, 스스로 조직의 한계를 이해하면서 조직 밖으로 사회관계망을 넓혀가는 유연함이 자리하고 있다. - 21쪽
생활클럽의 기본방침은 ‘원하는 물품이 없다면, 우리 스스로 만든다’라는 것이다. 많은 종류의 자체 개발 소비재도 이 생각을 바탕으로 만들어왔다. 여기에는 항상 ‘생산자와 함께’라는 의지와 태도가 담겨 있다.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먹을거리는 조합원들의 힘만으로는 만들 수 없고, 지속적으로 이어가기도 어렵다. 그렇기에 소비재를 함께 만들어가는 생산자의 사업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 70쪽
생활클럽은 전국적으로 먹을거리·에너지·복지 문제에 맞서서 가능한 한 자급·순환하고자 하지요. 이를 구체적으로 ‘FEC 자급권 구상’이라 하여 지역별로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무지개 거리에서는 그중에서도 복지 분야의 활동 비중이 가장 높아요. 먹을거리와 에너지 문제는 전국의 생활클럽 그룹이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특히 저희는 복지 분야 활동이 활발하지요. 이건 그만큼 지역에 복지 분야의 중차대한 문제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게 아닐까 해요. - 101쪽
기본적으로 우리가 꽉 붙들고 있는 건, 협동조합 정신이에요. 협동조합의 일곱 번째 원칙인 ‘커뮤니티에의 관여’가 모든 활동의 밑바탕에 흐르고 있지요. 우리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 활동한다는 것이 협동조합의 기본 방향이기도 하고요. 지역사회 전체를 대상으로 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를 위해서는 생활클럽 내부에서 만이 아니라 지역의 다양한 단체들과 협력하고 연계하며, 때로는 의지하는 관계를 맺는 것 또한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어요. 따라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한다’라는 게 아니라 ‘우리도 한다’라는 관점인거지요. - 105쪽
생활클럽 자체가 설립 이래 줄곧 다양한 사업을 펼쳐 온 생협이지요. 바람의 마을이 노인복지사업만을 운영했다면 아마 활동이 그다지 재밌지 않았을 것 같아요. 하지만 지역의 염원을 생각해 봤을 때에 요청 받은 것은 노인복지 문제만이 아니었지요. 보육, 장애인 등 특정 주제 지원에 한정된 것도 아니었고요. 바람의 마을은 그때그때 지역사회에서 나타나는 필요로 하는 문제에 대응해가며 유연하게 움직이는 법인이자 운동체이지 않을까 해요. - 165쪽
서로돌봄클럽을 지지하는 모임이 조직되었을 때, 지역과의 교류를 제대로 실현해 보고자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그래서 활동 희망자들이 꼭 관련 강좌를 수강하도록 한 후 단체에 연결하는 활동을 시작했지요. 바람의 마을이 점차 여러 지역에 시설을 만들어 나간 배경도 있어서, 이 흐름에 발맞추어 자원활동가 연결도 치바현 전체로 확장해왔어요. - 171쪽
워커즈 콜렉티브는 약간의 지혜와 조금의 돈으로 뭉친 집단이라 할 수 있어요. 지혜와 돈이 충분한 사람들은 그걸 활용하면 되겠지만, 힘이 없더라도 다 함께 지혜와 돈을 모으는 것으로 해볼 수 있는 게 있지요. 워커즈 콜렉티브는 비영리 조직입니다. 또한 민주적 관리의결권은 출자액에 관계없이 1인 1표, 자발적으로 열려 있는 조합원 제도, 경제적 참여, 자율과 독립이라고 하는, 협동조합을 규정하는 원칙이 워커즈 콜렉티브에도 적용되어 있죠. - 234쪽
바람직한 시민사회 상의 하나로 대안 세계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 영역이야말로 사회적연대경제의 본 모습이라 할 수 있어요. 세계화에 대항하는 반세계화라는 형태로 고립되는 것이 아니라, 생태적이면서 인간다움을 중시하는 ‘다른 방식의’ 세계화가 가능하지 않을까요. 다양한 운동이 각지에서 합류해서, 앞으로 다가 올 사회에 대해 논의하고 실험하는 게 사회적연대경제운동의 상이라 해도 좋겠지요. - 2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