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매년 조사해 발표하는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에 의하면 중․고등학생의 희망직업 1위는 수년째 '교사'다. 그런데 막상 희망하던 교사가 된 사람들은 교단을 떠나고 있다. 2020년 2월 말을 기준으로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사의 수는 6,669명으로, 전년도 같은 시기에 6,020명이 교단을 이미 떠났는데, 그보다 더 많은 수의 교사가 자의로 교단을 떠난 것이다. 원해서 교사가 되었는데, 왜 이렇게 많은 교사들이 정년이 되기도 전에 교단을 떠나려고 할까.
교사들이 교단을 떠나고 있다
도서출판 따비의 신간 《교사를 위한 법률 가이드 ― 교사 출신 변호사가 알려주는 '당당하게 교육하기'》의 저자가 바로 이런 희망과 현실 사이의 괴리로 인해 교단을 떠난 교사 중 한 사람이다. 동료 교사가 학부모에게 뺨을 맞았는데도 아무도 관심을 갖지도 않았고, 아무 데서도 도움을 구하지 못했던 경험이 그가 교단을 떠나 변호사로 되도록 한 것이다.
어느 시기보다 좁아진 관문을 뚫고 교사가 된 이들이 맞닥뜨리는 현실은, 학생들이 학원 강사보다 학교 교사를 무시한다거나 유튜버가 전하는 지식을 교사의 수업보다 신뢰한다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불행히도, 교사들은 학생들의 모욕과 성희롱, 학부모들의 고소․고발과 폭행 등에 노출되어 있다. 학생과 학부모의 권리의식이 높아지고 법률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쉬워진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정상적인' 교육활동이 이렇게 남발되는 '너 고소!' 때문에 위축된다면, 그 피해가 교사에게만 미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저자는 교사들이 법을 조금만 더 잘 알아도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과 남발되는 고소․고발 때문에 발생하는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교사 자신이 어떠한 잘못을 한 적이 없지만 '학부모가 고소하면 교사만 피해를 본다는데', '소송으로 가면 돈이 많이 든다는데' 같은 막연한 생각으로 학부모의 무리한 요구에 끌려 다니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억울하고, 두렵고, 답답한 교사들에게
이 책은 1부에서 교사가 겪는 억울함에 대해 다룬다. 형사고소나 민사소송을 당하거나 행정쟁송에 시달리는 교사가 많다. 문제는 이로 인해 정상적인 교육활동이 위축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책은 교사가 당하는 형사고소는 주로 아동학대, 아동 성희롱․성추행 등의 혐의다. 이 책에서는 이런 혐의로 고소된 실제 사례를 소개하며 법 조항을 해석해주고, 경찰 조사와 관련된 절차를 설명하며, 각각의 경우에 따른 구제 방안을 조언한다.
교사가 민사 소송을 당하는 경우는 학교안전사고나 학교폭력으로 인해 학생이 다치거나 사망했을 때다. 학교 안팎에서 일어나는 각종 안전사고, 학교폭력으로 학생이 다치거나 사망한 경우 교사(와 학교)의 과실이 인정되는 사례와 그렇지 않은 사례를 비교하며 교사의 책임 범위를 설명하고, 학교안전사고가 일어났을 경우의 구제 방안에 대해서도 귀띔해준다.
학교는 학교생활기록부를 작성하고 학생을 징계하는 등의 행정처분을 하는 기관으로, 이로 인해 행정소송이나 행정심판에 휘말리는 일도 많다. 1부 마지막에는 학생 징계, 정보공개 청구,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와 정정 등과 관련한 학부모의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에 대한 대처법을 다룬다.
당당하고 자신 있는 교육활동을 보장받으려면
2부는 교권 침해로 인해 두려움에 시달리는 교사를 위한 가이드다. 학부모가 '법대로 해!'를 내세우며 민형사소송으로 교사를 압박하는 반면, 교사는 학생과 학부모의 모욕, 명예훼손, 폭행 등에 시달리면서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 혹은 그 학부모로부터 그런 일을 당했다는 충격이 너무 큰데다, 교사가 어떻게 학생을 고소할 수 있느냐는 내외의 압박이 있기 때문이다. 형사범죄에 해당할 만한 교권 침해에 시달리면서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무력함이 교사로 하여금 교단을 떠나게 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당하는 교육활동 침해행위(교권 침해)를 '형사범죄가 될 만한 행위'와 '범죄에는 이르지 않지만 빈번히 발생하는 행위'로 나누어 소개하고, 그에 대한 대처법을 설명한다.
이제 학교는 점점 또 하나의 법정이 되고 있다. 학교폭력 문제를 다룰 때에도, 학생 징계를 할 때에도 '증거'가 필요하다. 교권 침해를 다룰 때에도 마찬가지다. 교권보호위원회를 여는 것 자체도 쉽지 않고, 연다 해도 교사의 말만으로 학생의 교권 침해행위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은 교사가 교권 침해를 당했을 때 어떻게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요청할지, 민형사적 대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실제적인 팁을 제공한다.
이 책의 3부에서는 교사가 받는 징계와 고충, 공무상 재해처럼 잘 모르면 놓치기 쉬운 교사의 권리 찾기에 대해 다룬다. 또한 학교라는 작은 사회 안에서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동료 교사들 사이이 갈등, 관리자의 갑질에 대처하는 방법 등에 대한 대처 방법도 소개한다. 또한 4부에서는 Q&A를 통해 교사가 꼭 알아야 할 필수 법률을 짚어준다.
자신이 교사 출신이므로 저자는 학교라는 사회와 교사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헤아리고 있다. 그러나 저자가 '무조건 교사'를 외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교사에게 교육자로서, 그리고 공무원으로서 지켜야 할 의무가 있음을 역설한다. 또한 이 책이 '조금이라도 부당한 교권 침해를 당하면 참지 말고 법대로 하시라'고 쓴 것이 아니며, 적어도 자신이 겪는 일들에 법적으로 어떤 구제 수단이 있는지 알고 있어야, 당당하고 현명하게 교육활동에 임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쓴 책임을 강조한다. 일상적인 교육활동에 대한 꼼꼼한 기록이 교사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증거라고 주장하는 이유다.