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드닝Gardening, 정원을 가꾸는 일.
아파트 베란다에서 여러 화분을 키우는 일에서 수목원을 방불케 하는 넓은 정원의 조경까지, 또는 마당 한켠에서 가족이 먹을 푸성귀를 키우는 것 모두 가드닝이다. 식물은 열매와 뿌리를 우리에게 먹을거리로 제공하기도 하지만, 꽃과 잎의 다채로운 모양과 색으로 시각적인 즐거움을 안겨 주기도 한다. 식물을 가꾸는 과정 자체에서 느끼는 계절감과 정서적 안정 또한 가드닝에서 뺄 수 없는 매력이다.
이런 이유로 가드닝에 도전하는 이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이들은 웹상의 동호회나 오프라인의 정원학교 등에서 가드닝에 관한 주고받고 있다. 그러나 저마다 다른 정원 환경과 해마다 바뀌는 기후 조건 탓에, 정원 일은 늘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원리를 알아야 답이 보인다는 진리는 수학 공식으로 문제를 풀 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그 대상인 식물의 생태와 특성을 모르고서 풍성한 정원을 가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도서출판 따비의 신간 『가드닝을 위한 식물학―정원을 가꾸는 이들과 숲을 산책하는 이들이 궁금해하는 식물의 모든 것』은 정원 일에 필요한 식물에 대한 모든 지식을 다룬다. 이 책의 저자 제프 호지Geoff Hodge는 정원 하면 떠오르는 나라, 영국의 원예문화를 주도하는 왕립원예협회(RHS)의 온라인 편집자를 거쳐 영국 원예작가조합의 회장을 역임한 원예 전문가이다.
식물학자와 정원가의 다른 시선
정원가에게 왜 ‘식물학’이 필요할까? 정원가의 관점에서 볼 때, 식물의 분류는 ‘큰키나무인가, 떨기나무인가, 다년생인가, 알뿌리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식물학자도 이런 구분을 알고는 있지만, 분류학(과학적 분류)은 이런 구분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다. 식물계에 속하는 유기체는 그들의 진화적 집단으로 구분되는데(학교 다닐 때 배웠던 생물의 분류-종속과목강문계-를 떠올려 보자), 비교적 단순한 조류에서 시작하여 더 고도로 발달한 꽃식물로 끝난다. 이런 식물 분류가 복잡해 보이거나 쓸데없는 지식처럼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식물이 어떻게 분류되는지 알면 정원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의 진가를 더 잘 음미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튼튼한 토대가 되어 준다.
식물의 분류(식물의 종류뿐 아니라 잡종과 재배품종의 명명법까지)를 파악하는 것으로 시작한 이 책은 본격적으로 식물의 형태와 성장, 번식에 대해 알아본다. 모든 생물이 그렇듯이, 식물도 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그 세포가 분열하고 확대되는데, 이것이 성장이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영양분은 흙에서 오고, 새로운 세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주로 햇빛에서 온다. 식물의 형태는 기본적으로 빨대와 같다. 토양에서 물과 양분을 빨아들여 줄기를 통해 잎으로 보내고, 잎에서는 증발(더 정확히는 ‘증산작용’)을 통해 물이 빠져나간다. 양분은 관다발 조직을 통해 식물체 전체를 순환하고, 식물의 생장을 조절하는 호르몬도 관다발을 통해 이동한다. 정원가는 결국 자신의 정원에 맞는 형태의 식물을 고르고 잘 성장시켜 수확하는 일을 하는데, 이에 대한 지식은 정원가에게 필수적이다.
수확이란 정원가보다는 농부에게 더 중요한 개념인 듯 여겨진다. 하지만 정원가에게도 식물 번식에 관한 지식과 기술은 필수적이다. 어떤 식물이 종자를 맺기 위해 꽃가루받이가 필요할까, 또 어떤 식물을 포기나누기, 접붙이기, 꺾꽂이 등으로 개체를 늘릴까? 채종한 종자와 땅에서 캐낸 알뿌리는 어떻게 보관해야 할까? 이에 대한 지식이 이듬해의 정원을 더욱 풍성하게 가꾸어 준다. 또한 이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육종가들이 어떤 방법으로 식물을 개량해 더 많은 수확, 더 아름다운 꽃을 보게 되었는지도 알 수 있다.
정원을 가꾸기 위한 식물 지식
이제 본격적으로 정원을 가꾸어 보자. 식물은 흙에서 양분을 얻는다. 토양의 수분과 양분을 적절히 머금어야 하고, 정원가는 식물이 자리 잡고 있는 흙을 비옥하게 하기 위해 비료를 주거나 원활한 배수를 위한 조치를 취하는 등 토양 관리를 해야 한다. 또한 빛과 중력 등에 반응하는 식물의 감각을 고려해 적절한 위치를 잡아 주어야 한다.
이것이 식물을 심기 위한 토대를 다지는 일이라면, 가지치기는 식물이 자라는 내내 정원가가 신경 써야 하는 일이다. 가지치기는 식물체의 일부를 제거하여 식물의 열매맺이와 건강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주위 환경과 어울리도록 전체적인 식물의 모양과 크기를 다듬는 것이다. 가지치기는 예술과 과학의 조합이라고 정의되곤 하는데, 가지치기 방법에 대한 지식과 미학적인 안목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
당연히 유해 곤충의 공격이나 식물 질병에도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 해충과 질병의 종류를 알고 증상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방제 방법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정원을 가꾸기 위해 필수적인 지식이며, 정원가가 매일 부지런히 정원의 식물을 세심히 살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원가를 위한 ‘식물학’ 지식을 다루고 있지만, 어렵거나 딱딱할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과학 용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고, 여기서 다루는 식물학 지식의 범위는 정원을 가꾸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식물학의 역사나 중요 식물학자를 소개하는 페이지는 독자들로 하여금 식물의 생명력과 과학자들의 노력을 통해 식물에 더욱 흥미를 갖도록 도울 것이다.
무엇보다 선구적인 식물화가들이 그린 아름다운 그림들과 식물의 구조와 형태를 잘 보여주는 도해가 눈길을 끈다. 이런 그림들은 이 책의 이해를 도울 뿐 아니라 식물의 아름다움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